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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개막작 서문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008년 어언 10주년을 맞는다. 이제 막 유년을 벗어난 여성영화제가 10번에 걸쳐 열리면서 축적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며 두리번거리며 찾고 싶은 희망은 무엇인가? ‘지나간 10년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며 다가오는 10년을 기약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역사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지워진 것과 지워지지 않는 것을 여성의 시선으로 찾아가는 여행이자 역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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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모한다지만 서울처럼 급속한 팽창과 파괴와 건설이 숨가쁘게 진행되는 곳은 없다. 대한민국 인구의 5/1이 넘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에서 그 거주자의 반이 넘는 여성들이 살아가는 서울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서울은 저마다 다른 가치관과 각기 다른 욕망을 분출하고 기쁨과 희망과 슬픔과 좌절의 궤도를 돌면서 얼굴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서 어울려서 살아간다. 역사 속의 서울은 많은 것이 세월 속에서 지워지기도 하였지만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는 서울의 이곳 저곳에 숨겨져있는 도시의 고유한 특색을 살리면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성들의 삶의 궤적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 기획의 모태는 서울국제영화제 10주년을 기념하여 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 출신 감독들의 참여로 시작되었다. 여기에 제 1회부터 함께 일하며 영화제를 이끌고 빛내준 이들과 영화제 출신 감독들이 다시 함께 하면서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기획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6명의 감독의 소박하지만 알차고 힘 있는 이야기,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은 HD 옴니버스영화로 ‘서울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6명의 여성 감독들이 ‘서울’을 배경으로 촬영하여 함께 모은 매력적인 도시탐색기이다. 각 감독들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지역, 세대, 출신, 성별, 그리고 관심사를 비롯한 다양한 차이는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기대할만한 야심 찬 여성감독들의 구성에서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각각의 색다른 여성파워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여성감독 특유의 카리스마와 연출력은 여타의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는 새롭고 개성 넘치는 프로그램으로 탄생하여 2008년 4월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다. 특히 감독뿐 아니라 주요 스탭인 촬영감독, 프로듀서 등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많은 여성 영화인들이 참여하여 여성영화인력이 함께 만드는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은 이들의 문화, 예술적 감각과 연대를 확인하는 여성영화현장이기도 하다. 영화제 10주년과 함께 성장한 여성영화인들이 뛰어난 연출과 역량 있는 기획으로 만나서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제를 축하하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자신들과 영화, 영화와 서울 그리고 여성에 대해서 말하는 자리인 것이다.

이번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제작에는 2명의 해외감독과 4명의 국내감독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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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감독으로는 뉴저먼시네마의 대표적인 감독이자, 독일의 강한 전통에 기반한 표현주의 양식의 여성주의 영화를 만들어온 울리케 오팅거(독일) 감독과 국내외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발견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한국계 캐나다 감독 헬렌 리(캐나다)가 참여한다. 울리케 오팅커 감독은 판타스틱 로드무비 <프릭 올란도>(2회)로, 헬렌 리 감독은 한국을 방문한 입양아 여성의 짧은 여행기인 <서브로사>(3회)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또 국내 감독으로는 <낮은 목소리>3부작, <밀애> <발레 교습소>의 변영주 감독, <4인용식탁>의 이수연 감독, <고추 말리기>의 장희선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로 활동했던 임성민 감독 등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실력파 여성감독이 의기투합해,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한편, 서울을 배경으로 2편의 다큐멘터리(울리케 오팅거 감독, 변영주 감독 작품)와 4편의 극영화(헬렌 리 감독, 이수연 감독, 장희선 감독, 임성민 감독 작품)로 구성된 <텐 텐>은 첫 번째로 촬영을 끝낸 울리케 오팅거 감독의 <서울 여성 행복>에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가 경합하고 공존하는 결혼예식절차를 통해 결혼의 의미를 질문한 이후 박완서라는 한 여성작가를 통해 역사속의 서울과 그 안에서 살아가며 그것을 담아낸 여성작가와 감독간의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교감을 담은 변영주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나간 20세기를 기억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재에 대해서 질문하고 탐색한다. 한 여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꽃미남 4인방의 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엇갈린 관계의 아이러니를 그린 이수연 감독의 <래빗>, 여성/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서울에서 정착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낼 헬렌 리 감독의 <허스 앳 래스트>, 서른을 앞둔 빅 사이즈의 소유자 영선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맞선을 보면서 겪는 발랄 유쾌한 그리고 응큼한 에피소드가 담긴 장희선 감독의 <데이트>, 세대가 다른 두 여성의 만남을 통해 이것이 갖는 의미를 다룬 임성민감독의 <드라이빙 미스 김옥분>은 각자 다른 삶의 궤적과 기억을 가진 여성들이 서울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이야기로 관객을 한껏 뒤숭숭하게 할 것이다. 오는 4월, 기대작들로 풍성한 식탁이 준비되어 있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10주년 기념 프로젝트 <텐 텐>은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어 10주년을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더욱 맛깔스럽게 할 것이다.


변재란 부집행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