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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2015 IWFFIS 상영작 미리보기] 청춘을 그린 영화 네 편 소개




2월은 짧고, 하루는 이틀처럼 길다



청춘을 그린 영화 네 편 <2>, <이모셔널 퓨즈박스>, <더 킹 넥스트 도어>, <21&> 미리보기



<2> 포스터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2월, 신년 다짐이 무색하게 이내 한 달이 지났다. 2월 1일 일요일에 시작해 28일 토요일에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4주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올해 2월은 심지어 가족과 일가 친척이 모두 모이는 설 연휴까지 들어 있다. 일수는 짧지만 졸업과 상반기 공채 등 가볍지 않은 일정이 우리 앞에 있다. 청춘이라 명명된 우리는 겨우 포함된 소속 안에서 치열하게 버티거나, 지금까지 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바둥바둥 움직이거나 또는 잉여로운 삶을 이어 가거나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멈춰 서있다. 



      


영국의 장편 극영화 <하우 투 리브 유어스>(How to Live Yours)의 파일럿 단편, 레이첼 턴나드(Rachel Tunnard) 감독의 <이모셔널 퓨즈박스>(Emotional Fusebox)는 엄마 집 마당, 허름한 오두막에서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스물 아홉 안나(Jodie Whittaker)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워키토키로 얼른 잠자리에 들라는 엄마의 핀잔에도, 양손 엄지 손가락에 얼굴을 그려 다양한 주제로 대화(주로 다투는)하는 단편 영화(영상)를 찍느라 바쁘다. 엄마는 10대 노숙자 같은 외모에 오두막에 틀어박혀 시 덥지 않은 비디오나 만들며 시간을 허비하는 안나가 마뜩잖고, 그녀가 오두막에서 벗어나 현실에 발을 붙이고, 남자친구도 만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보통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어느 날, 고장 난 차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멀끔한 청년이 등장하고, 엄마는 이 우연을 필연으로 이어가기 위해 채 마르지도 않은 브래지어,맨투맨 티셔츠와 따뜻한 차를 딸에게 들이 밀며 청년에게 가보기를 권하지만 안나는 이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하다. 




<이모셔널 퓨즈박스> 트레일러




<더 킹 넥스트 도어> 스틸컷


열 여섯살 클라라는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졸지에 집에서 쫓겨나 작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혼자 새로 이사온 집은 영 어색하기만 하고, 슈퍼마켓에서 캐셔로 일하지만 하루하루가 단조롭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황금 왕관을 쓴 할아버지 이웃을 만나고 별일 없이 흘러가던 일상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사 미클리차(Isa Micklitza) 감독의 <더 킹 넥스트 도어>(The King Next Door)는 독일 친구, 클라라의 자아 찾기 과정을 현대판 동화처럼 그려낸다. 



<더 킹 넥스트 도어> 트레일러



<2 > 스틸컷


스웨덴 남부의 항구 도시 말뫼, 막 스무살이 된 안칸과 몬칸은 아파트로 독립하기 위해 몇 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처음 갖는 독립공간으로 모든 조건이 완벽한 이 공간을 얻기 위해서는 계약금 7500 크로나(약 100만원)를 모으고 정규직에서 근무해야 하는(세를 지불할 만한) 계약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감독 에밀리 린드블롬(Emelie Lindblom) 감독의 단편 <2>는 통신사 핸드폰 상품을 하루에 3개씩 판매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위해 하루를 이틀처럼 눈물 겹게 보내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코믹하고 발랄하게 담았다.



<21&> 스틸컷


“대학만 가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19살, 설렘 반 실망 반으로 정신 없이 흘러간 20살, 그리고 21살이 되었다. 안 하던 취업걱정도 스멀스멀 피어 오르고, 이제서야 조금 어른이 된 느낌도 든다. 21살 여대생 다섯 명의 솔직한 인터뷰를 담았다”고 작품을 소개하는 감독의 연출의도대로, 김아라 감독의 <21&>는 다양한 캐릭터로 분한 다섯 친구의 각기 다른 전공처럼 다양한 고민과 생각들 즉 성적, 적성과 진로, 등록금, 연애, 선후배 관계 등에 대한 내용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마치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거나 이 시기를 보내온 우리에게 보내는 소소하고 따뜻한 격려 인사 같다.


이 이외에도 2015년 5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세계의 청춘들을 그린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한다. 고민의 결은 다르지만 인생이 쉽지 않음을 고민하는 것은 모두 같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강바다 /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