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여자, 활개 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설렘을 잃고 두려움을 얻는 일일 것이다. 하고 싶어서 자원한 것이었지만 막상 채택이 되고나자, 나에게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생기는 ‘의무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 기대보다는 경계심이 더 컸다. 두려움과 경계심, 그리고 약간의 설렘과 기대를 안고, 그렇게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운영팀 자원 활동이 시작되었다. 영화제 3일째, 점점 지쳐가고 있을 무렵, 외국인 관객이 혼자 영화를 보러 왔다. 영화제 책자에는 영어로도 소개가 되어있었으니 티켓을 발권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발권을 마쳤을 무렵에는 입장을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영화였다. 모두가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이방인 앞에서 작아졌을 때, ‘지하 3층인 1관으로 내려가세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