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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영화 속 마음 - 다문화 아카데미 작품을 통해 본 결혼이주여성들의 심리변화

 

 

영화 속 마음

- 다문화 아카데미 작품을 통해 본 결혼이주여성들의 심리변화

 


우울증상은 시대와 문화적 특징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비서구권 여성의 우울증상은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높다. 이는 심리적 갈등을 신체의 부조화로 투사하는 전통적인 질병개념과 마음의 괴로움을 노출시키기보다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전통적인 대인 관계 양상 때문이다(이현주, 2001; 변성원 재인용, 2012). 또한 우울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기분이 저조하다’, ‘피곤하다’, ‘슬프다’ 등 문화권에 따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거나 ‘향수병’과 같이 비교하기도 하기 때문에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우울에 대해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국가 간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Katherine J. Lazear et al, 2008; 변성원 재인용, 2012). 이에 최근 통계와 보도기사 등을 통해 나타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급속한 수적증가와 함께 결혼이주여성들의 우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점을 반영하여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만들어 2007년과 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출품한 작품들을 비담론적 자료로 채택하여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우울 등의 심리적 표현들을 살펴보았다. 

 

 

                         제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상영 : 이주여성이 만드는 여성영화 제작 워크숍> 참여 감독들

 


2007년에는 <나의 천사들>(감독 원 티 느옥 느아) <그리움 그리고 꿈>(감독 웬 티 몽 디엔) <그들의 새로운 생활>(감독 방 시 벽아) <은희>(감독 황 트 린) <가족>(감독 땅 티 니) 의 5작품 속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결혼이주 초기에 느끼는 우울 등의 정서표현을 아래와 같이 공유할 수 있었다.

 

‘한국에 온 후 저는 우울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남편은 일하러 나가고 혼자 남습니다. 슬프고 외롭습니다. 나 어디 있든 고향을 그리워하고 당신이 어디 있든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떠난 후 바람과 구름마저 슬퍼하죠. 그 먼 곳에서 당신은 행복한가요? 나 혼자 그리운 마음을 달래고 있죠. 당신과 헤어진 순간을 생각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신이 기차를 타고 손을 흔드는 순간부터 우리 이미 이별인 것을.. 당신이 돌아올 이곳은 예전 모습 그대로 인데.. 밤마다 기도를 하죠. 그 먼 곳에서 미래가 밝게 펼쳐지기를.. 당신 손안에 가득한 꿈이 이뤄지기를.. 어느 누가 처음부터 미래를 알 수 있나요?. 지금도 쓰라린 마음이 녹아 있어요.’


‘한국생활의 어려움에서 제일 힘든 것은 한국말을 몰라서 너무 불편해요. 시어머니랑 살 때 숟가락 달라고 했을 때 못 알아 들어서 가만히 서있었어요.’


외로움....이전의 내 모습은 정말 싫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이 경치(시골경치)를 보면 베트남이 생각납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매우 떨렸어요. 한국에서의 생활이 매우 낯설었으니까요.’

 

 

 

2010년 상영 된 <안나의 꿈>은 결혼이주 초기 우울의 상황과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안나의 꿈> 스틸

 

 

‘남편은 컴퓨터도 못하게 하고 티비를 보거나 친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게 했어요. 남편이 출근하자 그녀는 다시 외로워졌어요.


‘학교에 가지만 그녀는 슬퍼졌어요. 2시간 후 집에 돌아와 다시 슬퍼졌어요.’


‘몸이 너무 아파서 시댁에 가지 못했는데 남편이 떠난 지 1시간 후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엄청나게 화가 나서 “맨 날 오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오는 건데 남편혼자 보내!” 전화는 끊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다문화아카데미 작품 속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이주초기 적응을 어렵게 하는 많은 요인들로 인해 우울, 슬픔, 외로움, 그리움, 기대감, 쓰라린 마음, 어색함, 낯설음, 두려움 그리고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다문화아카데미 영상작품을 보면서 들었던 질문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한국어로 표현한 우울, 슬픔 등의 언어 속에 담긴 의미가 문화적으로 제대로 해석되고 공유되고 있는가?’‘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말하는 우울하다는 정도는 어떤 상태인가?’‘어떻게 하면 이들의 우울감 등 정서적 느낌을 문화적 민감성을 가지고 깊이있게 공감해 볼 수 있을까?’였다. 이런 질문들과 고민을 가지고 출발한 인터뷰 연구시도가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우울감 경험’ 이었고, 연구 결과를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문화아카데미를 통해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  <붉은 히아신스>이다. 인터뷰를 통해 얻어낸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우울감 경험을 영상 속에서는 ‘황당함’, ‘속상함’,‘슬프고 비참함’,‘몸이 아픔’,‘살기위해 애씀’의 5개 주제로 축약하여 표현하였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기대감을 이미지와 춤이라는 실험적 영상언어로 표현하였으며, 당사자들이 경험하는 우울감 등의 정서와 정서적 체험의 의미, 이를 통해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붉은 히아신스> 영상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였다. 5개 주제에 대한 구체적 표현의 예는 다음과 같다.

 

황당함 : 막연한 기대와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한 당황스러움을 신데렐라 애니메이션 중 왕자님과 춤추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쫓기듯 성을 빠져나와 마차가 호박으로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 청소하고 있는 모습으로 교차하였다.

 

속상함 : 이사에 대한 문화는 한국과 베트남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남편직장 문제 등의 이유로 잦은 이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건이지만, 베트남 특히 농촌에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사를 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이주를 통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또 다시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당신이 놓인다면? 


 

슬프고 비참함 : 쇠창살 속에 갇힌 개의 모습, 가족을 그린 그림 속에 자신의 모습은 빠져 있으며,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마당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가지러 갔다는 자막 글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공감해보았다.

 

몸이 아픔 : 마음의 힘듦이 외부로 표출되지 못하고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함을 어수선한 집안의 모습과 무기력한 그녀의 모습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살기위해 애씀 : 앞이 보이지 않아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는 모습을 잠자리, 참새 등 자연 속에서 고요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삭막한 아파트 통로, 자신의 집 앞에서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에서 애잔함을 느낄 수 있다.

 

글로 표현된 정서적 경험을 영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면서 글을 통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쩌면 나도 모르게 가볍게 여기며 넘겨버렸던 그녀의 상황과 감정들을 새롭고도 입체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후 바램이 있다면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우울감 경험에 관한 깊은 통찰과 이해를 위해서는 당사자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스스로 인식하고 그러한 정서적 경험의 과정이나 의미를 솔직하게 카메라의 눈을 통해 공유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휴먼터치센터 힐링연구소 소장 /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외래교수 변성원 

 

 

 

 

참고문헌

1. 변성원(2012). 베트남결혼이주여성의 우울감 경험, 순천향대학교박사학위논문.
2. 이현주(2001).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여성우울증 연구, 대구보건대학논문집, 21, 19-35
3. Katherine J. Lazear ․ Sheila A. Pires ․ Mareasa R. Isaacs ․ Patrick Chaulk ․ Larke Huang(2008). Drepression among Low-Income Women of color :Qualitative Findings from Cross-Cultural Forcus Groups, J Immigrant Minority Health, 10, 127-133.
4.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문화아카데미 작품(2007) :

<나의 천사들> <그리움 그리고 꿈> <그들의 새로운 생활> <은희> <가족>
5.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문화아카데미 작품(2010) : <안나의 꿈> 
6.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다문화아카데미 작품(2012) : <붉은 히아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