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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밤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박수 소리: gogo시네마 후기

밤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박수 소리: gogo시네마 후기

 

이길보라 │ 다큐멘터리 감독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명장면인 노래방 씬이 끝나고 나서였다. 영화가 다 끝나기도 전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의 엄마이자 이 영화의 주인공인 경희 씨가 목으로 노래를 부르고 아빠 상국 씨가 손짓으로 수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끝나자마자 박수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혹시 이 장면을 엔딩 씬이라고 생각해서 박수를 친 걸까?’ 나는 가슴을 졸이며 어서 다음 씬이 나오길 기다렸다. 지난 7월, 경남 거창에서 열린 제3회 거창여성영화제의 풍경이었다.


이 상영이 이뤄진 것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 부문에서 첫 상영을 마친 후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이다 보니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 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혹시 상영하다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또 어쩌지, 하고 가슴 졸이며 영화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다렸다.

 


상영이 끝나고 상영장에 불이 켜지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gogo시네마로 시작된 거창여성영화제는 1회보다 2회가 더 흥했고, 2회보다 올해 3회가 더욱 더 흥했다고 했다. 객석에서는 영화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져 나왔다. 다행히도 내가 가슴 졸였던 그 박수 소리는 영화제 등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으레 치는 그런 박수가 아니라 관객들의 즉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었다고 했다. 고요하고 특별한 세상을 소개해주어 고맙다는 그들의 박수 소리에 나는 팔을 높이 들고 손을 흔들며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화답했다. 그렇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gogo시네마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첫 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gogo시네마를 통해 다양한 지역을 찾았다. 우리 나라 왼쪽 끝에 위치한 강화도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관객을 만났고, 전남 보성군에 위치한 벌교여자고등학교에서 별이 빛나는 밤을 배경으로 근사한 야외 상영회도 가졌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한 번 거창을 찾게 되었다.


경남 거창에 위치한 거창고등학교에서의 상영은 가장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이 학교는 이 다큐멘터리의 조연출이 졸업한 모교이기도 하여 더욱 특별하고 애틋했던 시간이었다. 거창고등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간을 쪼개 이 영화를 함께 보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며 울고 웃었다. 단호한 엄마의 한 마디에 웃음을 터뜨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려 애쓰는 아빠의 고집에 박장대소 했다.


 

상영이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앞에 섰는데 그들의 그 똘망 똘망하고 총명한 눈빛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 누구보다 영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고 내가 했던 고민들을 함께 하고 있었다. 흡수력이 빠르고 감수성이 풍부한 이 시기에 좋은 영화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들에게 정말로 소중하고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등의 다양한 영화를 만나기 어려운 지역에서 여성주의를 비롯한 다양한 테마를 다루고 있는 독립 영화들이 관객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년 5월,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부문에서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피칭을 하던 날이 떠오른다. 객석이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가득 차던 날, 나는 이 영화를 꼭 완성하여 관객들과 다시 한 번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치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올해, gogo시네마에서 그것이 정말로 가능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현재 영화는 내년 봄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확인했던 관객들의 마음과 지지를 안고 후반작업도, 배급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다시 한 번 반짝이는 박수 소리가 우리 모두에게 널리 퍼지기를 바라며. 흥하여라, gogo시네마!

 

 


필자 소개

이길보라

청각장애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고 믿고,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18살에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동남아시아를 홀로 여행하며 얻은 이야기로 책 『길은 학교다』(2009)와 『로드스쿨러』(2009)를 펴냈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하여 다큐멘터리를 배우고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