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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델핀과 캐롤 Delphine & Carole

<델핀과 캐롤>

1970년대 초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캐롤 루소풀로와 배우 델핀 세리그는 당시 새롭게 등장해 부상하고 있던 매체인 ‘비디오’를 매개로 서로를 만나 곧 동료가 된다. 이후 캐롤은 그들의 공동작업과 1990년에 세상을 떠난 델핀에 관한 영화 만들기에 착수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그녀 역시 200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미완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칼리스토 맥널티의 <델핀과 캐롤>은 다양한 기록 영상과 푸티지를 통해 두 사람의 만남과 활동을, 당대 영화계와 현실 속에 약동하고 있던 페미니즘 운동을 보여준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 노동환경과 임금에 대해 발언하고 변화를 만들었던 현실의 운동은 영상 매체와도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비디오가 보여준 가능성은 혁신적이었다. 델핀과 캐롤은 직접 휴대용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누비며 화내고 즐거워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촬영했고, 텔레비전 토론 프로그램을 재편집해 만든 비디오 영상을 공공장소에서 상영했다. 제한적으로 재현되는 여성 이미지와 가부장적인 정부의 태도에 대한 반격이었다.

 

델핀 세리그의 활동은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해 여성 배우들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여성 작가들과의 협업으로도 확장됐다. 영화는 다양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 페미니스트로서의 견해를 밝히는 델핀의 열정적인 모습들뿐 아니라, <당나귀 공주>(1970), <어둠의 딸들>(1970), <잔느 딜망>(1975), <인디아 송>(1975) 등 그녀가 출연한 영화의 장면들을 사이사이에 함께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배우로서 델핀의 모습을 인용하는 걸 넘어 개별 영화의 맥락을 확장하고 영화와 현실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려는 시도다. ‘시몬 드 보부아르 시청각 센터’의 설립을 보여주는 영화의 후반부는 열정과 창의력이 가득했던 그들의 활동이 언제나 다른 여성들에게 말 걸고 서로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델핀과 캐롤 Delphine & Carole
새로운 물결|칼리스토 맥널티|프랑스, 스위스|2019|70분|15세 이상|DCP|컬러·흑백|다큐멘터리

106 2019-08-30 | 11:00 - 12:1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330 2019-09-01 | 21:00 - 22:1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글 손시내(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