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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3회(2011) 영화제

여성영화제가 뭐길래?

12회 때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통역자가 동성애를 동성연애라고 통역하자
'여성영화제에서만큼 동성연애라는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다'는
관객분들이 속출하셨죠. 그 일로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했던 프로그래머가
굉장히 속상해 하기도 했구요.

여성영화제가 뭐길래?

'여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여성영화제는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는 한번도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죠.
여자라서 행복하고 여자라서 햄을 볶을 때조차도 '가정의 울타리에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담아 가사노동의 힘듬과 고됨은 외면한다는 얘기들이 나오죠.
왜 아니겠어요. 여성의 모든 것은 그냥 이루어진 게 없으니까요.
긴 치마를 싹둑 잘라 짧은 치마를 만들고 바지 정장을 만든
코코 샤넬은 그 시대의 혁명가나 다름없었죠. 샤넬이라는 이름의 명품 언니도
알고 보면 시대를 거스르고 여성에게 활동의 자유를 안겨준 용자였답니다. 
이처럼 '여성'이란 태그에는 수많은 정치적인 의도와 역사적인 시간이 
녹아 있으니 여성영화제를 정치적인 입장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어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여성영화제의 슬로건은
여성영화제가 지니는 정치적 입장을 가장 분명히 드러내는 것이죠.

그래서 말입니다.

관객들은 그 지점에서 여성영화제만큼은 '여성'은 물론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
올바른 정치적인 입장을 갖길 기대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며 히트드라마를 만들던 김수현 작가가
어느 날 여성(엄마)의 자존감에 대해(<엄마가 뿔났다>) 그리고 동성애에 대해(<인생은 아름다워>)
'여성'과 '소수자'에 있어서는 이 시대 그 누구보다 열린 사고와 진보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맥락에서 보면
항상 정치적으로 올바른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했던 여성영화제가
어느 날 '동성연애'라고 말하며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담아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은 꽤나 충격이 컸던 것이지요.

동성애와 동성연애는 뭐가 다르길래?

이 이야기는 2편에 이어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런 똥을 누다만 느낌이시라구요?
이어질 2편을 기대해 주세요.

다만 한가지.
'동성애'와 '동성연애'의 차이가 뭔지 몰랐던 저는 그 사건(?)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성애자로 누리고 살던 '당연함'에 의문을 던지게 되었지요.
내가 동성애자라면, 지금 누리는, 당연하고 보편적일 것 같은 이 모든 것이
눈치보고 불편하고 세상과 싸워야 하는 거라면 어떨까?
이 사건(?)을 겪고 제가 배운 한가지는

바로 '배려'입니다.

내가 누리는 이 당연함을 누리지 못하거나 누리기 힘든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배려 말입니다. 혹은 누군가 저를 위해 배려해 주는 것 말입니다.

그럼 여러분이 2편을 기대해 주실 것으로 믿고 오늘은 이만 마칠까해요.
어찌보면 삐닥하고 쩨쩨한 시선으로 채워질지도 모르는 이 코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2편은 제가 쓸수도 혹은 사무국의 다른 스태프들이 쓸 수도 있어요.
과연 2편의 글쓴이는 누가 될까요? ㅎㅎ 기대해주세요!!

- 홍보팀장의 쩨쩨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