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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와인스타인 Untouchable

<와인스타인>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오랫동안 침묵해온 피해 여성들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기 시작했고, 깊숙이 은폐되어있던 성폭력의 실상은 그 민낯을 드러냈다. 사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만든 미투 운동의 시작점에 할리우드의 한 거물 프로듀서가 있다. 하비 와인스타인. 그가 직간접적으로 제작한 영화는 300편이 넘는다. 그저 그런 영화들이 아니라 <펄프 픽션> <굿 윌 헌팅> <반지의 제왕> <시카고>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제작한 영화를 빼놓고선 1990년대와 2000년대 영화사를 쓰는 건 불가능하다. 하비의 영화들은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서 환영받았고, 그는 정글과도 같은 할리우드 업계에서 말 그대로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2017년 뉴욕 타임스는 이 화려한 경력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추악한 실상을 폭로했다. 하비가 지난 30년간 100명이 넘는 여배우에게 성범죄를 저질러온 것이다. 

 

올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은 거물 프로듀서의 흥망성쇠를 따라간다. 하비에게 유린당한 여배우들과 모든 걸 감수하고 하비의 뒤를 쫓았던 기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을 바탕으로, 그가 어떻게 여배우들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자신의 범죄를 은폐해 왔는지를 담아낸다. 사실 영화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이상의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거나 이 사건, 또는 유사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권력을 가진 남성이 자행하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폭력이 미친 정신적 고통을 생생하게 증언하며 미투 운동이 과거 시제로 쓰여서는 안 되는 이유를 상기시킨다. 미투 운동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더 좋은 세상이 된 것도 아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모든 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와인스타인>이 던지는 메시지다.

 

 

와인스타인 Untouchable
쟁점들: ‘룸’의 성정치|우르슬라 맥팔레인|영국|2019|98분|15세 이상|DCP|컬러|다큐멘터리

208 2019-08-31 | 12:30 - 14:08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626 2019-09-04 | 20:00 - 21:38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글 조지훈(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