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멕시코는 국가 부도의 위기 속에 채무 지불 유예를 선언하고,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1년 뒤 멕시코의 유명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구아달루페 로에자는 당시 부르주아 여성들의 모습을 건조하면서도 생생하게 담아낸 ‘좋은(착한) 여자들 Good Girls’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의 기사를 썼다. 수년 후 이 기사는 멕시코 상류 계층의 이데올로기를 풀어낸 책으로 출판되었다. 스페인에서 영화를 공부한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라 마르케스 아벨라 감독의 인상적인 두 번째 장편영화 <좋은 여자들>은 바로 이 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피아는 남편 페르난도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남부러울 것 없는 사치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남편의 부와 재력으로 지어진 이 세계에서 돈이란 우아함과 아름다움, 권력과 동의어다. 그러나 멕시코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남편의 부와 재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소피아의 일상도 함께 붕괴되기 시작한다. 남편은 위기 앞에 무력하고 돈이 사라진 소피아의 삶은 점점 폐허로 변해간다.
영화는 영원히 지속되리라 믿었던 세계가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보는 소피아의 미세한 감정 변화와 돈으로 지탱해왔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그녀의 모습을 유려하면서도 정확하게 포착한다. 이와 함께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이와 같은 풍자적 이야기에 내재된 유머도 또한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결국 상류층의 허위와 위선의 가면을 하나씩 벗겨내며 자본주의가 돈으로 만들어낸 계급의 문제를 통찰하면서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좋은 여자들 The Good Girls
새로운 물결|알레얀드라 마르케즈 아벨라|멕시코|2018|100분|15세 이상|DCP|컬러|픽션
329 2019-09-01 | 21:00 - 22:4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421 2019-09-02 | 20:00 - 21:4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글 조지훈(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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