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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여성주의자, 탐욕의 제국을 뚫다 - <탐욕의 제국> GV 현장 공개!

여성주의자, 탐욕의 제국을 뚫다!

 

3.8 세계여성의 날 <탐욕의 제국> GV 현장 스케치

 

 

 영화가 끝나고 극장의 불이 커졌습니다. GV를 준비하는 스텝들이 의자들을 나르고 있었지만 분주한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장내에는 조용한 훌쩍거림과 무대를 응시하고 있는 고요하지만 뜨거운 시선들이 가득했습니다.

 

 GV의 두 주인공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이 곳은 바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인디스페이스에서 마련한 <탐욕의 제국> GV현장이었고, 단상에 선 두 명은 이 소중한 다큐멘터리 <탐욕의 제국>의 홍리경 감독님과 사회를 맡은 <두개의 문>의 김일란 감독님 이었습니다

 

 

 

2012년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상 수상작인 <탐욕의 제국>꿈의 직장이라고 여겼지만 그 곳에서 백혈병 등 희귀 질병을 얻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일란 감독님은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이 영화를 특별히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보게 된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객석을 향해 이야기를 전하였습니다. 곧이어 “이 아무도 돌보지 않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며,  그 동안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죽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반복되었는지에 대해  이 영화를 통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어 의미있게 다가온다며 소감을 전하였습니다.

 

본격적인 GV를 시작하기 전에 두 감독님들은 자켓에 달고 나온 국화 모양의 브로치를 가르키며 그 의미를 나누었는데요, 그 브로치는 <탐욕의 제국>의 개봉날이며 처음이자 유일하게 산업 재해 인정을 받았던 고()황유미씨의 7주년 기일을 같이 추모하고자 개봉일에 나누어 드린 선물이라고 합니다. 오늘 GV에서 질문을 한 관객분들께도 나누어 주시겠다고 하시며 밝은 표정으로 많은 질문을 부탁하셨습니다. 곧이어 영화가 준 격앙된 감정들이 미처 가시지 않아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지셨던 관객분들과 그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힘있는 대답을 나누었던 홍리경 감독님의 인상적인 대화들을 나누어 드립니다.

 

 

 


<탐욕의 제국> 홍리경 감독 - 관객과의 대화


관객 1 : 이미지들 중에서 가끔씩 반복되어서 나왔던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숲이 인상이 깊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가장 가슴속에 남는 특정한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홍리경 :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는 사실 두번 나와요. 첫번째 나올때가 영화에서 돌아가신 이윤정씨가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시고 밖에 나와서 이야기를 하시고 그 씬이 끝날때 나오는데, 영화에는 안 담겼는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선고를 받고 나니까 이 길가에 널린 풀, 푸른 나뭇잎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풀잎을 만지시거든요. 작은 것들 조차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귀했던 그녀의 심정을 햇살에 빛나는 나뭇잎이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서 넣었던 거구요. 두번째 나왔던 건 한혜경씨가 일인 시위를 하시는데그 장면을 찍으면서 옆에 혜경씨 어머님, 활동가분들, 저 역시 촬영하면서 계속 울었구요. 같이 울면서 분노가 너무 커지는 거에요. 그 분노를 어떻게 표현 할 수 가 없었어요. 그날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그곳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 나무가 바람에 휘청이도록 날리는 거에요. 일렁이는 나뭇가지 모습이 지금 나의 분노같아 그냥 찍게 되더라구요. 결국 저의 분노의 표현이었던거 같아요.

기억에 남는 장면은요사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늘 바뀌거든. 지금 딱 떠오르는 장면은 애정씨어제 이 자리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했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은데요, 눈을 반짝이면서 남편을,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제가 그녀의 그런 모습을 참 사랑하기도 했고 그렇게 자신의 행복했던 삶을 생각하면서 반짝이던 모습이 지금은 가장 많이 떠오르네요

 

 

 

김일란 : 여기 지금 이렇게 투병 생활을 하거나 함께 싸우시는 분들 중에 왜 유독 젊은 여성 노동자들이 많은지 조금만  더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홍리경 : 산업이 꽃을 피웠던 미국의 실리콘 벨리에서도 젊은 여성 노동자들을 선호했던 너무 단순한 이유는 여성이 좀 더 섬세하고 순종적이어서입니다. 자신이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 처해도 잘 모르고, 의심은 가는데 명확하게 이것이 어떻게 나쁜지 그냥 모르고 넘어가는 존재가 여성인거죠. 그래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런 여성들을 많이 고용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피해자들도 여성이 많은 이유가 제가 여성만을 집중해서 찍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일하던 생산직 직원들은 여성만 뽑는다고 해요.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남성 피해자들은 설비∙유지∙보수라는 엔지니어들이었고요.


 
 

 

관객2 : 그런 재해가 발생한지 꽤 오래되었는데, 지금 현재 그런 상황에 대해서 개선이 되었는지, 새로운 피해자는 안 나타나고 있는건지 궁금합니다.

 

홍리경 : 피해자들 같은 경우, 어떤 질병이든 잠복기가 있어서 그것이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지금 병에 걸렸는데, 퇴사는 10년 전에 했고, 이런 분들도 많고요…. 실제로 이 문제가 불거진 게 2007년도 황유미씨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였어요. 사실 지금 7년 정도밖에 안되었고, 황유미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님이 산재 신청하시고, 이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리시면서, 유미씨가 일했던 현장의 역학조사를 아버님도 함께 들어가셨었는데, 그 안의 환경이 다 바뀌어 있었다고 해요. 딸이 말했던 것과 전혀 다른 환경이…. 딸은 수작업을 했는데, 자동화 시설로 바뀌어 있었다고 하고. 그 안에 내부에 어떤 시설이 현재까지 있는지 하는 거는 사실 활동가들도 잘 모르는 사안이에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보안이 철저한 구조여서…. 지금 일하는 있는 사람이 당장 아파서, 나와서 제보를 해서 알려주지 않는 한 안의 상황을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관객3 : 이 다큐멘터리 안에는 피해자에 중점을 두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사실은, 모든 영상이나 스토리에서 상대방의 이야기, 그 쪽의 영상도 필요할 수도 있었을텐데… 전혀 도움을 못 받으셨을 것 같고, 어떤 압박이나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수 없었던 부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보충설명해주시면 저희가 더 완전하게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홍리경 : 가장 어려움이 컸던 것은 찍고 싶은 장면들, 이 안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그들이 일하는 현장을 찍어야 하고, 그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를 찍어야 하는데, 그 안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너무 들어가고 싶고 너무 알고 싶은데 그런 것들을 하나도 찍을 수 없으니까, 그런 것을 다른 이미지로 대체해야 하니까 그런 점들이 참 답답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작업자로서 그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찍어야 할 것들, 찍고 싶은 것들을 못 찍으니까 그것이 가장 컸고, 작업 중에는 여성영화제 후원금 중단한 것이 있을테고…, 그리고 개봉하면서는 원래 이런 다큐멘터리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잡기가 어려운데, 그래도 언론시사나 특별시사 같은 경우는 저희가 대관을 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멀티플렉스에서 한다고 하거든요. 저희도 왕십리의 멀티플렉스에 아무 문제 없이 신청을 했었는데 이후에 배급사에 연락이 와서 탐욕의 제국은 대관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배급사에서 그럼 다른 지점은 대관할 수 있냐하니까 다른 지점에서도 탐욕의 제국은 대관해줄 수 없다라고 밝혔다고 해요...뭐 그 정도의 어려움들(웃음)

 

 

 

김일란: 이 영화를 보다 보면, 개인의 불행이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라는 상태에서 자신의 권리로써, 특히 노동자의 권리로써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끝까지 투쟁하는 과정이 그 자체로 너무나 감동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가 많이 알려지는 과정은 우리 스스로가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보고 오신 분들도 여러분들에게 영화에 대해 널리 알려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