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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5회(2013) 영화제

추억을 공유한 언니들이 생겼다!

"추억을 공유한 언니들이 생겼다"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팀 자원활동가 박현정 후기




아직 영화제가 끝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이 끝나자마자 정신없이 휘몰아친 자소서 쓰기와 시험 폭풍에 영화제가 남긴 여운을 즐기기도 전에 정신없이 현실 세계로 돌아와 버린 것이 새삼 아쉽다.


학기 중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활동 공고를 항상 주시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지원하지 못했다. 졸업을 하고서야 지금이 아니면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부랴부랴 지원서를 썼던 기억이 난다. 면접날, 꼭 뽑히고 싶은 마음에 생각보다 더 긴장한 나를 웃는 얼굴로 편안하게 대해주셨던 면접관분들이 정말 좋았다. 면접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신이 나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통화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제 기간은 어땠더라. 후기를 쓰기 위해서 기억을 더듬었다. 벌써 영화제의 기억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그저 좋았던 기억으로 움츠러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영화제 동안 친구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내려받았다. 데일리 제작팀으로 처음 활동을 시작한 5월 23일, 이 날은 처음 인터뷰가 잡혀서 전날 잠을 설쳤었다. 이튿날은 배우 한예리를 만나서 하루 종일 그 얘기뿐이다. 프레스센터 설치를 위해 신촌 메가박스에서 이대 폴바셋으로 컴퓨터를 옮기느라 진땀 빼기도 했었다. 5월의 마지막 주. 나는 내내 들뜬 어조로 여성영화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친구가 “여성영화제는 너한테 행복이구나”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일이 몰렸던 날은 좀비가 된 기분으로 집에 도착해 골아 떨어졌지만 피로에 잠이 들면서도 영화제가 일 년 내내 계속되면 좋겠다는 조금은 끔찍한(!)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영화제에서 좋았던 것들을 생각해본다. 우선 데일리 제작팀 활동가가 아니었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감독과 배우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쓴 것이 좋았다. 게다가 인터뷰 구성부터 기사 작성까지, 자원활동가의 역량을 믿어주는 팀의 분위기도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일주일 동안 일상을 공유하며 짧은 기간에 인상 깊은 인연을 만든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짧았던 5월의 마지막 한 주는 나의 높았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그런데 영화제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지점이다. 생각을 정리하다가 너무나 고전적(?)인 미덕이라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이 내 마음에 크게 떠올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내게 준 가장 큰 것. 그것은 바로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큰 행사를 함께 했다는 ‘경험’이었다. 요즘 같이 여성상위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무슨 구닥다리 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직도 여성들이 모여서 이런 심상찮은(?!) 일을 도모한다는 것에 제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2013년 5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덕분에 같은 추억을 공유한 수많은 ‘언니’들이 생겼다. 적금 하나 탄 기분이다. :)

 

글 :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활동가 박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