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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크리틱] <불꽃 속에 태어나다> 외 미국 여성독립영화 다섯 편






          


<불꽃 속에 태어나> (Born in Flames, 1983)

감독: 리지 보르덴 Lizzie Borden


미국 독립 영화 중에 가장 혁명적인 페미니즘 공상과학 영화 중 하나로, 라디오 방송국과 여성 군대 등 여성 자치 조직을 통한 여성 해방을 주장한 영화이다. 영화의 메시지는 '한 마리의 사자보다 수 천 마리의 쥐가 더 무섭다'라는 대사에서 드러난다. 페미니즘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그럴수록 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탈식민주의자인 프란츠 파농이 주장한 무장 폭력 혁명을 페미니즘 판본으로 실천한 작품이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는 2001년 9월 11일 이전에 이 영화에서 이미 폭발했다!


<프로즌 리버> (Frozen River, 2008)

감독: 코트니 헌트 Courtney Hunt


계급, 인종, 범죄, 여성간의 공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영화는 원주민 여성과 노동계급 백인 여성이 함께 밀수를 공모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간의 얼어붙은 강을 오가면서 마약만이 아니라 불법 이주민들까지 실어 나르게 된 두 여성의 범죄는 결국 얼어붙은 강에 내버려진 갓난 아이를 살린 후 발각된다. 여성의 모성에 호소하여 그녀들에게 죄책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아주 고전적인 여성 영화의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영화는 두 여성이 인종을 넘어서 서로를 돌봐 주는 대안적인 공동체 가족을 만든다는 결론으로 이를 상쇄하고 있다. 


<고 피쉬> (Go Fish, 1994)

감독: 로즈 트로체 Rose Troche


<데저트 하트>와 <두 소녀의 신나는 모험>이 <고 피쉬> 이전과 이후에 나왔지만, 이 영화가 중요한 건 레즈비언 하위문화와 다양한 레즈비언의 유형들을 레즈비언 감독이 다루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렉 아라키, 토드 헤인즈의 영화들과 함께 '뉴 퀴어 시네마'의 시대를 연 미국 독립영화이다. 레즈비언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사실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엘워드>의 시조가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이 아트> (High Art, 1998) 

감독: 리사 촐로덴코 Lisa Cholodenko


<로렐 캐년>으로 흥행에 실패했다가 <에브리바디 올라잇>으로 기사회생한 리사 촐로덴코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마약에 찌들어 있는 사진작가와 그 사진작가의 집 아래층에 사는 사진 잡지 편집자간의 순간적인 크러쉬에서 시작한다. 가장 예술적인 순간은 사랑이 일상이 되기 이전의 (성적인) 에로스의 순간이며, 찰나적이면서도 강렬한 순간을 담으려는 예술은 죽음의 비극과 어울리면서 데카당스와 구분되지 않는다. 음악을 최대한 자제하고 쇼트를 간결하게 구성하여 화려한 게이 캠프 미학과는 거리가 먼 미니멀한 레즈비언 영화 미학을 보여준 작품이다.


<써틴> (Thirteen, 2003)

감독: 캐서린 하드윅 Catherine Hardwicke


<트와일라잇>의 캐서린 하드윅의 데뷔작이다. 에반 레이첼 우드와 동반 주연을 했던 리키 리드는 감독의 친구 딸이었고, 당시 리키 리드는 한 마디로 비행 청소년이었다. 감독은 리드의 학교 생활을 전해 듣고 리드에게 공동 시나리오 작업을 제안, 영화로 만들게 된다. 10대 소녀의 현실 부정을 히스테리하고 들떠 있는 에너지의 카메라를 통해 긍정으로 전환시키고, 여성 감독의 작품의 특징인 ‘악인’이 없는 영화를 보여준다. 이 독립 영화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주류 영화와 독립 영화가 더 이상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특정한 시대를 이 영화가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