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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EVENT]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 테이블

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피치&캐치 10주년 라운드 테이블 <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

 21주년으로 어엿한 성인이 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그리고 열 살이 된 여성영화 제작 지원 프로그램 피치&캐치가 함께 손잡고 나아가기 위한 공론장이 열렸다. 9 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6관에서 개최된 <대화가 필요해: 여성영화지원에 대해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피치&캐치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지향점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영화 <해빙>의 이수연 감독, <피의 연대기> 김보람 감독이 실제로 여성 창작자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눴고, 딥 포커스 안보영 대표,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박세리 코디네이터, 전주국제영화제 프로젝트마켓 강사라 팀장은 영화제가 창작자들을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

 

영화 속 성평등, 관객들도 원한다

그 어느 때보다 영화 속 성평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즘이다. ‘여성 서사'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은 <미쓰백>, <걸캅스>, <국가 부도의 날> 등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등장하자 SNS를 통해 관람을 독려하고 '영혼 보내기(자신이 응원하는 영화의 흥행을 위해 극장에 가지 못해도 티켓을 구매하는 행위)' 인증을 올렸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이같은 관객들의 갈증을 인식하고 여성영화의 발전을 위한 토론도 함께 이루어졌다.

 

안보영 대표는 "모든 국제영화제들에서 심사위원의 성비를 5 5로 맞춰야 한다. 이것이 디폴트(기본값)"라고 발언하면서 스웨덴 여성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또한 피치&캐치가 여성영화를 지원하는 더 큰 규모의 마켓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정말 상근자가 필요하다는 사이다 발언도 덧붙였다.

 

한편, "독립영화 같은 경우에는 여성들의 유입이 확연히 늘었지만, 여전히 상업 영화에 여성들이 진출하지 못하는 경향은 여성 영화인들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는 이수연 감독의 의견도 있었다. 이에 김보람 감독은 "연옥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라며 "남자 감독들은 독립영화 찍고 그다음 영화는 상업 영화를 찍는데, 저를 비롯한 여성 감독들은 계속 지원금 타내면서 독립영화를 찍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좌측부터 김영 프로듀서, 이수연 감독, 김보람 감독
좌측부터 강사라 JIFF 팀장, 박세리 BIFF 코디네이터, 안보영 딥 포커스 대표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말 영화계에도 적용, 여성 네트워킹 필요하다

여성 영화인들 간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도 이어 진행됐다. 네트워킹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는 충무로 상업 영화에 여성들이 진출하기 힘든 것이 바로 '네트워킹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선후배 여성영화인을 연결해줄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는 청중의 제안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조금 더 많아졌다는 사실에 단순히 안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영화계 내 여성 파이를 늘릴 수 있을 것인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활발히 논한 이날의 라운드테이블을 바탕으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찾아올 '피치&캐치' 10+N주년을 기대해본다.

 

 

글  선채경 자원활동가

사진  조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