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스케치] 무심한 듯 가슴에 ‘흐른’ 목소리 하나
(아래 글은 '어쿠스틱 릴레이' 세번째 공연에 참가한 관객 김은서씨와의 인터뷰를 각색한 것입니다.)
‘부장은 날 괴롭히기 위해 태어났을 거야.’
은서는 6시가 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바깥 공기가 온몸을 가볍게 쓸고 지나가자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다.
‘커피… 시원한 커피가 필요해.’
벌써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인가보다. 오늘은 4월이라기엔 후텁지근한 날씨였다. 해 질 무렵 신촌 거리가 문득 한없이 외롭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사들고 집으로 올라가는데 파란 옷을 똑같이 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은서 앞을 스친다. 그러고 보니 며칠 간 계속 눈에 띄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은서는 그제야 아트레온 입구에 걸린 커다란 현수막을 알아차린다. 그 크기에도 현수막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아니, 은서의 마음은 그렇게나 황량해져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KFC 쪽에서 공연이 있는 모양이다. 집에 가기도 싫고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그곳에 머무르기로 한다. ‘흐른’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가수였다. 통기타를 품에 안고 노래를 부른다. 그 옆에는 베이스가 보조를 맞춰주고 있었다. 갑자기 여름이 오는 것 같은 해 질 무렵의 냄새가 가슴을 조금 설레게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6/16_9_29_21_blog121418_attach_0_1.jpg?original)
은서의 옆에는 햄버거를 사와서 먹는 여학생 둘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과 딸기주스를 마시는 사람도 있다. 공연장이라기보다 야외 라이브 카페 같은 분위기다. ‘흐른’은 귀여운 얼굴에서 나오지 않을 법한 읊조리는 듯 무심한 음색을 가진 가수였다. 노라 존스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노라 존스보다는 더 목소리에 힘을 뺐다고나 할까? 도시적 멜로 드라마에 어울릴 것 같은 음악이다.
“1집이 여름에 나옵니다. 여러분. 제겐 여성영화제가 더 특별한데요, 8회 때 스태프로 활동을 했었거든요. 그때 노란 옷 입고 지금 여기 파란 옷 입은 분들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녔죠. 영화는 올해 못 봤네요. 여러분들 영화 많이 보셨어요?”
외톨이를 위한 노래, 다가와, 그리고 앙코르곡으로 부른 귀가까지 40여 분 동안 6곡 정도를 듣는 동안 은서의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특히 가수가 ‘밤에 일을 하고 아침에 집에 갈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고 소개한 <귀가>라는 곡의 가사는 너무 와 닿았다. 비틀거리는 건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고. 감수성 있는 목소리가 봄밤에 참 어울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t1.daumcdn.net/tistoryfile/fs4/15_9_29_21_blog121418_attach_0_7.jpg?original)
공연이 끝나고 영화제 안내 책자를 하나 집어 든다. 은서는 집으로 향하며 내일 여기서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한다. 이왕이면 집도 가까우니 내년에도 한 번 와봐야겠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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