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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고민한다, 더 나아질 수 있기를 3탄_사무국장

고민한다, 더 나아질 수 있기를 3탄_사무국장



다가오는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위해, 요즘 가장 바쁜 분은 바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사무국장님입니다. 

밀려오는 기획안 작성에 외부 미팅에 예산 편성까지 골머리를 앓고 계시는 사무국장님을 인터뷰해보았습니다.


영화제의 전반적인 살림을 맡고 있으면서 영화제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도 하는, 이분의 고민을 눈여겨보시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미래를 점쳐보는 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이렇게 또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Q.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사무국장: 사무국장 김영미입니다. 비혼여성으로 살고 있고요, 지랄맞은 성격 개조를 위해 수양하고 있습니다. 




Q. 네, 수양에 있어 많은 성과를 보셨다고 판단됩니다. 

   국장님이 맡고 계신 직책, 사무국장이란 영화제에 있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무국장: 영화제의 전반적인 살림을 맡아 영화제가 잘 열릴 수 있도록 운영하고 영화제라는 커다란 배가 방향을 잃지 않고 항해할 수 있도록 좌표를 설정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영화제의 운영과 미래 모두를 생각해야 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장으로서, 

이것만은 놓지 말자! 고 생각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요?


사무국장: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주제적 특성이 부각되는 영화제기 때문에 프로그램에서 주제적 특성이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제 운영을 할 때 스탭들이 관계 맺는 방식이 수평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협업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적은 언젠가요?

(있으시겠죠, 당연히...?)


사무국장: 적자가 안났을 때? 진담 같은 농담이구요, 전 매년 폐막식이 가장 뿌듯합니다. 아시아 단편경선과 피치&캐치, 아이틴즈 시상할 때 참 뭉클하고 뿌듯해요. 특히 아시아 단편경선 감독님들의 수상 소감은 늘 마음을 울리는 뭔가가 있어요.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는데 울림이 와요. 객석을 꽉꽉 메운 GV의 뜨거움도 뿌듯함을 더해 줍니다. 





Q.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많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점이 있으시다면요?


사무국장: 행정적인 측면에서는 예산편성과 집행이 힘들어요. 타 국제영화제에 비해서 자비부담이 엄~청 높은 영화제여서 매해 예산이 불안정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죠.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여성적 가치’를 영화제 스탭들과 어떻게 공유하고 실현할 것인가가 매년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저를 가장 힘들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구요. 여성영화제는 여성주의라는 주제적 특성과 페스티벌이라는 축제성이 결합된 영화제이다 보니 스탭들도 영화, 여성주의, 축제 등 저마다 다양한 관심과 욕망을 지니고 여성영화제에서 일을 합니다. 때문에 영화제 가치에 대한 기대치도 저마다 달라서 가치에 대한 온도차가 발생합니다. 이 다양한 기대치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그 속에서 ‘여성적 가치’를 풀어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결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완급 조정도 불가피하죠. 

사실 2012년 처음 사무국장을 맡았을 때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떻게 그 해 영화제를 잘 치러낼 수 있을까에 골몰했었고 영화제를 치르기에 급급했어요. 한 때 열혈 페미니스트(라고 쓰고 쌈닭이라 읽는다)를 자처했던 저였지만 서른이 넘으면서 많은 부분 자포자기 했었고 벡래쉬(backlash/여성주의에 대한 반발)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적 가치’의 실현과 관련해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했고 고민을 해야 한다는 자각이 없었어요. 사무국장 3년차에 이르니 그 동안 안이하게 살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사무국 내에서 ‘여성영화제다운 여성영화제’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어요.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워 밤에 잠을 이룰 수 없기도 합니다. 





Q. 냉정하게 생각해서 여성영화제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사무국장: 여성영화제가 올해로 16회를 맞습니다. 16회 동안 여성영화제가 담보해온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물적토대는 취약하고 앞으로 10년, 20년 여성영화제가 걸어가야 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야 할 길 또한 험난합니다. 위기에 대응하는 조직의 시스템을 더 보완해야 할 필요성도 있구요. ‘사람’에 대한 투자도 충분하지 못하죠. 이것 역시 물적토대와 결부되어 있습니다만, 개개인의 비전과 가치가 영화제 비전과 가치와 만나야 영화제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함께 꿈꿀 수 있는 장기비전을 영화제가 제시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Q. 본인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무국장: 스트레스에 강하다?! 다중인격까지는 아니지만 제 안에는 다양한 인격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각 상황에 맞게 유동적인 인격체로 삼단변신이 어느 정도 가능한 것 같아요. 저만의, 영화제 사무국장이 아닌 김영미만의 공간이 있어서 힘들면 그 속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에 조금 강하다는 것이 사무국장을 하는 가장 큰 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혹자는 제가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동력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만)




Q.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이랬으면 좋겠다, 본인이 꿈꾸는 바람직한 여성영화제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사무국장: 상영작 전편 매진. 너무 과한가요? “바람직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막나가는” 여성영화제 꿈꿔 봅니다. 




Q. 이런 질문 좀 안 받았으면 좋겠다, 하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무국장: “여성영화제요? 남성영화제는 없나요?” 아니 남성영화제를 왜 여성영화제에서 찾나요. 여성영화제를 빼고 대다수의 영화제는 거의 ‘남성’들의 축제더만요. “남성들이 소외 받는 것 같아요.” 이런 질문은 청소년영화제에 가서 “성인영화제는 없나요? 성인이 소외받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요. 이런 질문하지 마세요. 이런 질문들이 여성영화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장 맥빠지게 한답니다.





   




번외질문 1. 다시 태어나도 여성영화제 사무국장을 하실 건가요?


사무국장: 그럴리가요. 1회 때부터 여성 관객이었는데 관객이었을 때가 정말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사무국장 하면 영화를 거의 못 봐요. 이게 말이 됩니까, 꺼이꺼이. 




번외질문 2.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와서 본인 자신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무국장: 삶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졌어요.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는 법을 배웠어요. 저처럼 성과중심주의, 일중심주의인 사람에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은 혁명(?)과도 같습니다. 남자친구 대신 애인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습니다. 남친 있어요? 이렇게 묻기보다 사귀는 사람 있어요, 애인 있어요(뭐 이런 질문 자체도 잘 안 하게 됐지만) 등으로 언어를 순화(?)했어요. 타인의 성적취향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차이”를 인식하게 되었고, 내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이성애 중심적인지도 인지하게 되었지요. L 언니들도 생겼고 평생 함께 할 동지들도 생겼어요. 씨네 페미니즘으로 석사논문을 썼지만 여성주의를 진지하게 배웠던 곳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입니다. 뤼스 이리가레이의 “나, 너, 우리”가 무엇인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알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