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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 인천문학정보고등학교 상영회 후기 '다른 것을 상상하기, 영화 공감'



지난 9월 10일, 인천의 고등학생들을 만나러 영화제 스탭들은 또다시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내비게이션으로 검색을 하고 가는데, 분명 근처 어딘 것 같은데도 자꾸만 U턴을 요구하는 바람에 살짝 헤매인 끝에 '인천문학정보고등학교'에 도착했습니다.




11회 영화제 때 10대 관객 심사단 'I-TEENs'를 맡아 진행하셨던 손희정 프로그래머는 여전히 10대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정체불명의 두려움을 가지고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근사한 무선마이크를 들고 열정적인 진행 솜씨를 선보이셨습니다. ^^



이날 상영회는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10회 '걸즈 온 필름' 상영작이었던 이소리, 강유진 감독의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 <>과 8회 여성영상공동체 상영작이었던 손현주 감독의 재기발랄한 다큐멘터리 <생리해주세요>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었어요", "새로웠어요" 하며 어색해하거나 말하기를 피하던 분들이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성들이 집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 못하던 시대에 바깥 구경을 하고 싶어 널뛰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담은 <널>을 보고 난 뒤에는 "오빠는 마음대로 외박할 수 있는데, 저는 못 해서 싫어요" 라던가, "여자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도 짜증나요" 하면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물론 "저는 차별 받고 있지 않는 것 같아요."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



<생리해주세요>를 상영할 때는 많은 분들이 제작진이 남학생들에게 생리대를 차게 하는 장면에서 비명을 지르며 충격에 휩싸이는 듯 했으나, 시종일관 까르르 웃으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역시나 영화를 본 뒤에는 대부분 "남자들도 한번 차 봐야해요!"라며 공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같은 10대들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게 신기하다" 혹은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하여 준비된 시간이 바로 포토에세이 만들기!


 

먼저 담당 선생님과 함께 카메라 조작법에 대한 설명을 듣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께서 관심과 열의를 가지고 지원을 하셔서 학교에 방송실도 새로 꾸미고,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장비들도 많이 구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덕분에 학생들의 실습 기회가 더 많아진 것 같아서 참 좋아보였습니다.)



 
 
사이좋게 카메라를 만져봅니다. 스트랩에 상표가 노출되었네요 ^^;;




이제는 그룹을 나눠 어떤 내용의 포토에세이를 만들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주제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학교 안에서 겪은 추억, 고발, 캠페인 등 다양한 이야기가 가능합니다.


한 팀은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도촬(도둑촬영)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발랄하게 뛰다가 중심을 잃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




또 이 팀은 학교 화장실에 있는 비누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했는데,
알고보니 벽에 매달려있는 저 비누로 손도 씻고 걸레도 빤다며,
항균 비누 '데*'을 지급해달라고 학교에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이 팀은 교실에 있는 사물함이 너무 작아서 소지품이 다 들어가지 않는 현장을 고발하겠다고
열심히 재연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지품이 다 들어가서 약간 당황 ^^")



덕분에 오랫만에 고등학교 교실 구경을 할 수 있었는데요,
고3 교실 특유의 긴장감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이 은은하게 들어온 탓인지 아련하고 묘한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다시 교실로 돌아와 카메라에서 컴퓨터로 사진을 옮깁니다.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었군요!

 

사진을 편집하고, 사진에 어울리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만들어진 포토에세이는 전날 개설 해 놓은 게시판에 올립니다.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5분만 더주세요!!"하고 절규하는 목소리들이 들립니다. ㅋㅋ




사진들이 속속 올라오는데, 설명이 없이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납니다.
맛보기로 보여드리면, 위 사진은 학교 생활 최고의 즐거움, 점심 급식 시간을 담은 사진입니다. ^^




이제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살금살금 몰래 어딘가로 가는 장면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나쁜 짓 하지 말자'는 캠페인이었습니다.
많은 친구들의 공감을 한껏 얻었지요.




앞에서 발표하는 친구도, 자리에서 듣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모두 재밌어합니다.
설명을 어찌나 재미있게 적어놓았던지.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에 댓글 달아주세요. 여러분의 반응을 보아 공개여부를 검토해보겠습니다. ^___^)




그 중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던 작품은 '우리학교 선생님들'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 3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함께했던 추억이겠지요.
선생님들의 얼굴이 한장 한장 지나갈 때마다 환호와 아우성이 번갈아 나옵니다. (대충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답니다. ㅋㅋ)




웃고 떠들며 보다가도
어떤 발표에서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문학정보고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해보이기도 했습니다.




발표를 마무리하고 소감을 나눈 뒤 이날 상영회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렸습니다.
얼굴을 뭍고 하나하나 꼼꼼히 적어 준 내용들을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 읽어봤는데,
고맙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다음 주에 또 하면 안되냐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V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시며 세심하게 청겨주신 담당 선생님께서도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집중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찾아가는 여성영화 상영회에 만족스러워 하셨습니다.
물론 우리 영화제에서도 더 다양한 작품들을 섭외하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더 자주, 특히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상영회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여성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함께 만들고, 다른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다시한번 즐겁게 참여해주신 인천문학정보고등학교 미디어콘텐츠과 학생분들과 함께 해주신 선생님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다음 상영회는 10월에 부천과 아산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공지사항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며, 다음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