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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영화로 문을 열다_인식의 전환을 가져온 다문화영상아카데미


7월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우연처럼 필연처럼 “다문화영상아카데미”와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영화제작이라...사람 참 오래 살고 볼일이야...
영화는 그냥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영화편집을 끝낸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 현실이다.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수업을 받으면서 나는 몇 가지 인식의 전환(paradigm shift)을 경험하게 되었다.

PS(paradigm shift)1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소통하는 교육환경 안에서 더이상 나는 이주민에게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던 양 반장님(양려화, 아이다 마을 영상반 활동), 아이다 마을에 편집을 위해 갔을 때 맛있는 저녁과 간식 그리고 함께 늦게까지 동행해준 이주민 친구들에게 받은 사랑이 참 크다. 이 과정을 통해 이주민과 친구처럼 동료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를 경험하면서 함께 살아감에 대한 열린 공감을 할 수 있었다.

PS(paradigm shift)2

기획서를 쓰며, 영화를 만들어 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질문은 “넌 왜 그렇게 다문화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애쓰며 살고 있니?”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 자신도 명확히 못하고 있었기에 영화를 만들면서 그 해답을 찾아가는 시도들을 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신을 직면하기 위해 큰 용기를 내야했지만, 그 결과 과거 내 삶속에 숨어 있던 이주의 경험을 재조명해낼 수 있었다. 그것은 비주류 소수자의 위치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힘겹고 외로운 몸부림이었으며,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주민에 대한 남다른 직관적 공감능력을 가질 수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제작과정을 통해 다문화 관련 활동들이 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애씀이 아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가는 과정임을 자연스럽게 경험 할 수 있었다.


PS(paradigm shift)3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제작수업에 오면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괜찮아요. 다시하면 됩니다.” “정말 좋네요.” “할 수 있답니다.” “어렵지 않아요.” 나도 누군가에 수없이 입버릇처럼 해주었던 말들인데, 그 단어들이 내안에서 춤을 추게 될 줄이야.... 솔직히 최근 몇 년간 여러 주변상황들로 인해 나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힘을 주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다. 영화제작과정 동안 끊임없이 받았던 긍정적 피드백들은 내 속의 잠자는 거인을 깨워 주었다.

Thanks...
부산에 가다말고 천안 아산역에 내려서, 이사하다 말고 영화제 사무실에 나와서 영화기획서 피드백을 해주신 숙현 감독님(김숙현, 다큐멘터리 감독), 편집기술 “0”인 나를 위해 함께 호텔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가편집을 도와준 나영샘(안나영 미디어편집 교사),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믿음으로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지지해준 진열 감독님(김진열,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총괄). 그리고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도록 기회를 열어주신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스탭들께 무지하게 감사를 드립니다.

I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Love.......... you!

2011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며 몰입했던 영화작품!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기대해도 좋습니다. 개봉박두~ㅋㅋ


- 글 : 변성원

* 제1회 다문화영상아카데미에 참여한 변성원씨는 현재 휴먼터치 외국인센터 부설 휴먼터치힐링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 간호학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