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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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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 Be Natural: The Untold Story of Alice Guy-Blaché 알리스 기-블라쉐(1873~1968)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왜냐하면 주류 영화사에 그녀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는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영화사(史)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바로잡는 다큐멘터리다. 기-블라쉐는 20세기 초의 영화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름들 - 뤼미에르 형제, 조르주 멜리에스, 토머스 에디슨, 루이 푀이야드, D.W. 그리피스, 에드윈 포터 등과 함께 활동했던 영화의 선구자였다. 총 1,00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 제작한 그녀는 영화에 본격적으로 서사를 도입한 첫 번째 감독이며, 흑인 캐릭터를 최초로 등장시킨 감독이다. 또한 흑백 필름에 색을 입히는 틴팅(tinting)이나 이중 인화 같은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전통적 젠더 구도에 과감하게 문제..
[PREVIEW] 멜랑콜리 걸 Aren't You Happy? 일정한 거처 없이 잠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여인이 있다. 매일 밤과 매일 낮, 낯선 남자들의 집과 환락의 밤이 펼쳐지는 난장과 정신분석의의 진료실과 미술관 등을 전전하는 이 여인은, 떠도는 시간만큼이나 쉴 새 없이 떠든다. 여인의 여정을 좇는 동안 우리는,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날선 말들을 가만히 응시하며 제대로 듣게 된다. 이내 곧 이 여인이 단 한 줄의 진전도 없는 글을 무력하게 붙들고 있는 작가라는 점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끝내, 그녀가 어떠한 성정과 사연을 지닌 사람인지 알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그녀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그녀는 영화 속 근사한 캐릭터가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나 있는, “구조적인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초상이 투영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여인은 조금 더 ..
[PREVIEW] 마우스피스 Mouthpiece 페미니스트가 맞닥뜨리는 가장 힘겹고 거대한 상대는 누구일까. 가부장제의 폭력성에 저항하며 삶의 주체로 바로서기 위한 과정에는, 어머니라는 여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대면하는 시간이 필연적이다. 는 페미니스트 여성 내부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캐시를 두 배우가 함께 연기하며, 여성의 머릿속을 포화 상태로 만드는 끝없는 논쟁과 갈등을 표현한다. 두 배우가 한 인물의 양분된 자아를 연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으나, 캐시는 빛과 어둠처럼 극명하게 나뉘지 않는다. 극중에서 그들은 자매, 모녀,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를 함축한다. 캐시는 캐시를 위로하고 방해하며, 부추기고 만류한다. 30대 비혼 여성이자 작가인 캐시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고, 추도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기..
[PREVIEW] 에바를 찾아서 Searching Eva 애써 찾지 않아도 에바는 온라인상에 언제나 노출된 채다. SNS적 자기과시가 일상화된 세상에 프라이버시 따윈 중요치 않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녀에게 프라이버시란 과거의 유물이다. 모호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살아가는 에바는 간성, 무남근, 양성애자다. 자폐증자이자 칩거 중인 중독자이고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다. 모델이자 베를린의 성노동자이며 방랑하는 아티스트다. 완고한 이탈리아의 시골에서 성장한 에바는 약물중독 어머니와 자율주의 노동주의자 아버지를 떠나 ‘무분별의 제국’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주의에 강간당한 자신의 과거를 매장한 후 유동하고 흐르는 순간들이 구성하는 정체성에 자신의 현재를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타인에게 부여된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에바’로 명명하며 블로그에 공사의 구분..
[PREVIEW] 내 발 아래 The Ground Beneath My Feet 갑자기 놀라며 잠을 깨는 롤라의 눈 주위에는 미처 닦지 못한 마스카라 흔적이 묻어 있다. 새벽 조깅을 하고 가지런히 정돈된 속옷을 서둘러 챙겨 출장길에 나선다. 젊은 컨설턴트인 그녀는 유능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도 지치는 내색 없이 일을 해내는 한편, 여성 상사 엘리제와 비밀스런 연애를 즐긴다. 그런 그녀에게 망상형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언니 코니는 엘리제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절대 들켜서는 안 될 치부다. 자살시도로 정신병원에서 치료중인 언니로부터 자신이 감금되어 학대당하고 있다는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병원에서는 언니가 전화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환각 증상을 앓고 있는 이가 코니인지 롤라인지를 두고 그녀와 관객 모두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를 알게 된 엘리제 또한 그..
[PREVIEW] 델핀과 캐롤 Delphine & Carole 1970년대 초 프랑스, 비디오 아티스트 캐롤 루소풀로와 배우 델핀 세리그는 당시 새롭게 등장해 부상하고 있던 매체인 ‘비디오’를 매개로 서로를 만나 곧 동료가 된다. 이후 캐롤은 그들의 공동작업과 1990년에 세상을 떠난 델핀에 관한 영화 만들기에 착수했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한 채 그녀 역시 200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미완의 자리에서 시작하는 칼리스토 맥널티의 은 다양한 기록 영상과 푸티지를 통해 두 사람의 만남과 활동을, 당대 영화계와 현실 속에 약동하고 있던 페미니즘 운동을 보여준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 노동환경과 임금에 대해 발언하고 변화를 만들었던 현실의 운동은 영상 매체와도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비디오가 보여준 가능성은 혁신적이었다. 델핀과 캐롤은 직접 휴대용 ..
[PREVIEW] #여성 쾌락 #Female Pleasure “모든 여성이 성적 자유를 누리고 섹슈얼리티를 영위한다는 사고는 큰 금기이자 전 세계의 여성이 당면한 과제예요.” 여성할례(FGM·Female Genital Multilation) 생존자인 소말리아계 영국 여성 레일라 후세인의 이 말은 전체를 관통한다. 인종과 종교, 국적이 모두 다른 다섯 여성이 각자가 속한 공동체 내부에서 공통적으로 자행되는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폭력적인 통제를 고발한다. 다섯 여성과 각각 관련된 5대 종교 경전에서 발췌한 구절들은 여성혐오의 오랜 뿌리를 역설하고, 영화 초반 제시되는 동시대의 광고들은 성적 쾌락의 주체인 남성의 시선에 맞춰 여성이 재현, 소비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출산과 양육의 도구이자 성적 쾌락의 수단으로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제한하고자 하는 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