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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3회(2011) 영화제

여성주의 비디오 액티비즘을 재조정하기

이 글은 지난 12월 11일(토) 열린 [페미니즘비디오액티비스트비엔날레 2010(FVABi 2010)]의 페미니즘소수자국제심포지엄의
발제자로 참여한 권은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의 발제문입니다.
곽은숙 미디어극장 아이공 프로그램 디렉터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권은선 프로그래머를 비롯 여성학자인
김영옥, 대만의 COSWAS 활동가 Jiajia가 발제자로 참석했으며 토론자로는 영화감독 최미경, 미술작가 심혜정이
급변하는 오늘날 페미니즘의 현재성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페미니즘이 이미 과거의 것으로 부당하게 취급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 페미니즘이 이 사회에서 제기되는 
주요 쟁점들에 대한 비판적이고 대안적이며 여전히 현실적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 비엔날레 2010

_페미니즘소수자심포지엄


여성주의 비디오 액티비즘을 재조정하기


권은선(서울국제여성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 비엔날레의 키워드는 ‘아티비스트’다. 아티스트와 액티비스트의 합성어로 신조어인 셈이다. 그리고 올해 에디션의 슬로건은 아시아2101@아티비스트이다. <페미니즘소수자국제심포지엄>의 발제를 덜커덕 수락해 놓고 무엇을 써야할까 고민하다 이 키워드와 슬로건에 직면하면서 첫째로 마주한 것은 주최 측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었다.(우선, 힘든 여건 속에서 이 문화적 이벤트를 4회째 끌고 온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의 부단한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행사의 기획안에 쓰여 있는 것처럼, “페미니즘 시각예술이 단순히 과거의 트렌드 정도로 치부”되고 있기도 하다. 기실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 위기라는 언술 속에서 경제가 모든 사회적 담론들 속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고, 다른 사회적 영역에서처럼 문화 영역 역시 신자유주의적 경제 논리로 치닫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아티비스트’란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에서 운동성을 현재화하려는 FVABi의 고민의 표명으로 느껴진다. (그러한 입장표명은 2005년 2회 FVABi 머리글에서도 드러나 있다. 김연호 총감독은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의 중심은 비디오가 아닌 목소리와 행동주의 입니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페미니즘에 기반 한 문화 이벤트인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준비하는 나 역시 늘 페미니즘을 매개로한 관객들과 접촉면의 설정, 개념적 재고안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디오 액티비즘, 페미니스트 액티비스트 비디오, 페미니스트 액티비스트 미디어, 뉴미디어아트 등 그간 사용된 용어들에서 ‘아티비스트’로의 이동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새롭게 표명할 수 있을까. 이참에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을 다시 한 번 사유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티스트+액티비스트= 아티비스트

알렉산드라 주하즈는 2002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포럼; 아시아에서의 여성주의 영화/비디오 액티비즘과 이미지의 권력’에서 액티비스트 비디오를 “정치적 이슈에 대해 지역적으로 대응하고, 주류 미디어의 묘사에 대해 반대하거나 이를 교정하며, 미디어를 통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오늘날의 정치적 투쟁들과 이들이 생산하는 새로운 주장들이 창조한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자신은 두 가지 원칙에 입각하여 페미니트스 액티비스트 미디어를 제작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미디어가 의미를 창조하고 변혁하는 가장 힘 있는 사회적 동력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작업자 본인이 세상에 참여하고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식이다.

80년대 중반에 출현한 비디오의 저렴한 비용과 휴대성, 그리고 손쉬운 접근성은 이전에 동영상 작업을 할 수 없었던 여성, 유색인종, 빈민계층 등 새로운 제작자들의 기술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비디오를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들의 폭발적 등장에서, 관객과 관련된 사회적 전략과 시각 예술적 전략을 결합하면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지난 25년간 넓은 범주의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작업들이 페미니스트 영화제작자와 미디어제작자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녀들은 “공공적 관심을 가진 미술”과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에서 노동, 가족, 성, 인종적 차이, 장애, LGBT 등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작업하였다.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의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핵심은 정치학이다. 앞서 언급한 알렉산드라 주하즈의 페미니스트 액티비스트 미디어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도 그렇고 구체적 작업에서도 그러하다.

(공공적 의미에서) 아티스트는 개인과 공동체를 묶어내고, 문화적 유희를 정치적 참여와 묶어내는 자이다. 공공영역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로서 ‘아티비스트’란 “아티스트 개인의 정원을 가꾸면서 진실을 구체화하려 시도하는 가운데 세계를 변화시키는 자이다. 그는 “좋은 것을 찾고 그것을 사건으로 만드는 자”이다. 그것은 알렉산더 클루게가 말하는 ‘경험의 공적 절합’일 것이다. “경험의 공적 절합에 대한 가능성을 증가시키고 변화시키고 확장시키는 영역”이 바로 대항적 공공영역이다.

페미니스트 ‘아티비스트’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적 정치 운동들에서 출발한다.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개인의 경험, 아티스트로서의 개인의 정원을 공적으로 절합하여 공동체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세상의 변혁을 꿈꾼다. 그녀는 사람들의 이미지, 공동체의 견해를 기록하고 배급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지들을 공적 역사에 기입하는 자이다.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즘을 현재화 혹은 재조정을 고려할 때 우리는 디지털 기술과 정보네트워크의 확장에 주목해야만 한다. 2000년대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활성화는 넷을 기반으로 한 비디오 액티비즘의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남한 사회의 민족주의를 통렬하게 꼬집은 다큐멘터리 <애국자 게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상영되었으며, 디지털 영화제를 비롯해 온&오프에서 동시 상영하는 영화제들이 출현하였다.

더욱이 최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성장, 웹 2.0시대의 개막, 소셜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의 확산은 페미니즘 액티비스트(아티비스트) 비디오의 제작, 배급, 상영 과정은 물론 관객과의 접촉면이라는 측면 양자에서 재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혁명적인 매체로 여겨졌던 캠코터는 더욱 저비용 고성능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이를 넘어서 이제는 DSLR이나 스마트폰으로도 간단한 비디오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누구나, 더욱 손쉽게, 미디어에 접합할 수 있으며 간단한 프로그램과 툴로 노트북에서 편집할 수 있고 (비욘세도 파이널 컷 프로를 사용하여 자신에 관한 자서전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각적으로 인터넷에 업로딩이 가능하다. 독립영화제작자들은 red camera 같은 비교적 저렴하고도 해상도 등의 화면 구현력이 뛰어난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한다. 심지어는 헐리우드의 주류영화들도 특수한 목적에 따라 이러한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제 비디오 액티비스트들이 꿈꾸었던 잠재적으로 누구나 비디오 액티비스트들이 될 수 있는 세상에 좀 더 가깝게 온 것 같다.

한편 UCC의 활성화와 소셜 미디어 및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장은 영상재료들을 매개로한 소통의 일상화를 실현하고 있다. 액티비스트 비디오가 대중단위의 관객들과 접촉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공공 영역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뉴 미디어/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은 이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영상재료를 얻을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과 공동체는 여성이나 소수집단 등 경제력과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토론과 저항의 공간을 마련해주며 다원적이고 탈국가적인 주체성의 출현을 돕는다. “좋은 것을 선택하고 그 것을 사건으로 만드는 자”가 아티비스트라 할 때, 페미니스트 아티비스트들은 이러한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펼쳐놓는 미디어 환경과 공공영역을 탈장르적 실험을 할 수 있으며, 사회적 ‘사건’을, 혹은 사회적 ‘소란’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 공공영역(여성장)의 생산- 정동,공감,활력

그렇다면 일상화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 환경이 제공하는 공공영역과의 접촉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심광현은 “오늘날 부족한 것은 지식이나 정보 혹은 접근과 소통을 빠르고 용이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이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아니다. 부족한 것은 분산된 지식과 관심들을 지속성 있게 연결해줄 수 있는 공통의 주제와 공감의 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인의 경험을 커뮤니티와 공적으로 절합시키는, 삶을 정치화하는, 페미니스트 아티비스트 작업이 새운 미디어를 매개로 하여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러한 공감의 지(지)대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공공영역의 생산에서 정치, 저항과 더불어 정동이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알렉산더 클루거는 공공영역은 정치,정동,저항을 생산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김소영은 ‘미디어,급진적 민주주의, 그리고 여성장’(2003)이라는 에세이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미디어, 민주주의와 절합하여 바라보면서, 공공영역의 지역적,여성주의적 번역인 여성장(女性場)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녀는 ‘여성장’을 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군산 ‘매춘’여성 추모장이었던 여성장(女性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주의인터넷사이트, 2002월드컵에 등장한 여성주체들, 그리고 인터넷과 도시 전광판에서 열려진 가능성이라는 사건들의 배열 속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특히 전광판이라는 새로운 뉴미디어의 ‘활력’이 새로운 여성주체의 출현과 관련 맺은 방식을 탐사하고 있다. 여기서 전광판이라는 뉴미디어를 통해 마치 활극처럼 재현된 2002월드컵의 체험에서 미디어의 ‘활력’이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우리는 2008년 ‘미국쇠고기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통해서 새로운 소녀와 ‘아줌마’ 주체성의 출현을 보았다(촛불시위의 기원이 된 ‘미선이효순이’ 추모 시위역시 마찬가지). 2008년 촛불시위가 대중들에게 불을 붙인 것은 유비쿼터스 시대의 간단한 미디어 장치를 통한 소셜 미디어에서의 생중계였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이 초불시위의 놀이적 성격을 강화한 한 요소는, 진중권이 지적했듯이, 마치 게임처럼 쌍방향적으로 진행된 생중계를 통해서 형성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뒤 섞인듯한 새로운 현실감이 제공하는 활력 때문이기도 했다.

활력이라는 정동과 더불어, 김소영의 ‘여성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대형전광판 등 달라진 미디어 뿐만 아니라, 그것이 동시에 여성장(女性葬)등 물리적, 육체적 공간 역시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페미니스트 아티비스트가 피우는 ‘소란’은 활력과 정동, 공감에 기반 한 것이어야 하며 그것은 온라인을 비롯한 미디어 공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경험의 공적결합 가능성을 보여주는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스트(아티비스트) 작업 하나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2010년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하나 마흐말바프의 <혁명의 시간 Green days>이 그것이다. 이 비디오영화는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현재 이란에서 혼란과 우울증을 겪으며 연극과 녹색당 지지 시위 등을 통해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한 소녀를 다루고 있다.

마흐말바프는 이 작품에서 반정부 시위도중 억압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에 의해 사망한 이란 여대생을 담은 UCC를 반복적으로 활용한다. 더불어 페이크 다큐멘터리와 연극 리허설 장면 등 다양한 시각 미디어와 시詩 등의 언어를 삽입하면서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도큐멘트와 재연된 도큐멘트, 그리고 극영화적 요소를 넘나드는 탈장르적인 이 영화는 또한 테헤란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리서치 아트’로서 테헤란의 역사, 문화, 정치에 대한 아카이브적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 문제를 지역 공통체와 절합시키며 사회적 개입을 시도하는 <혁명의 시간>은 명백하게 정치적인 비디오다.


참고문헌

김소영, ‘미디어, 급진적 민주주의 그리고 여성장’

사이토 아야코, ‘눈물의 관현악:울음의 정치학과 여성의 공공영역의 전유’.

-<2003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포럼자료집>,2003

심광현, ‘다큐멘터리,공공예술,도시연구,미디어 연구 간의 인터랙티브 네트워크를 위하여

-<2010 트랜스 아시아 스크린 컬처 컨퍼런스 ‘도시를 다큐하다’ 자료집>,2010

알렉산드라 주하즈Alexandra Juhasz, 액티비즘으로서의 필름/비디오, 그리고 영화제작:

나의 영화/비디오들의 정치적, 문화적의미

줄리아 르사지Julia Lesage, 액티비스트 미디어 제작

-<2002서울국제여성여화제 국제포럼 자료집>,2002

아이공,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스트 2005 팜플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