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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정기상영회&시네마파티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후기

여러분, 여전히 하고 계십니까?

_정기상영회&시네마파티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후기





지난 1월 정기상영회와 시네마파티에서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Still Doing It> 상영 뒤 여성학자이신 김영옥 선생님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고령여성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다큐멘터리로 완경기 이후 더욱 활발해진 여성들의 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서로의 경험과 본인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눈, 즐거운 시간을 저희만 알고 있기 아까워 뉴스레터 회원님들께도 살포시 공개합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 Still Doing It: The Intimate Lives of Women Over 65

데이드레 피쉘 | 미국 | 2004 | 54' | Digi-beta | color | 다큐멘터리

보통사람들은 87세 프랜시스를 그저 노인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여든에 만난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와 섹스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삶의 핵심을 섹스로 보는 보헤미안 작가 해리엇, 세 번째 남편과 최고의 섹스를 향유하고 있는 프레디가 등장한다. 한편 섹스 전문가 베티 닷슨은 사이버공간에서 47년 연하의 남자친구가 있으며 엘런과 돌로레스는 레즈비언 커플이다. 




1/23 넷째주 목요일 정기상영회 후기

지난 1월 23일 열린 넷째주 목요일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기상영회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분들이 북적북적하게 홍대 무대륙에 모여 앉았습니다. 영화 상영 후, 김영옥 선생님의 '나이듦'에 대한 흥미로운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65세 이상의 노년 여성의 성생활이라는 것이 아직 우리에게 생경한 일인 것이 사실인데요.


김영옥 선생님은 다큐 속 주인공들이 볼 때마다 정이 간다며, 이를 통해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인격적 관계와 얼마나 밀접한 양면성이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은 없고, 누군가를 차분히 정말 진정성을 간직한채 오래 들여다 보는 순간부터 아름답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그 말씀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유명한 싯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노년 여성들의 주름진 얼굴, 때로는 정해진 문법체계를 지키지 못하는 그 언어사용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어떤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는 기분이셨다고 해요.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듦을 두려워하고 나이드는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곤 합니다. 김영옥 선생님도 자신의 경험을 빌어, '나이듦에 대해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시간에 대한 처절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시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 혹은 시간만이 줄 수 있는 지혜 등을 젊은 육체는 깊이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Still Doing It, 이 it의 자리에 무엇이 들어가던 괜찮아요. 

여전히 글을 쓴다, 여전히 여행을 한다, 

여전히 소녀처럼 봄만 되면 설렌다, 

연애편지를 쓴다, 일기를 쓴다..."


김영옥 선생님은 이 영화에서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섹스를 가리킬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괜찮다고 하셨는데요.

다만,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는 여전히 충분히 젊고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이 너무 늙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로 가는 게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했습니다. 함께 늙는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다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Still Doing It)'라는 제목에서 직접적으로 섹슈얼리티를 읽을 수 있지만 사실 꼭 섹슈얼리티에 한정지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읽고 있고, 쓰고 있고, 말하고, 살고 있다-라는 의미로 읽으면 어떨까요? 나이가 들어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니까요. 




정기상영회 김영옥 선생님 - 관객과의 대화


관객 1 : 여성주의를 공부해 보려고 학회에 갔다가 선배가 추천해 주셔서 여기 오게 됐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좀 혼란스런 부분들도 있고 말을 잘 못하겠어요. 늙은 여성의 몸을 봤을 때 낯선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인데 이런걸 표현하면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김영옥 : 낯선 건 사실이죠. 그쵸? 24시간 모든 미디어와 모든 타자들의 시선이 아기들의 몸만 예쁘다고 하고 끊임없이 그 미세한 현미경을 들여다 대하고 '아 여기 주름하나 생겼다, 보톡스 오 만원짜리' 이러는데 어떻게 저 육체가 낯설지 않겠어요. 낯설죠. 낯선 것을 인정하고 이 낯섦의 정도… 뭐랄까 지진의 정도를 재듯이 정도를 재면서 자기와 연결시키는 여러 개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김영옥 : (관객에게) 젊죠? 나중에 여전히 뭘한다고 하면 좋겠어요?


관객 2 : 영화를 보고 났더니 여전히 동성애자였으면 좋겠어요.


김영옥 : 좋죠, 동성애자. 거기에 동성인권활동가까지하면 더 좋잖아요. 죽는 순간까지 동성애자다, 정말 멋있네요. (중략) 나이든 사람들의 인터뷰를 여기저기 찾아서 읽어보니까 한결같이 '행복하다'고 말해요. 왜 그럴까요?


관객 3 : 원하는 게 별로 없어서?


김영옥 : 원하는 게 별로 없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만 해. 그래서 그래요. 시간이 너무 없어서 꼭 해야 할 것만 하는 거지. 근데 이제 노년이 되면 자기가 즐거운 것이 꼭 해야 하는 것이 되는 거예요. 젊었을 때는 승진해야 하고 월급도 더 올라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그래서 꼭 해야 하는 것과 즐거운 사이의 격차가 심했는데 이제 저 나잇대에 가면은 즐거운 것이 꼭 해야할 것이 되요. 사람과의 갈등도 가능한한 없애고 사람 사이의 궁합이 안 맞을 때도, 옛날 같으면 여러가지 이유로 참겠지만 지금은 아예 안 만나면 되는거야. 그래서 다 행복지수가 높대요. 근데 또 어떤 젊은 친구는 이걸 이기적이라고 이야기해요, 맞죠, 이기적이죠. 근데 좀 이기적이면 안 되나? 젊은사람들은 정말 때로는 너무… 정의로와요. 봐주는게 없어.(웃음)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한테 늘 제가 하는 말인데, '정말 즐거운 일만 하고 살자'입니다. 해야 할 일이 즐거운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우리가 자본주의 폭력에서도 벗어나고 여러 가지 쓸데없는 규범의 독재에서도 벗어나고 사람들과도 부드럽고 다정한 관계도 맺고 그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웃음)


 






2/10 시네마파티 후기

시네마파티는 정기상영회보다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과 가까운 나이대의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는데요. 선생님 주변의 완경을 한지 10년쯤 되는 여성분들에게 "Still Doing It"인지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 '아프다'. '수고롭다'며 신체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셨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여전히 하고 계시더라는 결론을 얻고, 선생님은 시네마파티에 모이신 분들께 물으셨습니다. 


"지금 여기 모이신 분들도 여전히 하고 계십니까?"









그리고 보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노년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섹스를 하고 있다고 말해야 여전히 젊다, 괜찮다-로 이해되는 현실에서 노년의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젊은이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상상할 때 지금 현재의 나이의 두 배 가량만 떠올렸고, 30살이 되고 나니 60살의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더라"고 하시면서, 생의 의미에 대해 젊은 사람들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만들어주지 않으니 지금의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인생에 대해 어떤 식의 개념을 만들고 실천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여성이 자신의 성적욕망을 욕망할 수 있는가 질문을 주는 영화"

긴 인류역사를 예로 들 것도 없이 지금 현재만 봐도 나이 들어서도 열정을 불태우는 남성의 이야기는 많죠. 하지만 여성의 욕망을 스스로 고백하고 발산하는 이야기는 드물디 드문 것 같습니다. 남성은 나이 들어서 성적 욕망을 일찌감치 내려놓아도 삶에 초월했다고 칭찬받고, 끝까지 간직하고 있어도 열정적이라고 칭송받는 데 비해 여성은 장애가 많은 게 사실이죠.


성적 욕망은 나이가 어려서나 나이가 들어서나 누구에게나 있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이며 누구나 흔히 말하듯 한국사회는 아직도 성적 금기도 많고 억압도 많은 사회입니다. 김영옥 선생님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는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욕망하는가, 할 수 있는가” 질문을 주는 영화라고 말씀하시며, 성적 욕망이라는 것 자체를 욕망할 수 있는 열린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동성애, 이성애 식의 판에 박힌 금기를 넘어서서 좀 더 열린 담론으로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주시기를 부탁하셨는데요. 

'나이듦'이 누군가에게는 현재의 일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먼 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 '밥을 먹듯 나이를 먹어야' 하겠지요. 결국 우리 모두의 즐거운 노년을 위해, 생을 위해 모두 계속해서 욕망하고,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시네마파티_김영옥 선생님과 관객과의 대화


김영옥 :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하신데 이 영화에 대해 공감을 어느정도 하시는지, 반감을 어느정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관객을 보고) 선생님은 '영화 속의 일들이 특별하지 않다, 일상적으로 당연히 하는 일이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셨는데 여전히 하고 계신가요?


관객 1 : 한국나이로 56세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혼자가 되었을 때 남자가 제 주위에 꼬이지 않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어요. 비로 쓸어낸듯이 남자가 사라지더라구요. 혼자가 되고나서 5~6년 정도는 감정이 사막화됐어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나 감각, 상상력이 사막화된 거죠. 이제 67세가 되니까 화강암에 약수가 떨어지듯이, 생명에 샘이 생기는 것 같은 게 느껴지더라구요. 제 생각에 성은 생명현상이에요. 사회적인 통념은 있지만 사람이 한평생 살다 떠나는 건데 몸의 반응에 대해서 존중해야 할 것 같아요.


김영옥 : 사막에 피는 꽃이 더 예쁜데 사막에 피는 꽃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관객 1 : 제 몸에 (꽃이) 주어지면, 제 몸이 어떻게 하겠죠.


관객 2 : 저는 성이 단순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모습처럼 활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우리 사회는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의 문화가 나눠져 있고 남성이 하는 이야기와 여성이 하는 이야기의 토픽이 다르잖아요. 어떤 모임이나 약속이 있으면 중년 여성은 딸이나 친구, 여형제와 다니고 남편하고는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늙으면 남성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과연 우리 노년 문화에서 성이 있는가 고민이 됩니다.


관객 3 : 제가 낯선 남자와 손 잡고 영화를 본 적 있는데, 근데 저는 그때 영화에 몰입하면서도 그 느낌이 굉장히 따뜻했어요. 동성친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허리우드극장에 가면 연세 드신 분들이 곱게 차려입고 콜라텍을 가시더라구요. 친구와 영화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할머니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는 추워서 청바지에 내복까지 입었는데 그 할머니들이 정말 곱게 차려 입으셨더라구요. 저희 집에 가서 저희 어머니에게 '내가 다른 노년을 보내려면 나는 콜라텍에 가야겠다'고 했더니 그때 어머니가 '거기 가려면 춤을 배워야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도 저와 남편은 서로에게 기회가 온다면 말하지 말고 즐기자고 얘기해요. 저는 남편과 제 사이가 소유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남편이 즐겁다면, 그게 저한테 불행이라기 보다는 그가 행복한만큼 플러스가 올 거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그래요. 노년을 보내는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남녀가 성을 공유할 수도 있고 나눌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게 깨질만큼의 열정이 있다면 더 반가운 일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