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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3> “Film is LIVE! 시간을 온전히 기록하라!” 쾌girl-女담: 헬레나 트르제시티코바 감독

“Film is LIVE! 시간을 온전히 기록하라!”
쾌girl-女담: 헬레나 트르제시티코바 감독

영화나 드라마를 찍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도구들이 있다. 그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면을 기록하는 필름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긴 필름은 무엇일까. 사람의 뇌. 다소 추상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사람의 뇌는 최소한 그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 전까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지금 이 순간도 부지불식간 머리 속 필름은 돌아가고 있다. 사람의 뇌와 비교는 할 수 없겠지만,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인간의 인생을 고스란히 실시간으로 담으려는 감독이 있다. 바로 체코 출신 다큐멘터리 감독 헬레나 트르제시티코바가 그 주인공이다. 13일 오후 2시 아트레온 13층 갤러리에서는 헬레나 트르제시티코바 감독님과 함께 쾌girl-女담이 진행되었다. 김선아 수석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그녀의 상영작 <마르첼라>가 중심이 되어 좌담은 시작되었다.

영화 <마르첼라>의 탄생
처음 이 프로젝트에서 여러 쌍의 커플들에 대해 찍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 와중에 6쌍의 커플들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처음에는 마르첼라와 그 남편의 인생을 6년 동안 찍고자 했다. 그리하여 1978년 TV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게 이른다. 공백 기간 동안 다시 이 사람의 인생에 대해 찍고 싶어졌다. 그래서 1980년부터 시작된 작업은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 모두 2006년에 끝이 났다. 다시 감독은 하나의 스토리로 정해서 영화화하기로 했다. 그래서 1년 정도 더 촬영했고 1시간 25분의 영화로 탄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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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내 운명
처음에 영화를 찍고 싶어 프라하 영화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다큐멘터리를 전공으로 선택했던 이유는 평소 운명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하는 행동이 운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했다. 나는 운명에 관심이 많아 이런 운명의 변화를 다큐멘터리 속에 나타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난 단 한 번도 재미를 위한 영화는 찍지 않았다. 영화학교 다닐 때도 강요, 추천이 아닌 내가 원해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한 것이다. 당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은 내게 공부보다 취미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난 항상 시간의 흐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고 관심 가졌다. 여러 감독의 다큐멘터리 중에서 시간적으로 한 사람의 삶을 집중적으로 찍은 사람은 내가 유일할 것이다.

시간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헬레나 감독의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타임랩스 슈팅(Timelapse shoting: 저속촬영기법)에 있다. 따라서 참석자들은 이 기법에 대한 호기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감독은 이 기법에 대해 이렇게 전달한다.
이 표현은 강하게 찍는다는 표현이다. 시기를 정해서 점점 찍어나가는 것이다. <마르첼라>를 찍을 땐 시기를 정해서 점점 찍어갔다. 그 당시 젊은 부부들의 이혼율이 높다고 해서 그 문제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6년의 시간 동안 한 부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 가졌다. 처음부터 우연히 만난 6쌍의 모든 삶에 대해서 6년의 기간 동안 담기로 결심했다. 이건 첫 번째 프로젝트로 스토리를 가진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었다. 앞으로 사람들이 시간적인 인식 즉 더 긴 미래를 내다보며 사는 것에 이상향을 두고 찍을 것이다. 다른 작품은 15년간 촬영했는데 마약을 접한 소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들은 내년 쯤 모두 완성되고 출시된다.
종합적으로 타임랩스 슈팅에 대해 정리하자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테마의 발전 및 변화를 다큐멘터리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기법을 통해 시간의 흐름, 분위기와 자신의 인생과 목적의 변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30년 넘는 끈질긴 영화작업
<마르첼라>는 30년 넘게 한 사람을 추적한 영화다.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어떤 기준에 의해 선택해 담았고, 그 많은 세월 속에서 화면에 담을 내용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극중 주인공과 함께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영화를 찍을 때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서 앞으로 있을 일들, 현재 일어나는 일들, 과거의 일을 들은 뒤 영화 내용을 결정했다. 연락은 평균적으로 산출해 봤을 때 거의 1주일에 한번 전화한 것 같다. 드라마틱한 일이 있을 땐 매일하고 뜸할 땐 한 달에 1번 하기도 했다. 영화 완성될 무렵에는 거의 매일 연락했다. 6쌍의 부부가 첫 프로젝트였고 <마르첼라>가 그 중 첫 번째로 완성되었다. 아직도 전화하면서 다른 커플들과 연락한다. 이제 그 사람들과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마르첼라의 삶은 ‘아픔’이다.
마르첼라는 결혼 생활 내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그 이후 악재는 이어진다. 이혼과 정신박약으로 태어난 아들, 그리고 딸의 의문사.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야속하게도 그녀에게 행복은 없었다. 그래서 감독도 영화 찍는 내내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헬레나 감독은 “언제까지 영화를 찍고 싶냐?”는 질문에 죽을 때까지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여성감독으로 그의 포부는 유달리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죽을 때까지는 오히려 짧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담기 위해 그녀도 동시간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압축의 미학이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그건 단지 상영시간에만 국한된 정의가 아닌가 싶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신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