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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누구의 이야기가 들리도록 할 것인가, 베를린에 모인 여성영화인들

누구의 이야기가 들리도록 할 것인가, 베를린에 모인 여성영화인들




2011년 칸국제영화제를 계기로 제기되었던 영화제의 성차별성에 대한 논란 이후  주요 영화제들과 영화 산업 내의 성별 편향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세계여성영화제네트워크는 이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해오며 지난해와 올해 두차례에 걸쳐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동안 ‘영화 산업에서 젠더 평등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포럼과 리셉션을 개최해왔다. 










지난 2월 13일 제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Get Yourself Connected” 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국제포럼과 리셉션은 전세계에서 베를린 영화제 참석을 위해 모인 200명 이상의 여성감독과 여성영화인들, 그리고 여성영화제 관계자들과 영화정책 및 미디어 활동 관련인들이 모여 뜨거운 논쟁의 장을 펼쳤다. 세계여성영화제네트워크라는 이름 하에 도르트문트/쾰른 여성영화제와 뉴욕의 아테나영화제가 공동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의 지역간 네트워크에 있어서 베스트 사례로서 아시아여성영화 네트워크 사례를 발표했다.  발표문을 이 글의 말미에 함께 소개한다. 



아시아 지역에 기반을 둔 여성영화제들이 어떤 문제의식에 기초해 네트워크(NAWFF)를 구축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의 여성영화 교류와 배급 상영활동을 촉진해왔는지 그 성과와 과제들을 공유하고, 여성영화제가 존재하지 않는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미디어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공통의 활동들을 소개했다. 베스트 케이스를 소개하는 1부 행사에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발표 이외에도 지난 한해 동안 유럽을 기반으로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인 네트워크 차원에서 유럽 연합에 제기한 공동청원에 성과 발표가 이어졌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유럽 각 국가의 공적인 영화제작 기금에 있어서 젠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유럽 전역의 여성영화인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2부 패널 토론에서는 영화 산업과 영화 정책 및 공적 기금의 배분에 있어서  젠더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들이 논의되었다. 이 패널 토론에는 역대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수상자인 보스니아 여성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Jasmila Zbanic, 네덜란드 영화기구의 클라우디아 랜드스버그Claudia Landsberger, 스페인영화진흥기구의  수잔나 드 라 시에라Susana de la Sierr, 독일연방 영화펀드의 프로젝트 디렉터 코넬리아 해멜만 Cornelia Hammelmann, 그리고 젠더평등을 위한 연구자 모임 유로이미지의 대표 산야 라브릭Sanja Ravlic 등이 참석했다. 

다양한 국가의 사례 발표들은 영화 제작의 주요 직책에 있어서의 여성 참여가 여전히 6~30%에 불과한 현실과 이러한 통계가 지난 수십년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 발표하고 있는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스토리텔링 영역에 있어서 이러한 여성의 부재는 결국 ‘누구의 이야기가 말해지고 있으며, 또 누구의 이야기가 누락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게끔 한다. 


여성감독 야스밀라 즈바니치는  ‘어떤 이야기가 거대한 침묵 속에 묻혀있는가’라고 질문하며, 이것은 결국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또 감지하는 방식에 있어서 심각한 불균형을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여성이 관객의 절반을 구성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자신들이 만족할 수 없고 동일시할 수 없는, 심지어 불쾌하다고 느끼는 스토리만을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3부의 자유토론에서도 많은 여성영화인들의 논쟁이 뜨겁게 이어졌다. 다양하게 제기된 많은 의견들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크게 세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로는 젠더에 기반한 구체적 통계수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화  제작에 있어서 여성의 참여에 대한 구체적 통계를 만드는 것이 이후의 변화를 이끌어낼 객관적 근거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포럼 <여성영화제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 산업, 정책, 네트워크>에서 패널로 참석했던 스웨덴 영화진흥기구 영화와 사회원 원장 토베 토르비욘슨은 이번 베를린 포럼에도 참석해,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변했다. 영화정책과 제작펀딩의 전분야에 걸쳐 젠더 평등의 관점을 적용하고 있는 스웨덴영화진흥기구의 경우 매년 젠더에 기반한 통계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영화진흥기구는 자신들이 제작 및 배급을 지원하는 모든 작품목록들에서 주요한 역할에 여성이 참여한 작품과 남성이 참여한 작품들이 50:50으로 동등하게 배분되도록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를 실행하고 있다. 스웨덴의 놀라운 정책사례를 접한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최근 이와 유사한 통계연구를 실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는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사안으로는 영화와 관련된 기금위원회, 주요 영화제와 배급사 등 영화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위, 그리고 작품을 선택하고 설렉션하는 단위에 걸쳐 젠더 평등과 문화적 다양성의 이슈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주요 영화제들이 작품을 설렉션해온 남성중심성은 비단 영화제 프로그래밍 뿐만 아니라 매해 영화제의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세번째로는 영화산업에서의 궁극적 젠더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공적 기금에 있어서 여성 감독에 대한 쿼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인 캠피온은 ‘제작되는 영화의 절반은 여성에 의해 만들어져야 하며, 공적 자금이 이를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여성영화인들의 지위향상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 부분에 대한 요구는 사람들이 접하는 이야기가 달라져야 하며,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현실의 표상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긴급한 요구이다. 세계에 대한 표상이 달라졌을때, 스크린에 다른 감수성이 넘쳐날때 우리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여성영화인들이 변화를 위한 공동 액션의 의지를 다지는 뜻깊은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의 질문은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우리는 한국의 영화적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그 걸음 걸음을 만들어가야 할 때가 아닌가’라는 고민을 말이다.



글: 홍소인(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아시아 여성영화 네트워크 활동, 목표와 프로젝트들  Aims and Projects of the Asian Women Film Network


홍소인(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아시아 여성영화의 프레이밍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997년 처음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아시아의 여성영화는 미지의 영역이었고, 아시아에서 여성감독의 활동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회 때부터 영화산업을 둘러싼 서구중심적, 남성중심적 프레임을 바꿔내기 위한 목표를 분명히 했다. 제1회 영화제 개막식에서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이제까지의 페미니즘은 서구 중심적이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우리로부터 출발, 우리 나름의 정체성, 아시아 여성으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목적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남성중심적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 이외에 아시아적 프레임을 만들어가는 것이 왜 중요했는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시기 동안 국제영화제를 크루징하는 아시아 영화들, 특히 남성 감독의 영화들이 오리엔탈리즘과 성차별주의의 강력한 결합을 통해 조명받는 방식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과 함께 아시아 여성의 시각화에 대한 다른 비전의 제시가 절실히 필요해보였다. 2001년 제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의 여성학자 다이진 후아는 ‘고통과 온정의 배후’라는 주제로 몇몇 중국의 영화가 국제적으로 드러나는 방식을 비판한 바 있다. 즉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중국영화는 전지구화와 중국이라는 지역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부조리함으로 인해 기층여성의 삶이 위대한 어머니의 이미지로, 혹은 끝모를 폭력에 노출되는 타자의 최종심급으로 전이되면서 성차라는 사회현실이 은폐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히 남성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구의 국제영화제들이 아시아 영화들을 설렉션하는 기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서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이’로서의, ‘차이’를 지닌 아시아, 즉 ‘아시아적 원시성’의 전시가 그것이다. 특정한 작품들의 세계적 성공을 지켜본 아시아의 남성감독들은 사회적 소재, 원초적 폭력성, 여성의 수난사를 재빠르게 결합해 유사한 영화들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서구가 아시아를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은 아시아에서 다시 자기-오리엔탈리즘으로 체화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의, 나아가 아시아의 젊은 여성감독들은, 이런 여성 이미지의 전시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메인스트림 영화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소위 아트시네마 마켓에서도 자신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는 것을 직감해야했다. 따라서 우리는 서구의 여성영화와 전위적인 여성주의 미학을 소개함과 동시에 아시아 여성영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어떻게 아시아, 그리고 여성에 대한 기존의 프레이밍을 깨고, 새로운 이미지 프레이밍을 재구성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아시아 여성영화 미학”을 제시할 것인가는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영화제를 하는 우리들로서는 당면한 요구이자 과제였다.


이러한 액션의 일환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제3회 영화제에서부터 아시아 여성영화인 발굴을 위해 아시아 단편경선을 도입해 지금까지 15회 경선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처음시작할때는 출품작 대부분이 한국 작품이었지만, 지난 2013년에는 아시아 20개국에서 단편영화 373편이 출품되었다. 동시에 아시아 각국의 여성영화를 소개하기 위한 특별전을 꾸준히 개최해 대만,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터키,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여성영화를 집중조명해왔다. 이처럼 아시아여성영화를 맥락화하려고 시도하던 중, 우리는 2000년 대만여성영화제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이후 대만여성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상호간의 대표를 매년 초청해 교류를 맺기 시작했고, 몇년 뒤 일본영화특별전을 개최하면서 일본에서 80년대부터 존재해온 여성영화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네트워크를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3개국 여성영화제간의 교류는 그간 대규모 영화제들이나 기타 여성영화제들을 통해서는 발굴할 수 없었던 아시아 여성영화들을 상호적으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창구가 되었다. 동시에 어려움 속에서 막 움트기 시작한 각 국가의 여성감독들을 지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각 국가의 여성영화를 아시아의 지리적, 역사적 환경 속에서 맥락화, 담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만남을 계기로 해서, 아시아 여성영화를 맥락화하기 위한 국제포럼 역시 꾸준히 개최할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아시아에서 여성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을 주제로 열린 국제포럼에서는 아시아 영화산업 내에서 여성영화 제작의 현황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교류와 연대의 물꼬를 텄다. 2002년도에는 아시아의 페미니스트 다큐멘터리를 집중 조명했으며, 2003년도에는 아시아 여성주의 미디어 액티비즘과 영상 교육에 대한 논의로 확장해갔다. 2004년이 되어서 우리는 대만, 터키, 도쿄와 오사카여성영화제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초청해“아시아 여성영화제의 교류와 전망”이라는 국제포럼을 개최하면서 여성영화제 간 교류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나프의 조직 및 회원국

2000년대 초반 초기적 형태의 교류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협의체의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9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제안으로 2010년이 되어서야 아시아 여성영화제 네트워크 즉 NAWFF가 설립되었고, 첫번째 회의와 네트워크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초기 멤버국은 일본, 대만, 한국, 이스라엘, 인도 5개 국가였다. 

WMWFF _ 대만, 대만여성영화제

IWFFIS _ 한국, 서울국제여성영화제

IWFF _ 이스라엘, 이스라엘국제여성영화제

WIFFC _ 인도, 첸나이국제여성영화제

TIWFF - 일본, 도쿄국제여성영화제 


현재는 도쿄국제여성영화제가 문을 닫으면서 NAWFF에서 빠지고, 오사카여성영화제가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터키의 이스탄불 여성영화제가 최근 가입확정되어 6개국의 회원국으로 변모하였다. 

각각의 영화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만여성영화제, 대만

대만여성영화제는 1993년 시작되어 2013년 10월, 20회 영화제를 개최했다. 수도 타이페이에서 일주일간 영화제를 개최한 이후 대만 각지역을 돌며 스크리닝 투어 형태로 다른 지역에서도 영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출판 및 DVD 제작 배급, 제작 워크숍 등을 함께 진행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한국

1997년 첫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여성영화제 중 하나로, 지금까지 15회 영화제를 개최해왔다. 매년 5월, 8일간에 걸쳐 영화제가 개최되며, 대략 30개국 120편 가량의 작품이 상영된다. 국제포럼, 제작 지원과 연동된 멘토링 및 피칭 행사, 워크숍 등의 부대 행사를 진행한다.


이스라엘국제여성영화제, 이스라엘

2004년 시작해, 지난 2013년 10월 10주년 기념영화제를 개최했다. Rehovot에서 7일 동안 90여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영화제를 개최하고, 수도 Tel Aviv로 옮겨 3일 동안 상영을 이어간다. 워크숍, 세미나 등을 함께 개최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첸나이국제여성영화제, 인도

첸나이 여성영화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다른 아시아 지역 여성영화제들의 도움으로 2008년 시작되었다. 2012년 7월 5회 영화제에서 100여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이스탄불 여성영화제, 터키

2003년 시작된 터키의 이스탄불여성영화제는 매년 3월에 개최되며, 2013년 11회 영화제에서 50여편의 작품을 상영했다. 


오사카여성영화제, 일본

2001년 서울과 대만의 여성영화제를 방문한 후, 이 두 영화제를 모델로 2002년 오사카 지역에 설립되었다. 현재까지 4회 영화제를 이어왔다. 



나프의 목표

간략하게 나프의 활동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프의 기본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아시아 여성영화 전문가들과 여성영화제 간의 상호작용 촉진

- 아시아 여성영화 제작과 상영 지원

- 아시아 여성영화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 아시아 여성문화운동 고무

- 아시아 여성영화와 관련한 이슈들을 발굴


기본적으로는 영화제간 교류를 통해 여성감독들의 제작, 상영, 배급을 지원함으로써 아시아 여성영화를 지원하는 통합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여성영화제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 여성영화 상영을 촉진하는 문화운동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나프 미팅과 시상식

나프의 공식 오프라인 미팅은 1년에 최소 1회를 개최했으며, 이 미팅은 나프의 연례행사인 나프 시상식과 연동해서 이루어진다. 각 회원국들이 매해 돌아가며 호스트 국가가 되어 다른 나프 회원국 대표들을 자신의 영화제에 초청함으로써 그 영화제에서 1회의 공식미팅과 나프 시상식이 진행된다. 

매해 영화제가 돌아가며, 나프 경쟁 섹션을 개최한다. 그 경쟁 섹션의 상영작은 각각의 나프 멤버국들이 자국에서 최근 1~2년간 제작된 여성감독 작품 중 뛰어난 여성 장편영화 1편씩을 추천해 상영하며, 나프 대표단의 심사를 통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수상작에는 나프 트로피와 함께 1000$의 상금이 수여되며, 그 해의 수상자는 나프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나프 수상작은 기본적으로 동시대 여성 이슈를 다루는 시선의 깊이와 여성 감독의 독특한 미학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지금까지 각 해의 호스트 국가와 나프어워드 선정작은 다음과 같다. 


1회 NAWFF Award, 2010, 한국 서울

Ounie LECOMTE, A Brand New Life, Korea/France, 2009, Drama

이 작품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감독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1970년대 초반 국제 입양시설에 들어간 소녀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2회 2011, 일본 도쿄

Leena Manimekalai, the Dead Sea, India, 2011, Drama

인도와 스리랑카 접경지대의 갈등을 다룬 이 작품은 폭력적 현실을 카메라가 어떻게 사유해야 할지를 질문하는 여성감독의 영화적 실험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었다.


3회, 2012, 인도 첸나이

LEE Ching Hui, Money and Honey, Taiwan, 2011, Documentary

필리핀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온 여성 돌봄노동자들의 삶을 13년간 찍어온 다큐멘터리이다.


4회, 2013, 대만 타이페이

HONG Jae-hee, My Father’s Emails, Korea, 2012, Documentary

이 작품은 딸인 여성감독의 시선으로 한국의 근대사의 질곡을 체화한 인물이자 가족의 가부장으로 군림해온 아버지에 대한 회고담을 다큐멘터리로 담고 있다.  


5회, 2014, 이스라엘에서 열릴 예정.



나프의 활동과 과제

지금까지 나프는 아시아의 국제여성영화제 중심으로 4년간 네트워크 활동을 해왔다. 초기부터 지금까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나프 사무국 역할을 해왔는데, 지난해 사무국을 대만여성영화제로 옮겼다. 지금까지 여성영화제 중심의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는 시기였다면, 이제는 한 시기를 넘어가면서 여성영화 감독과 여성영화인들을 연계하는 활동을 고민하면서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 몇가지 고민의 지점을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나프 공동 배급

나프 어워드 이외에 진행할 수 있는 공동 배급 방식을 고민 중인데, 각국에서 서로간의 여성감독의 작품들에 대한 배급, 상영활로를 찾아주는 매개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각 국가들이 어워드 수상작과 별도로 나프 멤버국들이 상호간에 배급 혹은 공동체 상영하기에 좋은 작품을 따로 추천하고, 제작자와 영화제를 연계시켜주는 활동을 진행해보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공동배급에 대한 논의가 가능한 것은 서울, 이스라엘, 대만의 여성영화제가 특정한 장소에 기반을 둔 일회성 이벤트로서의 영화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년간 상시적으로 교육, 상영, 배급 활동을 꾸준히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경우에는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 중 일부의 아카이브 권한 계약을 체결하고, 각 지역의 여성단체들과 연대해 커뮤니티 상영회를 개최하는, 스크리닝 투어 Go, Go, Cinema를 개최한다. 이러한 상영은 대부분 여성주의 학자, 여성영화 관계자 및 감독과의 시네토크 이벤트와 결합하여 영화의 여성주의적 의미에 대한 담론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지역단체들이 연계한 이러한 상영활동은 궁극적으로 각 지역의 여성주의 미디어 활동가들이 그 지역에서 여성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현재는 한국의 각 지역에 30여개의 크고 작은 여성영화제들이 생겨나 여성영화를 배급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3년전부터 매년 영화제 기간에 지역의 여성영화제와 배급 단위들을 초청해 작품을 설렉션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으며, 지역여성영화제와 미디어활동가들이 워크숍을 개최하고 네트워크를 조직하도록 도왔다.

대만의 경우는 타이페이에서 영화제가 열린 이후 가오슝 등 다른 지역에서 순회상영 형식으로 페스티발을 이어간다. 대만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페차 로는 ‘수도 타이페이와 다른 지역간의 문화적 차이, 특히 양성 평등 및 여성의 권리와 관련된 차원에서 엄청난 격차를 확인하고선 이러한 순회상영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순회상영을 통해 작년에는 이스라엘여성영화제가 추천한 다큐멘터리 <Sixty & the City>를 대학, 여성단체, 공공 극장들과 협업하여 상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도시에서 60대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다룬 이스라엘 다큐멘터리로, 대만여성영화제와 현지 배급을 위한 계약을 진행 중이다.  


2)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공동 액션/펀딩

이외에도 이스라엘 여성영화제의 제안으로 각 영화제들의 상영작들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나프 혹은 특정한 사이트를 통해 공유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것은 네트워크에 가입된 각 영화제들에서 매년 큐레이트되는 작품과 여성영화인에 대한 정보의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더 확장해 생각해본다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성주의 영화/비디오 작품을 프리뷰 혹은 상영하고 토론하는 공통의 장을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세계여성영화제 네트워크에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와 궤를 맞춰, 아시아 지역 영화 산업에서 성차별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동 액션을 취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즉 아시아 지역 영화산업 안에서 젠더 평등과 관련하여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정책의 변화를 위한 공동 액션을 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각 국가에서 젠더에 기반한 통계자료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통계 연구를 시작하도록 영화 산업 관련 단위를 압박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나프 층위에서 공동 펀딩을 마련해보자는 의견들도 제기되고 있다. 


3) 아시아 지역의 여성영화제와 여성영화 상영 지원

나프가 시작된 초기의 목적을 생각해볼 때, 나프가 4년을 유지해온 지금, 이제는 내부적 회원국들 간의 교류를 넘어서 외부적인 교류와 지원을 제공해야할 시기라고 느낀다. 즉 여성영화제가 없는 아시아 지역들, 그리고 여성영화제를 새롭게 만들려는 지역들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도 첸나이 여성영화제가 서울과 대만 등 다른 여성영화제의 실질적 프로그램 지원과 연대를 통해 개최 가능해진 케이스라면, 그 이외의 지역에서 여성영화제를 시작했거나 조직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여성영화제가 새롭게 시작되었고, 홍콩에서 여성영화제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 대표단이 작년 나프 멤버들과 만남을 가졌다. 현실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지역과 요구들이 존재하고, 이들 영화제들을 지원하는 것이 여성영화를 위한 아시아적 문화 구축을 확산하는 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다른 지역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