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디토리얼]

에디토리얼


2016년 새해 첫 뉴스레터를 보낸다. 인디플러스와 함께 하는 후원회원을 위한 ‘아트시네마’ 상영회는 올해도 계속된다. 여수 예울마루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예울마루 여성영화 산책’ 또한 작년에 이어 2016년에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영문약자 씨우프 SIWFF 사용)가 여는 1년 장기 협업 상영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보통 ‘영화제’를 하는 단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약 3개월 정도 기간에 몇 사람이 모여서 준비, 한 번 크게 하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그 한 번 크게 하는 이벤트를 위해 1년 내내 너무나 준비할 것이 많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모든 영화제는 전문 인력, 재정, 사회적 네트워크 등이 지속성을 갖고 안정화되어야만 성공한다. 여기에서 ‘성공’이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영상문화를 이뤘다는 의미이다. 영화제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 단 3개월만 사람이 모여 영화제를 하고 흩어진다 하면 그 사람들을 헤쳐 모여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들을 동원할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를 일회성 소모가 아닌 지속가능한 상영 유통망 확보로 까지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모든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1년 내내 씨우프가 후원회원 사업이나 아카이브 사업과 같은 상시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지’와 ‘성평등’의 관점에서 영화문화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향한 꾸준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씨우프는 올해부터 공동체 상영을 전문으로 하는 ‘팝업 시네마’에 약 50편의 아카이브 작품을 런칭했다. 보다 많은 관객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팝업 시네마의 자유가 ‘성인지’적이고 ‘성평등’한 바탕 위에서 펼쳐지길 바란다. 

손희정 전 프로그래머(‘돌아온 앨리스는 반란의 꿈을 꾸는가?’)와 조혜영 현 프로그래머(‘이제 공주는 그만! 비디오 게임과 여성 캐릭터’)가 쓴 두 편의 크리틱 글은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보느냐하는 관점은 시간의 선분과 공간의 지형을 재편한다. 두 명의 전현직 프로그래머가 쓴 예리하고 풍부하며 사려깊은 페미니스트 비평들은 독자들의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관점을 제공할 것이라는 걸 장담한다. 한편 현장으로 눈을 돌려 <심경>의 김승희 감독의 인터뷰와 <거미의 땅>(김동령, 박경태 공동감독)의 개봉소식에 관한 글도 이번 호에 함께 한다. 이들에게 씨우프가 슈퍼 파워가 되길. 이와 더불어 2월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단편경선과 10대 청소녀들을 위한 아이틴즈 공모 소식도 함께 알린다. 여전히 ‘한참’ 평등하지 않은 영화산업과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젊은 여성감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1월 23일 토요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저녁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진흥위원회와 지자체에서 공공 자금을 지원받는 5개의 국제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 제외)가 ‘국제영화제 공동성명: 부산국제영화제를 함께 지키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단순히 영화인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용관 집행위원장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 사태가 전체 국제영화제의 공동 ‘투쟁’의 연대로까지 번지게 된 건 그 전개 과정에서 돈과 권력의 착종, 영화제라는 공공 자산에 대한 모욕과 훼손, 예술과 문화 전반에 대한 무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가만히 있겠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예술과 문화 전 영역의 인사들을 입맛에 맞게 바꾸고, 시민들의 세금을 자신들의 돈인양 쥐고 목을 조르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역사, 전통, 문화의 뿌리깊은 나무가 자랄 수 있겠는가? 영화제를 지원하는 스폰서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들은 영화제에 재정지원을 해줬다는 이유로 관객들이 만날 수 있는 영화 선정에 점점 더 간섭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확실히 이전보다 심해진 현상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를 당연시한다. 권력과 기업이 정권을 앞세우고 이익을 내세우면 문화의 뿌리에 살충제를 투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손상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들불이다. 영화제의, 문화의, 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다시 살리기 위한 들불을 그 날 우린 봤다.  











김선아 (집행위원장/ 수석 프로그래머)


'[에디토리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디토리얼] Welcome 2017!  (0) 2017.01.24
[에디토리얼]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징  (0) 2016.05.16
에디토리얼  (2) 2016.04.07
에디토리얼  (1) 2016.03.11
에디토리얼  (0) 201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