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GS칼텍스 최우수상
<춘정> 이미랑 감독
“그날을 기억하며 계속 꿈꾸겠습니다”
사진 :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GS칼텍스 최우수상 수상작 <춘정> 스틸컷
아시아 단편경선 GS칼텍스 최우수상 수상
예상치 못한 큰 일이 코 앞에 닥치면
그저 멍해지는 게 제 성격인 것 같습니다.
제 작품명과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도 마치 몽유병의 그것처럼
멍한 상태로 무대 위로 올랐습니다.
제가 무어라 했는지,
스탭들에게 감사인사는 제대로 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에 대한 어렴풋한 기대는 아시아 단편경선 부문에 오른
모든 감독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분인 만큼
욕심도 나는 게 당연한 것 같고요.
최우수상은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관객상이라도 받았으면 하는 게 제 욕심이었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란?
한국에서 단편을 만드는 여자감독이라면
당연히 꼭 상영하고픈 영화제 중 한 곳이라 생각합니다.
매년 관심을 두고 있었고, 상영일정표에 빨간 줄을 그어가며
보고픈 영화들을 만났었습니다.
제가 ‘클레르 드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2010년에 <백인의 것>을 필름으로 보았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사진 :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미랑 감독
여성감독들의 예상 밖(?)의 미모
비단 여자감독들의 미덕이란, 다소 출중하지 못한(?),
그러지 않아도 되는(!), 용모가 아니었던가요!?
아니, 다들, 왜 그렇게, 미인이시랍니까?
영화제 기간 동안 술자리에서 만났던 여자감독들의 용모에 자극을 받아
제가 수면팩을 다 했더랍니다…
사진 :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GS 칼텍스 최우수상 수상작 <춘정> 스틸컷
촬영시 에피소드
영화를 만든다는 행위 자체가 크거나 작은,
힘들거나 괴롭거나 지독하게 외로운 일들의 연속이라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성장통쯤이라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영됨으로써 제게서 온전히 떠난 이 영화의 에피소드를,
지금에 와서 말한다는 것이 하나의 투정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때의 내가 정말 힘들었었나,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
그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이 영화가 왜 만들어져야 하는지,
단편적인 글로 남으면 왜 안 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영화라는 것이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적지 않은 사람들의 귀한 시간과 노동력, 자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헐겁지 않은 책임감을 느꼈었습니다.
열 세 페이지의 글이, 왜 문자로 남으면 안되고 영상으로 옮겨져야 하는지,
그것을 제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는 일이 가장 고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진 :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미랑 감독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
저는 시나리오를 다소 질릴 정도로 세세하게 쓰는 편입니다.
저 혼자만 알아보는 게 탈이지만 인물의 동선과 호흡의 정도에 따라 띄어쓰기와 단락의 행간을 결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모든 것 - 춘정의 살랑살랑 발걸음, 헤픈 웃음소리, 시덥지 않게 들리는 여자들의 음담패설까지,
저는 소소한 모든 것이 오롯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만들었습니다.
잔 바람에 모래산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감정의 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하나의 깊은 정서를 만들어 내기를 의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출력의 부족으로 시나리오에서 묘사했던 세세한 감정의 결들을 다 뭉개버린 것 같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바라는 점
그저 지금처럼만 계셔 주셔요.
제가 친정 삼아 돌아갈 곳이란 거기밖에 없답니다.
앞으로의 계획
대학원의 마지막 학기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논문이 좀 잘 풀려서 어서 졸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할지,
만들 수 없게 할지,
만약 만들게 된다면 어떤 영화가 될지를 결정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현재를,
나름의 기준으로 잘 살아가는 일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불안과 의심에 차 있던 저의 현재를
다소 안심시켜 준 것에 감사합니다.
결국엔 다시 불확신의 나날로 절 몰아 넣고 또다시 괴로워하겠지만,
이따금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던 그날의 기억을
아껴서 꺼내보며, 그렇게 잠시 안도하며, 영화를 꿈꾸겠습니다.
감사하는 말보다 더 감사합니다.
사진 :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이미랑 감독
춘정 | Chunjung 이미랑 | 한국 | 2013 | 28' | D-Cinema | color | 드라마 춘정은 이곳에서 당신과 정 붙이며 살고 싶다. 감독 이미랑 LEE Mi-rang 2005년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와 2007년 <목욕>을 연출했다. 2010 <시>의 스크립터로 참여했으며, <춘정>은 그녀의 세 번째 단편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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