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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카메라 앞의 삶 - 리/액션하는 여배우, 가가와 교코

카메라 앞의 삶 - 리/액션하는 여배우, 가가와 교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회고전을 통해 영화사의 고전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재해석 해왔다. 

2014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 주최로 50년대 일본영화 황금기부터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일본의 대여배우 가가와 교코의 대표작들을 상영하여 영화사를 여성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영화산업의 여성인물들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나루세 미키오, 오즈 야스지로, 이마이 다다시, 미조구치 겐지, 시미즈 히로시, 구로사와 아키라, 구마이 케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 .

배우 가가와 교코를 소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녀가 함께 일한 감독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이다. 2011년 도쿄국제영화제의 가가와 교코 특별전 제목인 “가가와 교코와 거장들”은 영화사가 그녀를 기억하는 방식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소속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영화사의 여러 대표 감독과 일할 수 있었던 것, 이후 스튜디오 시대가 저문 후에도 계속해서 예술영화, 독립영화, 비디오 영화 그리고 최근의 디지털 시대의 영화들에도 꾸준히 출연하며 전후 일본영화의 거의 전 시기의 현장을 카메라 앞에서 지킬 수 있었던 그녀의 저력은 여배우로서 삶에 대한 스스로의 능동적인 선택과 성실함에서 기인한다.


가가와 교코는 신토호의 배우로 3년간 활동 한 후, 스스로 작품 선택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프리 선언을 한다. 당시 프리로 활동하는 배우가 드물기도 했지만 그녀의 선택 직후 같은 해에 전속 시스템을 강화하는 스튜디오 간 협정이 체결되기 때문에 가가와는 스튜디오 영화 황금기 시절 거의 유일하게 자신이 스스로 선택한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가 되었다. 



‘리액션’ 혹은 ‘반사’라는 표현은 가가와 교코가 남성이 중심이 되는 영화 현장에서 터득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해석이다. 다수의 남성 인물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인물이 되어야 하는 상황에 종종 처하는 여배우들에게 주어지는 ‘리액션’이라는 과제를 가가와 교코는 능동적이거나 주도하는 연기는 아니지만 동시에 그저 보조적이거나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아닌 독자적인 영역으로 해석한다. 이러한 그녀의 연기론은 그녀가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한계에서 그것을 전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우회하며 능동적인 공간을 만들어 온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 <엄마>(1952) 스틸컷 중에서. 사진 제공: 영화의 전당 필름 아카이브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8편의 영화들은 이러한 가가와 교코의 액션과 리액션의 연기들을 잘 보여주는 영화들이다. 그래서 이 여배우의 영화들을  함께 보고 그녀가 만들어온 역사를 되돌아본다는 것은 일본영화사의 또 다른 측면을 목격하고 재구성해나가는 작업이 될 것이다.




여성영화제 관객들에게 미리 보내는 인사, 가가와 교코


가가와 교코는 1950년에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 이후, 현재까지 현역인 올해 84세의 여배우이다. 가가와 교코는 데뷔 이후,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중반까지 구로사와 감독의 많은 작품에 미후네 도시로와 짝을 이루어 출연하였는데, 2013년 광주에서 열렸던 구로사와 감독 특별전에서 그의 영화 작업 스타일을 직접 증언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화인으로서 초대된 바 있다. 특별전 상영작 가운데 <붉은 수염>과 <천국과 지옥>의 GV의 진행을 맡게 되었던 나는 행사가 시작하기 전 그녀에게 관객에게 특별히 들려주었으면 하는 질문이 있는지 우선 물어 보았다. 

“구로사와 감독의 현장에서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종종 여자는 혼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자들 위주의 현장에서 여배우의 연기의 방법에 대해 물어봐 주지 않겠습니까”이 그 첫 대답이었고, 이어 여성의 일로서 여배우, 그리고 여성이 일을 가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 통찰력 있는 질문은 연기해 온 역할들로 알고 있던 맑고 단아한 인상 뒤에 전후 거의 전 시기 일본영화를 지켜 온 강인함과 현명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일본국제교류기금의 헌신적인 도움과 오타케 요코 전 도쿄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도움으로 가가와 교코의 작품들을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회고전을 위한 가가와 교코의 서울 방문을 한달 앞두고 한국의 관객들과 미리 인사하기 위해 그녀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Q. 회고전의 제목은 “회고전: 카메라 앞의 삶 - 리/액션하는 여배우, 가가와 교코 (A Life In Front of the Camera: Actress in Re/Action, KAGAWA Kyoko)”입니다. 


A. 남자들이 위주가 된 현장에서도 대사나 비중은 작지만 화면에 계속 남아 있으니 언제나 출연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비중이 작더라도) 자신의 대사와 연기가 (영화 속에서)  소중한 것으로 쓰여지기 위해서는 늘 대비하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늘 반응할 것. 미조구치 겐지 감독님의 연기 지도였던 “반사 하세요”라는 말이 (연기를 할 때) 늘 머리 속에 있습니다.   



 <히메유리의 탑>(1953) 스틸컷 중에서 


Q. 지난 번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특별전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주로 남자들과의 현장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가가와님의 작품들 중에는 여배우와의 앙상블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작품 역시 많습니다. 다나카 기누요, 하라 세츠코, 다카미네 히데코 등의 여배우들과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A. 언급된 세 분은 각각 존경하고 있는 여배우들로 같이 촬영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매우 기뻤습니다. 함께 연기했던 이 여배우들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관객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Q. 1949년 신토호에 입사하여 활동하고 3년 후 프리선언을 하셨는데요, 스튜디오 전속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 프리로 활동할 결심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시 거대 스튜디오에서 쟁의를 거친 이마이 다다시 감독의 <히메유리의 탑 ひめゆりの塔>(1953)의 출연은 이러한 프리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텐데, 처음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관객들과 함께 대화하고 싶은 작품으로 가장 먼저 <히메유리의 탑>을 선정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A. 20살 때 출연작품을 스스로 고르고 싶어서 (전속이었던 스튜디오에) 프리로 양해를 얻었습니다. (도호의 쟁의 후에 만들어진) 신토호에는 17살에 입사했기 때문에 쟁의와 <히메유리의 탑>의 출연에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히메유리의 탑>은 이마이 다다시 감독님으로부터 ‘오키나와에서 이러한 일이 있었고, 이 이야기를 전일본에 알리기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직접 듣고 출연을 결심 하였어요. 당시에는 오키나와에는 갈 수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오이즈미 촬영소 오픈 세트장에서 모두 촬영했습니다. 오키나와에 관해서는 영화 출연 이후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있고 지금도 오키나와의 히메유리 부대 출신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Q. 상영 작품들 중 괴수영화인 <모스라>를 직접 추천해주셨습니다. <모스라>는 이번 회고전을 통해 한국에서 처음 상영되는 영화로, 생기발랄한 전문직 여성으로서 가가와님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고, 영화의 설정과 내용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영화 전체에 가가와 님의 출연 분량이 적어서 추천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나의 출연작 중) 이러한 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영화로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며 모스라가 바다를 건너는 신은 풍격(風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모스라>의 주제가도 당시에 대히트 했습니다.  

△ <도쿄 랑데뷰>(2008) 스틸컷 중에서


Q. 두 달 후 가가와 교코 님을 만나뵙고, 함께 영화를 보기 기다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관객들에게 인사와 몇 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일본영화, 특히 내가 출연한 작품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이렇게 많이 상영해 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무쪼록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과 만나 뵙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글, 인터뷰 진행: 황미요조(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인터뷰 번역: 이유미 (싱가포르 국립대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