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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누수 Leakage

<누수>

이란에 거주하는 중년 여성 푸지예는 여러모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다. 국영 석유회사에서 일하던 남편은 갑자기 자취를 감췄고, 그녀는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답답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언니와 함께 지내는 집은 불현듯 흔들리더니 천정이 무너져 내리기에 이른다. 그녀의 딸은 더는 살아가기도, 일하기도 어려운 이 나라를 떠나겠다며 이민을 알아보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몸에서 검은 석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란의 현실을 둘러싼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곤란이 <누수>의 배경을 이룬다면, 푸지예가 겪는 기이한 현상은 영화 안에서 이야기를 작동시키고 인물들을 행동하게 만든다. 보수적인 성별 관념과 경제적 문제가 개인의 삶을 옥죄는 이곳에서, 석유가 나오는 몸을 가진 여자는 어떤 가능성과 갈등을 불러올까.

 

언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푸지예의 몸에서 나오는 석유를 병든 피로 오해하거나 땅을 오염하는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경제적인 힘이 되어줄 특별한 능력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여기가 아닌 더 나은 곳으로 떠날 수 있을 거라는 그녀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사회의 힘은 개인의 열망을 압도하고, 푸지예의 주변엔 불길한 긴장이 쌓여간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전개에 앞서 미리 들려주거나, 후반부의 장면이 도입부로 다시 이어지는 식의 비선형적 구조를 취한다. 영화 초반에 잠시 등장하는 설명을 빌려, 그것을 일종의 구멍 뚫린 건축적 구성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이를 통해 영화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하며 사건에 접근하는 다른 방향의 통로를 열어둔다. <누수>는 미술과 건축을 전공하고 영화와 사진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수잔 이라바니안의 첫 장편이다.

 

 

누수 Leakage
국제장편경쟁|수잔 이라바니안|이란, 체코|2018|107분|15세 이상|DCP|컬러|픽션

117 2019-08-30 | 17:00 - 18:47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GV
307 2019-09-01 | 10:00 - 11:47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GV
504 2019-09-03 | 11:00 - 12:47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GV

 

글  손시내(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