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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2015 SIWFF 미리보기] 새로운 물결 / 퀴어 레인보우

새로운 물결 New Currents


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은 총 33편의 최신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대 영화제 중 가장 많은 프리미어 수를 기록,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영화로 프로그램의 신선도를 높였다. 여성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들이 가득 한 이번 새로운 물결의 특징으로는 첫째, 대중적인 웰 메이드 영화와 세계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 등 예술 영화가 고루 포진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작가 감독과 신인 감독 영화의 멋드러진 조화를 꼽을 수 있다. 마가레타 폰 트로타, 도리스 되리, 셀린 시아마, 파울라 반 데르 우에스트에서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로니트 엘카베츠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예술 영화를 이끌고 있는 작가 감독들의 신작들이 <림보>, <하트비트>, <아다르 혹은 아단>, <스완 버진>, <한 밤의 소녀들> 등 신인 감독의 영화와 함께 상영된다. 세번째 특징으로는 다양해진 영화 소재를 들 수 있다. 영화들은 소재면에서 현재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청춘과 중년 등의 나이, 성폭력, 이민자 문제, 젠더를 둘러싼 가부장제 관습, 여성의 개인사와 분리 불가능한 공식 역사, SNS와 전통 매체의 대결 등 모든 동시대 현상을 여성의 관점에서 비판적 미학으로 재구성하여 현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물결에서 상영되는 총 33편의 제작 국가가 약 23개국 이상이라는 점은 국경, 지역을 넘어서 인종, 섹슈얼리티, 나이 등 각종 정체성을 횡단하는 공통성으로서의 ‘여성’이 올해에 보다 대두되었음을 보여준다. 

김선아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걸후드 Girlhood

암울한 집안 분위기와 도무지 미래의 전망을 찾을 수 없는 학교, 제멋대로인 동네 남자아이들에게 시달리던 마리엠은 자유분방한 세 소녀를 만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마리엠은 이들 세 소녀의 무리에 끼는 것이 곧 자유라 여기고 이름과 스타일을 바꾸고 학교까지 그만둔다. 영화는 파리 외곽에 사는 흑인 여고생 무리를 날 것의, 거슬리는, 그렇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림보 Limbo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사라와 친구들은 졸업 후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지금 살고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어 한다. 젊은 교사인 카렌은 고향을 떠나 이 작은 마을의 고등학교에 부임해 온다. 그녀의 수업시간에는 활발한 토론이 전개된다. 여성성은 무엇이고 남성성은 무엇인가? 또 예술이란 무엇인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보는가? 누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현재 모습을 만드는가? 새로 부임한 선생님에게 사라는 끌리는 반면 그녀의 친구들은 카렌을 강성 페미니스트라고 여기며 이상하게 바라본다.


비비안의 이혼 재판 Gett, the Trial of Viviane Amsalem

비비안 암살렘의 5년에 걸친 이혼 공판 이야기. 비비안은 이스라엘의 유일한 이혼 관할 기관인 랍비교 법정에서 이혼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완고한 남편 엘리샤는 법적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 비비안과 변호사는 간신히 엘리샤를 법정에 세우지만, 그는 이미 수 년간 별거 상태임에도 이혼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증인들이 출석하고, 절차는 늘어지고, 비비안이 자신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은 멀기만 하다.



세컨드 마더 The Second Mother

주인공 발은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입주 가사도우미이다. 그녀는 매일 상파울루에 사는 부유한 고용주들의 시중을 들고, 아기 때부터 키워온 고용주의 10대 아들을 애정을 다해 돌보고 있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이 우아한 집의 모든 사람과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발의 딸인 야심 많고 똑똑한 제시카가 대학입시를 치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엄마가 일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온다. 제시카의 등장으로 부르주아 가정을 유지해 온 힘의 균형이 깨지게 되자, 이제 발은 그녀가 헌신해야 할 장소가 어디인지,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할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을 맞게 되었다.



예기치 못한 Unexpected

사만다 애벗은 시카고에 위치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교사이다. 근무하던 학교가 폐교하게 되어 힘들어 하던 바로 그때, 그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예기치 못한 소식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동거 중인 애인 존과 엄마에게 전한 뒤, 사만다는 학교에서 우등생 중 한 명인 재스민 또한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성들이 미래를 위해 야망을 펼쳐나가는 것처럼, 사만다와 재스민도 서로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서로에게 오랜 동안 영향을 미치는 우정을 쌓아간다. 따스하고 유머가 넘칠 뿐 아니라 복잡한 인생의 문제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는 작품.



용의자 루시아 Accused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간호사 루시아 앞에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운 사망 사고가 여러 건 발생하자 병원에서는 이를 경찰에 신고한다. 검사인 유디트는 의욕과 분노에 차서 사건에 뛰어들고, 루시아는 결국 종신형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유디트는 증인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심지어 병원측이 감식 결과를 은폐한 사실이 있음을 발견한다. 유디트의 상사가 그녀의 이러한 발견을 묵살하자, 유디트는 루시아의 변호사와 힘을 합쳐 항소한다. 급기야 언론이 루시아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네덜란드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오심 판결은 마침내 뒤집힌다.



주주 Zouzou

솔란지는 자신의 세 딸들인 아가테와 마리, 루시가 며칠 간 자신의 집에 머무르는 것이 반갑다. 그녀는 딸들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특별한 소식을 전하지만, 딸들은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60살의 어머니를 상상할 수 없다. 게다가 솔란지의 손주이자 아가테의 딸인 주주는 생애 첫 사랑을 나누다가 들키고 만다. 가족 간에 성생활을 이야기하는 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퀴어 레인보우 Queer Rainbow


퀴어 레인보우 섹션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제 9회에 신설한 부문이다.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연대와 자긍심을 고취하고, 젠더와 섹슈얼리티 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에서 처음 마련된 레인보우 섹션은 여성영화제의 관객들이 사랑하고 열광하는 여성영화제만의 독특한 섹션이기도 하다. 올해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또한 관객들의 이러한 열광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영화들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의 퀴어 영화는 전통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비극적인 커밍 아웃 영화를 한참 벗어나 있다. 지금의 퀴어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즘과 분리될 수 없거나, 페미니즘에서 주장해 온 ‘차이’를 드러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안에 녹아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베어상을 수상한 <우리 삶의 이야기들>처럼 아카이브에 쌓인 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엮거나, <광란의 롤러 스케이트>처럼 퀴어들이 대안 문화를 주도하거나, 자신들의 차이를 이성애 사회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썸머>, <아니타의 마지막 차차차>, <펭귄은 북극에 살지 않는다>, <신촌 탱탱볼>,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로 제 형식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게이와 레즈비언 청소년들의 경험을 담은 <그 해, 우리는 사랑을 생각했다>와 인도의 레즈비언 페미니즘 운동을 담은 <보랏빛 하늘>처럼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인 것이다 

김선아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광란의 롤러 스케이트 Derby Crazy Love

영화는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다큐멘터리로 관객들을 롤러 경기와 페미니즘 제3의 물결이 지닌 활기찬 DIY 공동체의 심장부로 데리고 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 여성 스포츠는 얌전한 숙녀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캐나다에만 100개가 넘는 리그들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1,400개가 넘는 리그들은 자매애를 바탕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가 스포츠와 여성성을 통해 여성들을 바라봐 왔던 기존의 방식을 바꿔주는 악랄한 전사들을 만나보자.




썸머 Summer

발전소에서 나는 소음이 일상을 지배하는 마을. 16살인 안느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 곳에서 막혀있는 듯하면서도 모든 곳으로 이어질 듯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 질풍노도의 10대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안느는 그 10대 무리들과 어울리면서도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낀다. 그런 안느는 발전소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과는 전혀 다른, 가죽 자켓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레나를 본 후 사랑을 느끼는데…



우리 삶의 이야기들 Stories of Our Lives

2013년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예술집단 네스트는 <우리 삶의 이야기들>의 제작을 위해 자료를 수집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케냐의 게이, 레즈비언, 바이,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들이었다. 영화는 개인의 사랑, 싸움, 저항을 담은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고 케냐에서의 퀴어의 경험을 공동체의 역사로 담아 내려는 의도에서 제작되었다.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Appropriate Behavior

이란의 이상적인 딸이자 정치적으로 올바른 양성애자이며 유행에 민감한 뉴욕 브루클린의 젊은이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쉬린. 그러나 쉬린은 이 모든 정체성 중 어느 것 하나도 얻지를 못한다. 진부하지 않게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운 경험일 수 있다는 걸 진부하지 않게 보여주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