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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개 발견

[크리틱] 검색 결과

  1. 미리보기 2018.06.25

    제9회 피치&캐치 여성영화인 발굴 지원!

  2. 미리보기 2018.06.25

    장편경쟁부문-전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다!

  3. 미리보기 2018.05.23

    [SIWFF]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4. 미리보기 2018.05.23

    [SIWFF] 스크린을 사로잡은 대담한 욕망!

  5. 미리보기 2018.05.04

    [SIWFF] 새로운 물결 “2018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6. 미리보기 2018.05.04

    [SIWFF] 개막작 “아녜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7. 미리보기 2018.03.23

    혐오를 되치는 여성들: <비밀은 없다><미씽>

  8. 미리보기 2018.02.19

    여자는 왜 여자고, 엄마는 왜 엄마인가: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9. 미리보기 2017.12.19

    ‘늑대-여자’들의 동물성: <스푸어>, <로우>, <로건>

  10. 미리보기 2017.05.16

    [2017 SIWFF 미리보기] 새로운 물결

  11. 미리보기 2017.05.15

    [2017 SIWFF 미리보기] 배리어프리 상영 / 김선민 감독 추모전

  12. 미리보기 2017.05.15

    [2017 SIWFF 미리보기] 쟁점: 테크노페미니즘 - 여성, 과학 그리고 SF

2018.06.25 16:54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제9회 피치&캐치 여성영화인 발굴 지원!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67일 폐막식에서 제9회 피치&캐치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부문수상작을 발표했다. 지난 45일부터 진행된 공모를 통해 총 105편의 작품이 접수된 제9회 피치&캐치는 치열한 예심 끝에 극영화 및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각각 5편씩 총 10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선정된 10편은 5월 한 달간 피치&캐치 랩(LAB)을 거쳐 61일 영산산업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피칭을 선보였다.

 

극영화 부문 메가박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은 임선애 감독, 박관수 프로듀서의 <69>이다. 사회적으로 외면 받고 있는 노인의 여성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을 성폭력이라는 사건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용기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69>의 임선애 감독은 성폭력 피해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 여성 이야기를 다뤘는데, 영화계 사각지대에 있는 저를 발굴해주셔서 감사하다. 첫 공식석상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여서 더욱 영광이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극영화 관객인기상은 조현진 감독, 정한결 프로듀서의 <장송곡 싱어>가 수상했다.

 

다큐멘터리 부문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작품은 박강아름 감독, 김문경 프로듀서의 <외길식당>이다. 페미니스트 감독이 마주한 가부장에 대한 자기 딜레마를 폭로한 작품으로, 가부장제를 유머와 희화화 전략을 통해 재미있게 짚어냈다. <외길식당> 박강아름 감독은 피치&캐치를 통해서 여성영화감독과 PD를 만나서 반갑고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해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외길식당> 1년의 제작을 거쳐 내년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하게 된다.

 

포스트 프로덕션 전문업체 포스트핀에서 디지털 후반작업 지원을 받는 포스트핀 상은 정다솔 감독의 <그대 나의 동료가 되라>이다. 다큐멘터리 부문 관객인기상은 최빛나 감독의 <걍 집에 있을걸>이다.

 

여기에 올해는 피치&캐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에 각각 메가박스 우수상, 진진 우수상이 신설되었다. 6년 전부터 피치&캐치를 후원한 메가박스에 이어서, 영화사 진진이 새로이 상금을 지원하며 피치&캐치에 힘을 보탰다.

 

작성 : SIWFF 피치&캐치팀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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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5 16:53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장편경쟁부문-전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나다!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장편경쟁부문을 신설해 20주년을 맞이한 영화제의 성장과 더불어 전 세계 여성영화인들의 힘찬 도약을 기대케 했다.

 

먼저 국제장편경쟁부문에는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장편 데뷔작이 총 64편 출품되었고 8편이 본선에 올라 각축을 벌였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상을 수상한 <애니멀>에 대해서 어린 주인공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넘치는 에너지와 매력적인 연기로 풀어나가는 영화라고 전하며 가족과 마을 공동체 속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스스로의 성에 눈뜨는 여정 속에서 주인공의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성장영화 내러티브를 신선하게 풀어낸다고 평을 남겼다.

감독상을 수상한 <행복하길 바라>우선 양밍밍 감독이 각본과 연기, 편집까지 모두 맡았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대 베이징의 삶을 배경으로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뾰족한 위트로 풀어냈다. 자신만의 팔레트를 이용해 자유로운 영화적 표현을 선보인 것이 흥미진진했고, 앞으로 어떻게 목소리를 키워 나갈지 행보가 몹시 기대되는 감독이라는 평으로 여성영화인 발굴에 의미를 더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나는 태양의 한 방울>의 평으로는 소외된 이민자 사회와 그루지아 성매매 여성들의 삶 등, 그 동안 조명되지 않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소재를 오랜 기간 열정으로 다뤄낸 감독의 끈기에 경의를 표한다. 비전문 배우들을 선택한 안목을 지니고 시각적 언어를 명료하게 구사하는 재능 있는 감독의 등장에 매우 기쁜 마음이다라고 밝혀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한국장편경쟁부문은 1997년 서울국제영화제가 최초로 개막한 이래 2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국영화계에서 축적된 여성영화인의 저력을 확인하고자 마련된 섹션으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21편이 출품되었다. 수상작 선발에 앞서 심사위원단은 한국장편경쟁 섹션 본선에 오른 영화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점이다반가운 모습이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다섯 편의 영화에서 소재를 다루는 방식미적 요소인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으며또한 한국사회  여성의 삶과 성숙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 작품을 격려하고자 하는데 이견이 없었으며 최고 작을 선정했다고 밝히면서 작품상에 <구르는 돌처럼>, 심사위원특별언급으로 <어른이 되면>을 선정했다.

특히 작품상을 수상한 <구르는 돌처럼>나이 들어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영화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하고, , 교육학, 그리고 자기성찰을 통해 세대를 건너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여성이 보내는 긍정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높이 평가했다. 예술을 세대 간 이해와 교육, 그리고 치유의 강력한 도구로 바라보는 힘있는 이야기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작성 : SIWFF 프로그램팀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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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8:33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SIWFF] 동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다!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최근작을 상영하는새로운 물결과 현안의 뜨거운 여성주의 이슈를 선정하고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쟁점들섹션을 통해 동시대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1.    새로운 물결

먼저 새로운 물결을 통해서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스와질란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 전 세계에서 최근에 제작된 여성 영화의 특징과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물결 프로그램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향으로는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꼽아볼 수 있다. 첫째, ‘여성자체가 영화의 사건이 된다는 점, 둘째, 성장 영화 장르의 변화, 셋째,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영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마가레타 폰 트로타 감독의 <닉을 잊어라>와 데브라 그래닉 감독의 <흔적 없는 삶>,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또한 감독의 이름 자체로도 새로운 물결 프로그램을 풍부하게 하는 영화들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    쟁점들

쟁점들에서 다루는 올해의 키워드는 낙태, #미투, 디지털 성폭력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낙태죄 폐지 요청이 본격화되면서 이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구가 되었으며, #미투와 관련해서는 지금 여기 한국 여성 감독들의 즉각적 응답인 단편 세 편이 상영된다. 또한 1940년대 미국에서 강간 고발 후 침묵을 강요당했지만 지지 않고 무명의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흑인 여성을 다룬 <레시 테일러의 #미투>, 법조인으로서 상사의 성폭력을 고발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아니타 힐>이 상영된다.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소셜 미디어 시대의 여성혐오주의적 십대 문화와 유출된 섹스 비디오가 급격하게 한 소녀의 삶을 파괴하는 과정을 그린 <녹이 슨>이 상영된다. 이처럼 세 키워드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쟁점 토크를 통해 스크린이 현실과 연계되는 공론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l  [쟁점 토크 1] 낙태죄가 폐지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토크는 낙태죄 폐지 이후에도 여전히 재생산권이 공격 당하고 있는 미국의 상황을 다룬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상영 후, 한국 사회에서의 낙태죄 폐지와 관련된 맥락과 법적 쟁점, 낙태죄 폐지와 함께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요구와 과제들을 이야기한다.

 

일자 6 2() 12:00

장소 메가박스 신촌 4

공동주최 성과재생산포럼

사회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발표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장)

 

* 본 토크는 6 2()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101) 상영 후에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토크 프로그램에만 참여할 수 있으며 무료 입장이 가능합니다.

- 영화 관람을 원하실 경우 티켓을 구매, 소지하셔야 입장 가능합니다.

 

l  [쟁점 토크 2] 여성가족부XSIWFF 토크콘서트: #WITH YOU

여성가족부와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로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METOO, #WITHYOU를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한 후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일자 6 4() 14:00

장소 메가박스 신촌 2

후원 여성가족부

사회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발표 이영진 (배우),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 본 토크는 6 4() <아니타 힐> (77) 상영 후에 진행되며 전석 무료입니다.

- 사전 신청: 5 17() ~ 6 3()

- siwffian@siwff.or.kr로 신청 메일을 보내시거나 02-583-3595 / 02-588-5355로 유선을 통해 신청하시면 됩니다.

(최대 1 2)

- 현장발권: 6 4() 오전 9시부터 시우피안 데스크에서 발권 가능합니다.

- 티켓 배부는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될 수 있습니다.

 

l  [쟁점 토크 3] 이젠 신물 나: 온라인 괴롭힘의 대가

이번 대담에서 아니타 사키시안은 자신이 활동가로 활약하게 된 이유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온라인 괴롭힘 행사자의

태도와 행동이 어떻게 반동주의적 정치 의제를 유지하고 여성의 침묵을 강요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자 6 6() 13:00

장소 메가박스 신촌 3

후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WISET)

인사말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소장)

강연 아니타 사키시안

 

* 본 토크는 6 6 <방해말고 꺼져!: 게임과 여성> (75) 영화 상영 후 진행됩니다.

- 영화와 강연을 같이 관람 시 12,000원으로 온라인구매 및 현장구매가 가능하며, 강연만 참석 시에는 6,000원으로 당일 현장구매만 가능합니다.

 

 

작성 : 김선아 집행위원장/수석 프로그래머, 조혜영 프로그래머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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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3 18:31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SIWFF] 스크린을 사로잡은 대담한 욕망!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모니카 트로이트 회고전: 대담한 욕망섹션을 통해서 급진적인 주제와 미학을 탐험해온 독일 실험영화 감독 모니카 트로이트의 회고전을 국내 최초로 갖는다. 사드와 마저흐의 저작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를 탐구한 <유혹: 잔인한 여자>로 장편 데뷔한 모니카 트로이트는 현재까지 퀴어 영화의 대표적 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트로이트는 규범적이지 않고 대담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위반적 여성 캐릭터를 소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안정적이고 단일한 정체성을 구성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하고 급진적인 성적 실천을 재현했으며 주인공들의

비행은 저항의 핵심적 형식이 되었다. 그녀의 영화는 성적 실천이 단순히 개인의 욕망의 문제를 넘어서 타자와 조우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문제임을 역설한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섹슈얼리티뿐만 아니라 자주 다른 인종, 국가, 문화의 배경을 가진 인물들의 만남을 소재로 삼았다.

 

이번 회고전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는 퀴어 영화의 선구자였던 트로이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1980년대

퀴어 영화가 어떻게 성 정치학과 여성 이미지 재현의 최전선을 이끌었는지를 듣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l  마스터 클래스: 모니카 트로이트, 대담한 욕망

1980년대 퀴어 영화의 선구자이자 급진적인 주제와 미학을 탐색해온 독일 실험영화 감독 모니카 트로이트의 마스터클래스를 갖는다. 모니카 트로이트는 위반적이고 비규범적인 여성 캐릭터를 통해 성 정치학과 여성 이미지 재현의 최전선을 이끌어온 감독이다. 모니카 트로이트 감독을 모시고 퀴어 이미지의 급진적 재현과 관련된 쟁점부터 미국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브라질 인권 운동가, 대만 여성들의 민주주의 운동 등으로 확장된 최근 작품까지 도전적인 그녀의 영화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일자 6 2() 17:00

장소 메가박스 신촌 4

연사 모니카 트로이트

 

* 마스터 클래스는 <버진 머신> (84) 상영 후 진행됩니다.

- 본 행사는 온라인 및 현장에서 10,000원에 구매 가능합니다.

 

 

작성 : 조혜영 프로그래머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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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12:36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SIWFF] 새로운 물결 “2018년 여성영화의 흐름을 한 눈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새로운 물결섹션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감독의 최근작을 상영한다. 올해 새로운 물결 프로그램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첫 번째 경향은 여성자체가 영화의 사건이 된다는 점이다. 여성은 가부장제사회에서 여성임을 인지하고 견지하는 태도를 갖고 있으며, 그렇기에 가부장제사회와 여성의 갈등과 부침을 지속적으로 영화화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여성은 때로는 계급과 신분에 얽혀 있으며, 성폭력의 기억으로 얼룩져 있기도 하고, 어머니를 거쳐 역사를 만나기도 하고, 여자이기에 스스로의 몸을 다르게 경험한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성장 영화 장르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여성감독들은 오랜 동안 아동 영화나 십대 영화 장르와 자의든 타의든 친화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성장 영화에서 부모나 남자 아이와의 연애가 여자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미미해 지고 소녀들은 그야말로 스스로 성장의 길에 나선다.

 

세 번째는 여성감독들이 일반적이고 다수라는 이유로 남성만을 대표자로 여기는 사회적 영역이나 용어를 향해 여성의 과소대표성을 영화화하고 있음을 특징을 들 수 있다. 씨네필하면 왜 남성을 떠올릴까. 영화감독하면 왜 여성감독 스스로도 성의 구분을 없애려고 할까. 민주주의는 남성들이 이루고 그래서 사회적 위기는 남성들만이 겪는 것인가. 상식과 보편이라는 이름이 남성과 얽힌 채, 감춰진 여성들은 자신을 드러내면서 여성의 과소대표성에 도전한다.

 

작성 : 김선아 집행위원장/수석 프로그래머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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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4 12:35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SIWFF] 개막작 “아녜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프랑스 뉴웨이브 운동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아녜스 바르다와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인 JR이 공동 감독한 매력적인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다.

노안으로 세상이 희미하게 보이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사진작가 JR에게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작은 트럭을 한 대 구입해 프랑스 시골을 다니며 사람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긴다. 포토 프린팅을 거쳐 마을 곳곳에 확대 전시되는 얼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전시된 장소를 새롭고 낯설게 보게 되고, 사진의 주인공 또한 삶보다 더 큰 예술을 마주할 때의 감동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의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눈처럼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잡고 싶다. 사진은 지나쳐 가는 순간을 멈춰 간직하는 데에 최고의 예술이며 사람의 얼굴은 만남의 순간에 가장 강하게 남는 최고의 인상이다. 그래서 클로즈 업 사진은 수많은 마주침을 소중하게 담은 선물이 된다.

바르다와 JR은 시골의 버려진 탄광촌 마을, 농부의 집, 트럭으로 배달하는 우체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부두와 공장, 해변의 벙커 등을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잊혀져간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은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얼굴을 갖게 되고 비로소 실존이 된다.


<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이미지를 사랑했던 영화광이 만든 영화이자 영화만큼이나 삶을 사랑했던 거장의 삶에 대한 찬가이다. 영화에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다르에게 눈-영화-이미지-얼굴() 혹은 삶과 영화의 관계는 단절과 반목의 관계였다면, 바르다에게 그것은 서로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생기를 불어넣는 우정의 관계 아니었을까.

 

작성 : 김선아 집행위원장/수석 프로그래머

정리 : SIWFF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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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3 10:58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혐오를 되치는 여성들: <비밀은 없다><미씽>

혐오를 되치는 여성들: <비밀은 없다> <미씽> 모성과 여성연대

 

 

 

<비밀은 없다> 연홍은 자기만의 견고한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는 너무나 견고하여 근거없는 의심조차 확고한 신념이 되며, 타인의 타당한 문제제기는 기어이 무력화되고 만다. 세계는 주술과 심상이 지배하는 세계다. 그러므로 현실에 세계가 드러나는 순간, 연홍은 어김없이 실패를 경험하고, 정상성을 벗어난 것으로 배척당한다. 손희정은 이런 연홍의 모습을 들어, 영화가 맘충의 역습을 보여주는 모성 복수극이라고 말한다 (손희정, <씨네21>).

 

 

 

 

영화의 초반, 평범해 보이던 연홍의 세계가 견고한 자기 안의 세계로 향하는 것은 물론 딸의 실종이 계기가 된다. 영화는 두 번의 잠금해제 장면을 통해 이 세계의 변화를 감지한다. 초반부에 정치 스릴러 혹은 범죄 스릴러처럼 진행되던 영화는 민진의 이메일의 비밀번호가 풀리는 순간, 파편화된 이미지의 나열과 함께 일시적으로 사이코 드라마 혹은 오컬트로 옮겨간다. 이때부터 연홍의 광기어린 행동들이 시작된다. 미옥을 최면술사에게 데려가 소득없는 증언을 하게 만들거나 가위로 자신의 손을 찔러 남편의 선거사무소 사람들을 협박한다.

번째 잠금해제는 민진을 죽인 범인의 휴대폰이다. 연홍이 무당인 친구를 찾아가 굿을 하는 모습과 액정이 깨진 휴대폰의 패턴을 풀기 위해 미친 듯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미옥의 모습을 교차시킨다. 굿판에서는 남편 김종찬에게 주술을 거는 붉은 글씨들이 휘날리고 있다. 점점 굿은 절정으로 치닫고 휴대폰의 패턴을 아무렇게나 만드는 미옥의 손도 신경질적으로 빨라지다가 일순간 휴대폰의 패턴이 풀려버린다. 그리고 순간 미옥과 연홍은 동시에 각성한다. 그리고 각성을 알리듯 멀리서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잠금해제된 휴대폰에는 눈을 뜨고 죽은 민진의 얼굴 사진이 뜬다. 곧이어 민진의 시체가 발견되고, 미옥은 웃는다. 그리고 이제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미친 동네에선 아무도 믿으면 안돼”라는 연홍의 말과 함께 광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영화의 톤은 다시 냉정함을 되찾고 연홍은 범인을 찾는 탐정의 역할로 돌아간다.

탐문의 결과 연홍은 딸을 살해한 범인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죄의 방식은 대개의 사적 복수가 이뤄지는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생명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 정치적 생명을 앗아오는 것이다. 그의 사회적 지위의 박탈은 호모 소셜한 남성 연대의 사회에서 그를 영원히 낙오자로 만드는 것이며 그로 인해 죽음을 선고하는 것이다.

민진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자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쓴다. 그러나 국가 시스템에 자신의 보호를 기대했던 민진의 꿈은 깨지고, 가부장에게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대했던 연홍의 역시 가족을 손으로 죽이는 가부장에 의해 파탄난다. 결국 한국사회를 지탱해오던 축의 판타지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주체로서 가부장,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주체로서 국가의 수장 무너지고 만다. 남은 것은 축의 붕괴를 경험한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남을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여기에 서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감응하는 주체, 미옥과 민진 그리고 연홍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의 등장은 절대적이다.

 

 

 

 

 

<비밀은 없다>에서 중산층 가정의 안락한 삶에 안주하던 연홍과는 달리 <미씽: 사라진 여자>(이하 <미씽>) 주인공 지선은 싱글맘이자 워킹맘이다. 자신의 때문에 다가오는 아이를 밀쳐내거나 아이의 콧물을 먹는 보모 한매에게 ‘더럽다’는 표현을 쓰는 지선의 모습은 ‘무책임한 엄마’ 혹은 ‘매정한 엄마’로 보인다. <비밀은 없다> 연홍이 ‘맘충’으로 표현되는 비호감 엄마라면 <미씽> 지선은 여자가 ‘너무’ 똑똑해서 ‘재수없는’ 이른바 ‘배운 여자’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선은 상사로부터 “이래서 엄마들하고 일하기 싫”다는 혐오의 발화를 견뎌야 한다.

그러나 ‘배운 여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선은 아이가 사라지자 신고를 하는 대신 개인적으로 한매를 찾아다니다 보이스피싱을 당하기도 한다. 경찰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호소하고 그들을 움직이게 만드려는 <비밀은 없다> 연홍과는 달리 지선은 애시당초 경찰은 믿지 못하며 혼자 움직이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한다. 아이의 목숨이 달려 있는데 아이의 양육권을 걱정하여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은 얼핏 비현실적인 신경증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그녀의 ‘과잉된’ 예민함은 일종의 환각 형태로 드러나는데, 지선이 한매의 환영(혹은 ) 보는 장면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매를 추적하다 새벽에 시골의 사진관을 찾게 지선은 뿌연 밤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한매와 자신의 아이 다은을 본다. 황급히 따라간 지선이 한매를 불러세우자 한매는 뒤를 돌아본다. 그러나 거기에서 마주한 얼굴은 피를 흘리고 있는 지선 자신의 모습이다. 지선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깬다. 한매에게서 고통받는 자신의 얼굴을 보는 동일시의 환각은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선이 한매에게 갖는 연민이자 이후 피해자인 지선이 가해자인 한매에게 사과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특히 영화에서 지선과 한매의 동일시는 반복적인 플래쉬백을 통해서 이뤄진다. 플래쉬백은 종종 지선의 얼굴에서 시작해 한매의 과거를 보여준 지선의 얼굴로 끝난다. 지선이 안마업소를 찾아가 한매의 동료를 기다리는 동안 사장은 지선에게 “진짜 하는 똑같네”라며 한매(목련) 역시 지금의 지선처럼 같은 쇼파에 앉아 손톱으로 쇼파의 가죽을 뜯어냈다고 한다. 순간 지선의 얼굴을 비추던 카메라는 지선의 시선을 따라 쇼파 위에 놓인 손으로 옮겨간다. 카메라가 다시 틸트업 하면 그곳에는 지선 대신 한매가 있다.

 

 

 

 

 

수잔 헤이워드는 플래쉬백이 진실을 보여주는데 연대기적인 이야기보다 효과적일 있는데 이것은 “플래쉬백이 갖고 있는 자기 고백적인 특성과 플래쉬백이 수수께끼에 답을 주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각주:1] 그러나 <미씽>에서 한매의 플래쉬백 장면은 지선의 시선으로 시작되거나 종료된다. 자기고백할 주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고백을 대신하는 것은 지선이며 지점에서 둘은 지속적으로 연결된다.

지선은 한매의 과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선의 아이 때문에 한매의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한매의 아이를 병원에서 내쫓은 것은 지선이 아닌 지선의 남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과잉으로 해석된 죄책감이다. 앞서 지선의 예민한 행동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런 과잉 해석과 예민함이야말로 여성간의 공감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된다. 우에노 치즈코는 이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 여성은 이중의 혐오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와 여성으로서의 자기혐오- 마주하고 살아간다고 이야기하며,[각주:2] 자비에 돌란은 이런 예민함과 신경증은 이성애자 남성이 아닌 이들이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한다.[각주:3] 이언희 감독은 한매와 지선의 계급적 차이에 앞서 여성들이 놓이게 되는 편견과 폭력적인 상황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각주:4] 여성이면 누구나 한매도 있고 지선도 있다는 것이다[각주:5] 그러므로 지선과 한매의 동일시와 지선의 과잉 죄책감은 편견과 폭력의 피해자가 느끼는 공감이자 연대의 단초가 된다. 비록 지선은 한매를 구하진 못했지만 말이다.

 

 

 

 

배주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1. 수잔 헤이워드, 「(개정판)영화사전: 이론과 비평」 한나래, 2012, 644쪽. [본문으로]
  2. 우에노 치즈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은행나무, 2010 [본문으로]
  3. <<허핑턴포스트>> [본문으로]
  4. 이예지, 「“당하지 않고 사는 여성 캐릭터들을 그려내고 싶다” - <미씽: 사라진 여자> 이언희 감독」, <<씨네21>>, 2016년12월14일 [본문으로]
  5. 위의 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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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9 18:17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여자는 왜 여자고, 엄마는 왜 엄마인가: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여자는 왜 여자고, 엄마는 왜 엄마인가: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2017)는 일본의 대표적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의 최신작이다.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를 만든 오기가미 감독은 낯선 곳에 함께 모여 위로하고 기존의 삶의 속도와 무게를 덜어냄으로써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위 힐링 시네마붐을 일으킨 주역이다. 오기가미 감독은 바쁘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현대인의 삶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긴 하지만 사회구조적인 논평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기가미 감독의 치유 공동체는 다분히 모든 개인은 선하다는 이상주의적이고 낙관적인 태도에 바탕을 두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따뜻한 풍경과 대안 가족 등 기존의 작가적 관심사를 이어나가지만, 개인과 개인의 연결이 아닌, 사회 내 개인, 가족관계 내의 개인을 그렸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건 아마도 트랜스 여성이라는 일본 사회 내에서 여전히 억압받고 배제된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오래된 페미니즘 쟁점 중 하나인 모성을 질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장편 극영화에서 트랜스젠더가 주요인물인 영화들이 영화제나 예술영화상영관을 중심으로 부쩍 눈에 띄고 있으며 비평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영화인 <꿈의 제인>(2016)<죽여주는 여자>(2016)뿐만 아니라 미국영화 <어바웃 레이>(2016), <탠저린>(2015), <대니쉬 걸>(2016), 칠레영화 <판타스틱 우먼>(2017), 일본영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2017) 등이 그런 영화들이다. 사실 그동안 트랜스젠더는 성적소수자 중에서도 스크린 상의 재현 자체가 매우 희소하거나 아니면 정형화되어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랜스 남성을 다룬 영화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3xFTM>(2008) 같은 좋은 영화들이 있기는 했지만 매우 희소했으며, 반면 상대적으로 트랜스 여성이 조연으로 등장한 영화는 꽤 되지만 지나치게 정형화되어 장르적 장치나 끌리셰로 이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2000년대 트랜스젠더인 하리수 배우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후 한국영화에서도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영화에 종종 등장했다. 영화에서 트랜스젠더라고 밝히진 않지만 하리수 배우가 주연을 맡아 그 정체성의 존재감을 지을 수 없었던 <노랑머리2>(2001)부터 성장영화라 할 수 있는 <천하장사 마돈나>(2006)<지금 이대로가 좋아요>(2007), 그리고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장르적 반전의 주요 실마리가 되는 <가면>(2007),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시각적 독특함의 장치로 사용한 <하이힐>(2014)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은 특히 장르 영화에서 극단적 남성성과 여성성을 아이러니하게 드러내는 이색적인 시각적 볼거리나 반전의 속임수 장치 혹은 신뢰하지 못할 주인공의 배경으로 착취적으로 사용되어 온 부분이 있다. 특히 이러한 장르적 사용은 트랜스젠더의 성전환을 다른 목적이 있는 속임수라 여기고 그렇기 때문에 신뢰하지 못할 대상이라는 편견을 강화한 면이 있다. 게다가 이런 착취적 사용은 암묵적으로 성전환이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지거나 메이크오버처럼 외모에 국한되고 단기간에 완결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일본영화지만 한국과의 인종적, 문화적 유사성 때문에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는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가 보여주는 현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다각도로 깬다. 이 영화의 주인공 린코는 트랜스 여성으로 수술을 끝낸 상태이지만 심리적이고 관계적이고 법적인 측면에서 여성성과 관련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협상하고, 저항하고, 재구성한다. 그녀 스스로가 전환의 여정을 일단락 하고 싶다 해도 외부로터의 도전과 압박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영화는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면서도 토모라는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쉽고 대중적인 가족영화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만만치 않다.

 

 

11살 소녀 토모의 엄마는 싱글 맘으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토모를 버려두고 집을 나간다. 그럴 때마다 혼자 사는 삼촌 마키오를 찾았던 토모는, 이번에는 삼촌 역시 애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삼촌의 애인은 바로 트랜스 여성 린코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굴던 토모는 엄마와 달리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린코에게 마음을 연다. 토모, 린코, 마키오는 서로를 이해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나간다.

 

오기가니 감독은 개인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모성에 대해 더 질문하게 되었다고 인터뷰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모성에 대한 의문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중 하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모성의 다양한 모습을 세심하게 그린다. 토모의 엄마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은 아니다. 그녀는 토모를 사랑하는 것 같지만 남자친구 때문에 딸을 방치한다. 반면 린코는 생물학적으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트랜스 여성이지만 토모의 엄마보다 돌봄에 뛰어나다. 토모의 기분을 세심하게 살피고, 같이 놀아주며, 귀여운 도시락을 싸주고, 머리를 묶어주며, 사춘기의 신체적 변화에 호기심을 갖게 된 토모에게 자연스럽게 여성되기의 정보를 나눠준다(린코야 말로 여성되기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많은 정보를 가진 성교육의 적임자일 것이다). 린코는 사회가 전형적으로 엄마들에게 기대하는 바와 관련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영화는 린코의 돌봄 능력 혹은 모성을 이상화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린코의 돌봄 능력은 직업적인 것일 수 있다. 린코는 간호사로서 요양병원에서 노인환자들과 동료들을 뛰어나게 보살핀다. 그녀의 돌봄 능력은 직업적인 탁월함인가 혹은 개인적인 능력인가, 아니면 여성성이나 모성의 발현인가. 그것도 아니면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여성 특정적인 직업인가. 린코의 상황은 사실 이 질문들이 *시스젠더 여성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드러내며, 여성성에 대해 급진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린코가 진정한 모성을 갖고 있고, 토모의 엄마는 그 반대라는 식으로 대립시키지 않는다. 사실 그 둘 모두가 어찌 보면 모두 모성의 모습이다. 여기에 자식의 정체성혼란을 함께 겪으며 트랜스젠더 딸에게 뜨개로 만든 가슴을 선물해주었던 린코의 엄마, 그리고 바람핀 남편에게 상처를 입고 토모의 엄마에게 엄격하게 토모의 할머니, 아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깊은 상처를 입힌 토모의 같은 반 친구 카이의 엄마까지, 다양한 엄마들의 입장과 갈등, 욕망을 보여준다. 영화는 엄마들이 저지르는 아동방임, 혐오발언, 정서적 폭력 같은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애써 변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모성을 배척하지도 않는다. 엄마되기 역시 여성되기 혹은 성전환처럼 한 번에 완성되거나 완결되는 것이 아니며 과정으로서 언제든 실수할 수 있고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삼촌은 토모에게 토모의 엄마도 한 명의 개인으로서 자기만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며 이상적인 모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한편 토모는 자살 기도한 카이에게 네 엄마도 틀릴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다양한 엄마들은 소위 정상 가족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질문하게 만든다. 다양한 엄마들에 둘러싸인 주인공 토모는 오히려 생물학적 엄마의 계보, 그리고 린코 엄마의 계보를 모두 받아들인다. 토모는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엄마를 이해하며, 린코의 엄마가 린코에게 뜨개 가슴을 선물했던 것처럼 린코가 만들어 준 털실 가슴을 받으며 그녀를 또 다른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뜨개질, 요리를 비롯한 가사노동, 돌봄 노동, 꽃 달린 가디건과 원피스, 지나치게 정돈되고 부드러운 제스처 등으로 묘사된 린코가 지나치게 정형화된 여성성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것을 가부장제가 강요한 전형적 여성성이라고 보아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 여성성은 누군가의 취향, 누군가의 재능과 능력, 혹은 직업 정신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여성성이 강고하게 존재하는 현실의 상황에서 늘 혹독하게 자신의 여성성과 관련해 도전받고 증명을 요청받는 트랜스 여성들에게 선택의 폭이 넓은 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여성성은 린코의 취향과 개성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강고한 성별이분법의 현실의 반영일 수도 있다. 아마도 현실의 성별이분법의 경계가 흐려지면 트랜스젠더들의 젠더 표현도 함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한 개인에게 있어 그녀가 시스젠더든 트랜스젠더든 젠더의 표현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삶의 경험에 따라 충분히 유동적이며 변화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쟁점과 관련해 일종의 전복을 보여주는 모티브는 108개의 뜨개 남성성기다. 젠더 정체성은 내적인 인지와 감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시청각적인 것이기도 하다. 오기가미 감독은 사물이나 요리 등을 통해 감정을 보여주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이 영화에서는 바로 뜨개질이라는 행위,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남성성기에 번뇌를 불어넣는다. 온갖 불안, 혐오, (신체적/심리적) 고통, 분노, 집착, 미련 등이 뜨개질을 하며 엮어진다. 신체적, 법적 전환만이 성전환이 아니라 이러한 감정들 역시 전환의 과정에 포함된다. 그리고 그 전환은 또한 개인적이지 않으며 관계 속에서 함께 이루어진다. 그것이 마키오와 토모가 린코의 뜨개질에 동참하는 이유다. 게다가 곧고 꼬부라지고, 작고 크고, 단색이고 무지개인 다양한 모양의 남성 성기는 다양한 남성성, 여성성이 존재함을 보여주며, 성기의 물신화를 무너트린다. 108개의 성기는 전환(transition)이 단기간의 결과가 아니라, 물론 계기의 순간들이 존재하지만 지속(duration)이며, 성기가 유일한 전환이 아니라는 점을 외화한다. 다시 말하면, 물신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신화를 무너트린다(각자 엮는 속도와 방법에 따라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 뜨개라는 행위는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사실 성기에 대한 집착과 물신화는 성기수술 등으로 성별전환의 가부를 결정하는 과 트랜스젠더들에게 성기와 관련해 관음적이고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시스젠더 가부장제사회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108개의 뜨개 성기를 태우는 장면은 한편으로 해방적이지만 사실 한계이기도 하다. 오기가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개인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카이 엄마의 혐오발언과 병원 입원 시 남자병동에 들어가게 된 린코의 상황은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전 작품들처럼 침해와 억압의 순간에 번뇌를 태우고 개인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면에서 가족영화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트랜스젠더 정체성의 캐릭터가 나오는 이 영화에서 흥미롭게 볼 부분은 배우의 캐스팅과 연기연출이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시스젠더 남성 배우, 시스젠더 여성 배우, 트랜스젠더 배우이다. 예를 들어, 트랜스 여성을 연기하기 위해서 시스젠더 남성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 이 영화처럼 보통 예쁘장하거나 선이 여리여리 하다고 평가를 받는 배우를 캐스팅한다. 이 영화는 쟈니스 주니어 출신의 아이돌 배우 이쿠타 토마를 캐스팅했다. 이런 경우 매체들은 여자보다 더 예쁜 남자들이라는 수식어를 달곤 한다. 시스젠더 여성 배우를 캐스팅할 때는 체격이 상대적으로 큰 배우를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 이 캐스팅의 과정과 연기의 방식은 우리 사회가 여성성과 남성성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고정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게 한다. 최근에는 <죽여주는 여자>의 안아주 배우, <탠저린>의 두 주인공을 맡은 키타나 키키 로드리게즈와 마이야 테일러, <판타스틱 우먼>의 주인공 다니엘라 베가처럼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배우들이 직접 트랜스젠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경우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 아마도 가장 이상적인 경우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이 그리고 더 다양하게 트랜스젠더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사회에서 지정받은 신체적 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한 성별 정체성이 일치된다고 느끼는 사람

 

 

조혜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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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9 18:04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늑대-여자’들의 동물성: <스푸어>, <로우>, <로건>

늑대-여자들의 동물성: <스푸어>, <로우>, <로건>

 

* 해당 리뷰는 한국영상자료원 사사로운 영화리스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늑대-여자들

 

어떤 영화로 리뷰를 쓸까 고민하며 올해 뽑은 나의 사사로운 영화 리스트를 한참 노려보다 특정 형상이 떠올랐다. 그건 세대도, 국적도, 상황도 다른 늑대-여자의 형상이었다. 무정부주의적 에코 페미니스트인 노년의 늑대-여자, 수의대 신입생 통과의례로 날고기를 먹은 후 낯설지만 강력한 자신의 힘을 지각하게 된 식인 늑대-여자, 돌연변이 유전자 실험으로 태어나 초능력을 지닌 십 대의 늑대-여자. <스푸어>(아크네츠카 홀란드, 2017)의 두셰이코, <로우>(줄리아 듀콜뉴, 2016)의 쥐스틴, <로건>(제임스 맨골드, 2017)의 로라가 바로 그들이다(늑대가 아닌 다른 동물로 더 확장해 논의하면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일디코 엔예디, 2017)의 주인공으로, 소 도축장 품질검사관이자 사슴이 된 마리어까지 포함할 수 있겠지만 지면의 한계 상 제외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종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이접, 혼종, 합종하며 인간성, 더 정확히는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 적이며 인간 중심적인 인간성에 실존적이고 윤리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인간은 이 상태로 존재해도 되는가?’이다. 그러나 두셰이코, 쥐스틴, 로라는 인간성을 질문하기 위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게 파고 들어가며 또다시 인간 중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방식을 비껴간다. 오히려 폭력적인 악당으로서의 인간은 캐리커처화되고 종을 횡단해 동물성을 탐험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인간의 관점에서 본 동물성이 아니라 동물이 되어 감각하는 동물성이다. 인간은 그 스스로도 동물의 일부면서 특히 자신 내부의 야만성, 폭력성, 자기중심적 욕구충족, 비성찰성, 폐쇄성, 생존을 위한 이기심과 무한경쟁 등을 자신의 것이 아닌 듯 묘사하기 위해 동물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면서 인간을 동물에서 분리해 예외적 특권을 가진 존재로 가정한다. 이러한 위치선점은 인간의 지구 지배를 정당화하고 여타의 동물을 타자화한다.

 

그러나 <스푸어> <로우> <로건>의 늑대-여자들은 늑대와 혼종하며 동물성을 다르게 감각한다. 그녀들은 절대적 공감, 기존의 기표에 포섭되지 않는 소수자의 욕망, 경계와 고정관념을 흐리며 배치를 다르게 만드는 공동체, 자율과 야성성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소수자를 지지하는 연대를 특징으로 한다. 늑대-여자들은 아웃사이더이며 순응적이지 않고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고립되지 않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공동체를 형성한다. 때문에 짐승 같은 야만성을 강조하는 남성들의 영화가 늘 떼로 몰려다녀도 결국은 반복적으로 고독한 늑대로 결론 맺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갖는다. 늑대-여자들이 주인공인 이 세 영화에서 기성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남성과 자연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에 반격하는, 그래서 살인과 식인도 서슴지 않는 동물성은 소수자의 욕망이다.

 

두셰이코Duszejko

 

블랙코미디 요소를 지닌 무정부주의적인 페미니스트의 범죄 이야기라고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이 스스로 정의내린 이 영화는 리벤지 스릴러, 미스터리,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 때때로 영화가 덜컹거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 덜컹거림, 그 이종적이고 이질적인 것들의 혼종이 바로 이 영화의 주제이고 미학이며 즐거움이다. 그 혼종성은 이 영화의 포스터에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커다란 늑대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한쪽 눈은 인간의 눈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재미를 위해 잔인하게 동물을 사냥하고, 제도, , 종교가 그 폭력을 승인하는 사회(법은 계절별로 사냥 가능한 동물을 지정하고, 종교는 사냥꾼을 축복한다)에 두셰이코는 늑대가 되어 복수를 감행한다. 사냥꾼들은 단지 동물만 죽이지 않는다. 여성과 아이 등 사회의 소수자들에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고 폭력을 가한다. 즉 사냥은 인간의 동물성이 아니라 권력과 위계의 문제다. 서사적으로 보면 이 복수는 사계절에 걸쳐 일어난다. 대부분의 리벤지 스릴러는 최종 보스를 만나는 장면에서 가장 스펙터클하게 액션을 감행하며 억압되어 있던 분노를 터트리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이 영화는 반대다. 복수는 천천히 이뤄진다. 이러한 서사는 동물과 여성에게 가해왔던 폭력이 그만큼 길고, 오래, 일상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속되어왔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폭력은 한 명의 남성 악당이 아니라 남성 중심 네트워크가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형식의 측면에서 보면 이 영화에서 동물을 보여주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동물은 단순히 풍경이 되지 않는다. 총성이 울릴 때 동물들이 도망치는 인서트에서 흔들리는 카메라는 사냥하는 쪽의 액션이나 스릴이 아니라 도망치는 쪽의 위급함과 다급함을 재현하며, 살인현장에 나타난 늑대와 사슴들은 그들의 시점 쇼트를 갖는다. 그것은 쇼트와 역쇼트의 형식에서 비가시적이었던 시점이다. 동물의 시점 쇼트는 늑대가 되어 복수를 감행했던 두셰이코와 마찬가지로 관객들로 하여금 종을 가로질러 사슴이나 늑대가 되게 하고 그들의 정념을 감각하게 한다.

 

  쥐스틴Justine

 

<로우>는 장르적으로 <캐리><진저스냅> 같은 공포영화의 전통에 닿아 있다. 이 공포영화들은 10대 중후반 소녀의 섹슈얼리티를 위험하고 비규범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그 은유로 주인공 여성이 초능력이나 이질적인 정체성을 지각하게 한다. <로우>는 이 서브 장르를 차용하면서도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혐오하는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고 가장 급진적인 페미니스트 정치학으로 향한다. 부모, 언니가 모두 수의사이고 엄격한 채식주의자이자 모범생으로 자랐던 쥐스틴은 수의대 신입생 통과의례로 강제로 토끼의 생간을 먹게 된다. 그녀가 경험한 수의학과는 동물을 존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며, 위계가 심한 남성 중심적인 문화로 가득한 곳이다. 여자들은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고, 게이인 남성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그 와중에 이상한 허기 속에 쥐스틴은 날고기를 먹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충족감을 느낀다. 영화는 인간적인 것과 비인간적인 것 사이의 경계와 금기를 거부하고 비체적인 피부 발진, 머리카락, 날고기, 물어뜯기, 오줌 싸기, 토하기 등을 보여주며, 여성의 몸에 대해 질문한다. 날씬한 몸을 위한 식이통제, 가랑이 털을 밀어버리는 비키니 왁싱(자매의 비키니 왁싱 장면은 공포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다!)은 무엇을 위한 고통인가. 이것은 정말 인간적인가.

 

자신의 식인 욕망이 모계로부터 왔다는 것을 안 쥐스틴은 윤리적 선택에 직면한다. 엄마처럼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살 것인가, 언니처럼 자신의 욕망을 풀어놓고 사회의 심판을 받을 것인가. 그러나 부계 혈통의 <늑대아이>와는 달리 이 선택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쥐스틴은 여성으로서 어떠한 곳에 맞지 않으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감정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식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여성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어두움이 어디서 오는지 알아야 윤리적 선택도 가능하다. 쥐스틴과 같은 젊은 여성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할 때 느끼게 되는 일상적 폭력, 불쾌함, 분노는 잔인한 유머와 함께 클로즈업과 롱테이크, 촬영 속도를 변화시키며 흐르는 듯한 움직임과 거리를 둔 으스스한 금욕적 설정 쇼트를 오가는 카메라를 통해 우아하게 구현된다.

 

로라Laura

 

전통적인 남성 장르로 여겨졌던 서부극과 슈퍼 영웅 액션의 혼종인 <로건>은 고독한 늑대-남자의 죽음이자 새로운 종(트렌시젠) ‘늑대-여자의 시작을 그린다. 이 영화에서 로라를 비롯해 실험실에서 태어난 뮤턴트 아이들은 위의 두 영화에 등장한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 우리에 갇혔다. 이제 늙고 병든 울버린보다 힘이 센 로라는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에 걸 파워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아빠 딸 Daddy’s Girl‘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유지할 수 없는 남성들은 딸들의 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들이 자신의 힘을 여전히 확인하는 방식은 그 딸의 힘이 엄마가 아닌 자신에게서 왔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로건>이 흥미로운 슈퍼 영웅 액션 영화인 것은 거기서 더 나아간다는 것이다. 로라는 울버린이 포기하고 프로페서 엑스가 망쳐버린 뮤턴트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여전히 고독한 늑대로 서부극의 남성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울버린과 달리, 그의 죽음 후 로라는 다른 뮤턴트 아이들을 이끌고 함께 떠난다. 모가장의 공동체를 이루었던 두셰이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법을 고민하는 쥐스틴, 억압받는 이들의 공동체를 재건하는 로라, 늑대-여자들은 홀로 떠나지 않는다.

 

모계를 강조하고 부계와의 단절을 말하는 이 영화들은 사실 세 세대의 페미니즘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60대 여성인 두셰이코의 페미니즘은 급진적 변화를 원했던, 즉 혁명적 비전을 가졌던 이들의 것이다. 그녀들은 기성 시스템을 말 그대로 꺼버리고 무정부주의적 혁명을 원한다. 세계는 다시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사이클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것을 기다린다. 그래서 <스푸어>에서 모든 버려지고 배제된 존재들이 모여 있는 환상적인 공동체는 사적인 소망성취라기보다는 아직 오지 않은 현재다. 쥐스틴의 페미니즘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몸이 고정관념과 편견 속에서 얼마나 억압되고 비인간적으로 통제되고 있는지를 비판하는 2세대 페미니즘의 전통에 있다. 가부장제, 규범성으로부터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해방시키는 것은 여성들에게 엄청난 힘을 돌려줄 것이다. 로라는 여성 또한 강한 힘을 갖고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보는 포스트페미니즘의 걸파워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는 거침이 없으며 타고난 재능과 힘을 주저하지 않고 발휘한다. 이 세 세대의 페미니즘은 연대기적이지 않다. 이 다양한 페미니즘은 소위 페미니즘 리부트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공통적으로 이들은 동물 종을 가로지르며 그동안의 인간성이 얼마나 남성 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왔는지를 비판한다. 또한 부계의 전통하에 있던 장르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모계화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전히 폭력과 살인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소수자의 욕망을 위해 사용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조혜영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다음 링크에서 한국영상자료원 사사로운 영화리스트에 게재된 리뷰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kmdb.or.kr/column/bestMovie_view.asp?choice_seqn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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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6 14:40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2017 SIWFF 미리보기] 새로운 물결

새로운 물결
New Currents

 

19회 새로운 물결 섹션에는 그 어느 때보다 동시대 여성영화의 큰 흐름과 성과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 풍성하게 포진해 있다중량감 있는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초청하여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주도하는 여성영화의 전세계적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돌아온 거장 여성감독 vs SIWFF 키즈들의 귀향


영화 <스푸어>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은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스푸어>. 국내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토탈 이클립스>로도 잘 알려진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이후 국내 개봉작 <카핑 베토벤><어둠 속의 빛> 이후 7년만에 <스푸어>를 선보이며 지난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알프레드 바우만 은곰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며 국내 팬들과 조우할 예정이다.

 

영화 <더 파티>, <아름다운 날들>


영화 <더 파티>의 샐리 포터 감독은 2012<진저 앤 로사> 이후 6년만의 신작이다. 현대 영국 런던의 주택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더 파티>는 한 중산층 가정의 홈파티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파국을 코미디로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장 샐리 포터답게 이번 영화에서는 영화 속 시간과 실제 시간이 거의 일치하는 혁신적 영화 구성으로 인물간의 심리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며 제67회 베를린영화제 극장협회상을 수상했다

 

영화 <원 데이><언 에듀케이션>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론 쉐르픽 감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아름다운 날들>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영화에서는 노동과 사랑이라는 공과 사의 영역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보다 원숙해지는 여성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영화라는 장르가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 받았던 20세기 초의 영국 영화 현장을 사실감 있게 구현하며 영화 박물관으로써의 재미를 함께 선사한다.

 

영화 <아메리칸 허니>


영화 <레드 로드><피시탱크>로 칸느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수상하며 단숨에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신작 <아메리칸 허니>로 영화제를 찾는다. 영화 <아메리칸 허니>는 가난과 희망 없는 삶을 살던 10대 소녀가 미대륙을 여행하며 겪는 일탈과 방황 그리고 서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헐리우드 청춘 스타 샤이아 라보프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이외에도 미국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켈리 레이차트의 신작 <어떤 여인들>도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는다.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로라 던, 미셸 윌리암스,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의 스타 배우들과 릴리 글래드스톤 등 헐리우드 신예 스타들이 연기 대격돌을 펼치는 작품으로 입소문에 오르며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미국 몬태나 주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 여인들의 삶이 수려한 영상미와 어우러져 관객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영화 <어떤 여인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새로운 물결의 특징으로는 거장 여성 감독들의 신작과 더불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발굴한 여성감독, 이른바 시우프(SIWFF: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키즈들의 귀향이다.


영화 <비밀은 없다>


첫 번째는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다. 이경미 감독은 2004 6회 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단편<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2016년 극장가에 <미씽: 사라진 여자>와 함께 여성 영화 파란을 일으킨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는 두터운 매니아 층을 확보하며 개봉 이후에도 앵콜 상영되는 등 사랑을 받았다.

 

두 번째는 영화 <수성못>의 유지영 감독이다. 201113회 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단편 <고백>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유지영 감독은 이후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 일상의 사건을 소재로 한 남다른 코미디를 선보여왔다. 이번 영화 <수성못>은 실제로 수성못으로 더 잘 알려진 대구의 수성유원지를 배경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펼쳐내며 요즘 청년들의 삶을 코믹하게 그러내고 있다. 이미 SNS 등에서 상당수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유지영 감독의 신작 <수성못> 66일 상영 뒤 영화 <카트>의 부지영 감독과 함께 감독 vs. 감독 1’ 토크 프로그램으로 관객들과 함께 한다.


영화 <수성못>, <우리들>


세 번째는 2016년 한국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다. 윤가은 감독은 2014 16회 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단편 <콩나물>로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단편 <콩나물>에서도 어린 소녀의 눈높이에 맞춘 시선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불렀던 윤가은 감독은 작년 극장가를 들썩이게 한 영화 <우리들>을 다시 한 번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고 상영 후에는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과 함께 감독 vs. 감독 2’ 토크 프로그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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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8:59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2017 SIWFF 미리보기] 배리어프리 상영 / 김선민 감독 추모전


배리어프리 상영

Barrier Free Screening


영화<소중한 사람>


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배리어프리 버전 <소중한 사람>을 상영한다. 장벽(Barrier)과 자유(Free)가 합쳐진 용어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건축 분야에서 익숙한 단어로, 배리어프리 기준을 통해 휠체어가 들어올 수 있도록 2층 이상 건물에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공공장소에는 경사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는 등 장애인의 생활에 불편을 주는 물리적제도적 장벽의 허물어짐을 의미한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영화란 시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모든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내레이션)과 청각 장애인을 위해 대사, 음악, 음향 등의 소리 정보가 포함된 한국어 자막을 넣은 영화를 말한다. 배리어프리 버전 연출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제보자>를 만들고 다음 작품으로 <리틀 포레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이 참여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가슴으로 보는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을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영화 관람을 함께하고자 한다.

 


김선민 감독 추모전

Barrier Free Screening / In Memory of KIM SUN-MIN


영화<가리베가스>


지난 440대에 짧은 생을 마감한 김선민 감독을 기억하며 김선민 감독의 단편영화를 묶어 상영하는 추모전1964년 한국수출산업공단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구로공단. 김선민 감독은 구로공단에서 청춘을 보냈던 여성 노동자 중 한 명이었고 그녀의 영화는 자신이기도 했던 구로공단의 어린 여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한 연작과 같았다


노동자의 삶이 곧 자신의 삶이자 영화라는, 자신만의 리얼리즘 영화 세계를 간직했던 김선민 감독의 단편영화를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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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15 18:22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SIWFF

[2017 SIWFF 미리보기] 쟁점: 테크노페미니즘 - 여성, 과학 그리고 SF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 여성, 과학 그리고 SF”

 


영화가 막 탄생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여성 영화인들은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그녀들은 제작과 출연뿐만 아니라 기술적 혁신에서도 과감한 성취를 이끌어냈다. 예를 들어, 1896<양배추 요정>이라는 세계 최초의 서사 영화를 만들었던 프랑스 감독 알리스 기-블라쉐는 무성영화에 사운드를 삽입하는 크로노폰 시스템을 개발·사용했으며, 흑백필름에 부분적으로 칼라를 입히는 칼라 틴팅과 이중인화 등의 특수효과를 거의 최초로 구현했다. 그러나 장편 길이가 일반화되고 무성에서 유성으로 전환되면서 영화산업은 전격적으로 여성들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더 큰 자본과 최신 기술이 투입되는 순간 여성들이 그 기술을 통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산업에서도 이런 현실은 거의 나아진 바 없다. 촬영을 비롯한 기술팀의 현저히 낮은 여성 비율을 봐라.


사실 영화뿐만 아니라 여타의 하이테크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비디오 게임처럼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분야에서 여성의 진입은 남성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힌다. 기술집약적 분야는 개발과 사용 모두 남성의 것이라는 편견이 21세기에도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한 편견은 남성 게이머들이 여성 게임 개발자와 비평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북미의 게이머 게이트스캔들과 페미니즘과 관련된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남성 게임머들의 공격을 받고 참여한 게임에서 해고당한 김자연 성우 사건을 야기하고 있다. 19세기 말과 21세기의 두 사건은 하이테크 문화산업이 얼마나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히든 피겨스>, <컨택트>, <인터스텔라>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 같은 과학기술에서의 여성의 부당한 배제와 남성중심성을 깨기 위해 테크노페미니즘 - 여성, 과학 그리고 SF”라는 제목 하에 특별전을 준비했다. 사실 ‘SF와 페미니즘은 영화비평에서 자주 다뤘던 주제지만, 남성 과학자의 피조물인 여성 로봇‘SF 액션 여전사를 주로 다뤄온 경향이 있다이번 특별전은 이 관점을 바꿔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영화에서 여성 과학자와 우주비행사들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그리고 페미니즘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SF를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지에 초점을 맞췄다. 시선을 피조물에서 과학자로 돌린 배경에는 당연히 최근 여성과학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히든 피겨스>, <컨택트>, <인터스텔라> 같은 상업영화들의 주목할 만한 부상이 있다. 주인공 과학자가 여성이 되면 성별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설계자와 창조자로서의 여성 과학자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며, 파괴적이든 대안적이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세계관을 구성한다. 즉 여성과학자가 주인공인 서사에서 여성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 소위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시간을 여행하는 인물이 된다. 여성 과학자 주인공은 구원자로서의 액션 여전사구원을 기다리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새로운 페미니스트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갖는다.


영화 <코드걸>


이번 특별전 영화 중 10대 소녀들의 앱 개발 대회 테크노베이션 챌린지를 다룬 다큐멘터리 <코드걸>10대 소녀들이 그러한 서사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현실에서 수행하는지를 보여준다. A형 간염 예방을 위한 깨끗한 우물 지도 앱, 10대 안전운전을 위한 앱 등 몰도바, 나이지리아, 브라질, 미국 등 전 세계 소녀들은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사업 모델과 프로모션까지 기획해 발표를 준비한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경쟁의 탈락을 실패가 아니라 여성 과학기술자 네트워크를 갖는 경로로 이해한다.


테크노페미니즘의 저자 주디 와이즈먼은 이제 여성들이 과학기술의 접근을 넘어서 네트워크 형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공간적으로도 필요하지만 시간적으로 필요하다. 초기 여성영화인들처럼 여성 과학기술자들은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지워지거나 퀴리 부인처럼 누구의 아내와 딸, 혹은 조수로 기억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영화 <에이다 러블레이스>, <마리 퀴리 – 지식의 용기>, <노 그래비티>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 중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에이다 러블레이스>, <마리 퀴리 지식의 용기>, <노 그래비티>는 과학자를 꿈꾸는 소녀들의 외로움을 경감시켜줄 역사 속 선배들을 다룬다.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 린 허쉬만-리슨의 <에이다 러블레이스>2004년의 에이미라는 천재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DNA 정보를 메모리화한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존했던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블레이스와 소통하는 이야기를 담은, 전기와 SF 판타지가 혼합된 영화다. 두 여성 과학자는 100년 이상의 시간차에도 관습적 여성역할을 강요하는 어머니, 과학기술적 성취를 방해하고 가로채는 남성들, 임신과 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 등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 1997년에 제작된 이 사이버판타지는 촬영과 편집에서도 DNA 이중나선구조와 같은 더블 스크린과 이중인화를 활용하며 이제는 빈티지가 되어버린 사이버 공간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실제 우주공학자이기도 한 감독 실비아 카살리노의 개인적 이야기와 3세대에 걸친 전 세계 여성 우주인을 다룬 <노 그래비티>는 최초의 우주인은 남성도, 인간도 아닌 개와 원숭이였다는 사실, 1963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였던 발렌티나 테레쉬코바를 소련이 프리츠 랑의 <우먼 인 더 문>(1929)과 유사하게 우상화하며 사회주의 프로파간다에 이용한 사례, 1992년 최초의 흑인 여성 우주비행사가 되었던 메이 제미슨이 <스타트렉>의 흑인 여성 통신장교 우후라를 보며 우주비행사를 꿈꿨고 이후 <스타트렉>에 트랜스퍼 오퍼레이터 역할로 출연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말 그대로 판타지가 현실로, 현실이 판타지가 된 것이다.


영화 <도나 해러웨이지구 생존 가이드>


과학과 스토리텔링, 현실과 판타지, 이성과 감정, 정신과 몸, 인간과 기계, 인간과 동물, 이성애규범 등의 이분법 해체는 테크노페미니즘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주장의 가장 유명한 학자는 종과 종을 넘어선 트랜스-(trans-species)을 제안하고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쓴 도나 해러웨이다. 이 특별전의 <도나 해러웨이: 지구 생존 가이드>는 난해할 수도 있는 그녀의 사상을 유희적이고 친근하게 풀어준다. 이 영화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인터뷰를 하는 해러웨이의 배경에 유영하는 신비로운 거대 문어와 해파리, 외계인 이미지들은 SF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다.


영화 <시녀이야기>, <방해말고 꺼져!: 여성과 게임>, <동두천>


이 특별전은 국내 여성영화인들이 SF적 상상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를 위해 여성들이 재생산 노예로 전락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고전 SF <시녀 이야기> 상영을 비롯해 국내 SF 작가들이 참여하는 포럼, 여성게이머 모임 전국디바협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 위원장이 함께 하는 스페셜 토크(<방해말고 꺼져!: 여성과 게임> 상영 후), 미군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비극적 사건을 VR 영화로 만든 김진아 감독의 <동두천> 상영과 제작과정을 나누는 토크가 준비되어 있다. 이 영화들 및 이벤트와 함께 여신이 아닌 사이보그가 되는 체험을 해보자


(본 컬럼은 영화전문지 씨네21에도 기고 되었습니다.)


조혜영(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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