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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5> [감독과의 대화] <여성감독 만세!>의 야마자키 히로코 감독

[감독과의 대화] <여성감독 만세!>의 야마자키 히로코 감독
- “여자로서 감독이 된다는 것이 왜 힘든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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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그것이 세상에 등장했던 것부터 남자에 의해서였고, 직업에서의 성별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여전히 영화감독이란 여자보다는 남자의 직업으로 인식된다. 남자들로부터 태어났으니 남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논리와 거리가 먼 원초적인 생각일수록 바뀌기 쉽지 않은 법이다.

지난 14일(월), 동경국제여성영화제가 20주년을 맞아 그간 초청했던 여성감독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여성감독 만세!>을 만든 야마자키 히로코 감독과 관객들이 만나는 자리. “여성감독이 된다는 것이 무엇 때문에 힘든 일인지 바보 같지만 잘 모르겠다.”는 한 관객의 질문은 그 동안 “여자가 영화감독이 되기는 힘들다”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통념에 매몰되어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많은 이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질타처럼 들렸다. 여자가 일을 하기 좀 더 좋은 쪽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것은 진행형인 숙제일 뿐 현재완료형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간과되고 있었다.

야마자키 히로코 감독은 “그것은 간단한 예를 들면 돈의 논리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영화란 리스크도 크고 돈도 많이 드는 작업인데 남자들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큰 책임을 여자가 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히로코 감독은 이어 영화감독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끈기와 인내”라고 짧게 대답하고 “쉽게 타협하지 마라. 그리고 때로는 좋은 타협을 찾아라!”며 현명한 처신을 당부했다. “한국 영화감독들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아마도 ‘가족관계’나 ‘결혼과 일’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남편이 프로듀서를 해주면 제일 좋다.”며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헬마 잔더스-브람스 감독과 임순례 감독, 이언희 감독은 다른 여성감독들의 이야기를 보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히로코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특히 임순례 감독은 “영화로 제작되는 줄 모르고 인터뷰에 응해서 내 대답이 제일 딱딱하다. 전날 술도 많이 먹어서 얼굴도 팅팅 부었다”는 농담 섞인 원망의 말로 GV 행사의 분위기를 띄웠다.

야마자키 히로코 감독의 영화가 여성감독들에 대한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인지 이날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유난히 여성과 일, 혹은 여성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 영화를 관람하고 대화를 지켜 본 김은정 씨(26)는 “여성감독들의 시원시원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이 유쾌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여성과 일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