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감독의 울타리 만들기 - 2012년 '우리들의 밤'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한 해 동안 팍팍한 살림살이로 힘들고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마음 맞는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동료들의 반가운 소식도 나누며 뜻 깊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 ‘우리들의 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2월 26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우리들의 밤’이 열린 곳은 홍대 치킨집!
여성영화인들이 격식 없이 함께 만나고 친목을 다지는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기획된 ‘여감네(여성감독네트워크, 여성감성네트워크)’(가제)범도 겸해서 열린 이번 송년회에 많은 여성감독님들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여기서 여감네에 대해 잠시 소개하자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여성영화인 네트워크입니다.
여감네는 우리 시대의 이슈들에 대해 여성감독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감네는 감독님들이 만들고 있는 영화들의 소식을 함께 공유하고 힘을 모아 응원하고자 합니다.
치킨집의 문소리가 띠리링 날때마다 '어떤 감독님이 오셨나?' 모두들 반갑게 맞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어색해 하셨지만 각자 소개자리에서 '아.. 저 분이 그 영화를 만드신 분이구나.' '저 감독님은 요즘 저런 작업을 하시는 구나' 하는 끄덕임이 쏟아져 나왔어요. 그걸 보면서 감독님들이 함께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답니다.
어떤 감독님의 장편영화 캐스팅 소식에 다들 박수치며 마치 자기 영화 캐스팅 소식인냥 기뻐하셨고, 도시, 노동자, 여성 등 자신과 비슷한 관심거리를 고민하고 영화작업을 하고 있는 동료 감독을 발견할때면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내주기로 하였습니다.
어떤분은 공포영화를, 실험영화를, 단편영화를, 장편영화를, 대중적인 영화를, 조금은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를 만드는 등 각자의 영화는 다 다르지만 다들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판에서 살아가고, 감독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다 한 모양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의 어색함은 금방 사라지고 그렇게 서로들 이야기가 끝이 없으셨나 봅니다.
여성영화제에 젊은 기운을 불어 넣고자 이번에 집행위원으로 선정되신 <간지들의 하루> 이숙경 감독님께서는 이날 "여성영화인들은 남성 영화인에 비해 더욱 힘들고 외로워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자리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여성영화제가 여감네를 만들고 '우리들의 밤'을 기획하는 모든 것의 이유가 이숙경 감독님의 말씀에 다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이혜경집행위원장님은 '여성영화제의 근본은 관객과 감독이며 여성영화제가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성영화제를 만들어 주는 귀중한 여성감독님들.
이분들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쳐 영화를 포기하지 않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앞으로 여성영화제가 여성영화인들이 기댈 수 있는 따뜻한 울타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추운 날씨 속 따뜻한 시간 만들어 주신 홍지영, 이영지, 김희정, 김수지, 한정원, 김진영, 황선숙, 류미례, 김유리, 백연아, 안선경, 김숙현, 신혜정, 아오리, 이상철, 신아가, 김보라, 이숙경, 언저리, 차성덕, 강혜연, 경순, 서은선, 신수원, 김일란, 조슬예, 김혜정, 홍지유, 박은영, 반주영 감독님들 정말 감사드리구요 늦었지만 잊지 않고 헐레벌떡 뛰어와주신 감독님들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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