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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에디토리얼



영화+α= 영화제



금번 영화제의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진용을 갖추게 됐다. 그래서 이번에는 알차게 준비한 열여덟 번째 영화제의 영화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영화제의 꽃은 물론 영화다.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운 건 역시 사람, 관객이다. 그러나 흥행하는 개봉 영화를 보러 동네 극장을 찾은 관객과는 달리 영화제를 방문한 관객에게는 영화 한 편 한 편을 이벤트로 만드는, '영화+α= 영화제'가 되어야 한다. 일주일 동안 열리는 '여성' 영화제라는 특별한 영화제를 직접 찾아주시는 관객을 위한 보상이기도 하고, 더 크게는 '탈신화화된' 극장 시대 즉 필름 시대의 거대한 극장 문화가 아닌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극장 문화로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지금의 영화제는 영화라는 매체에 잔뜩 들어가 있었던 힘을 좀 빼고, 여러 예술과 미디어를 넘나들면서 관객에게 현대적 의미의 '종합예술'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열여덟 번째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영화+α' 라고 말할 만한 게 무엇일까. 


첫째는 풍성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다. 영화제에서는 보통 영화 상영 이후 감독이나 제작 관계자가 관객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진행한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영화제 관객들 특히 '여성 감독이 만든 다른 영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여성영화제의 관객과 제작진은 이 시간에 영화를 매개로 충만하고 독특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금번 여성영화제의 '관객과의 대화'는 일반적인 관객과의 대화도 물론 진행되지만, 선배 감독이 사회자가 되고, 상영작을 만든 후배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당신의 영화, 나의 영화' 시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물론 이전 영화제에서도 진행된 바 있지만, 호응이 좋아 3회에서 5회로 횟수를 늘렸다. 선배 감독들은 후배의 작품을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서 질문을 하고, 자신의 영화와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건네고, 후배 감독 또한 선배 감독의 코멘트를 듣고, 자극과 격려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관객이 두 명의 감독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특히 이번에는 문소리 배우의 세 편의 단편 영화를 한꺼번에 상영한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자리(사회자로 출연하게 될 선배 감독이 누구인지는 비밀)도 마련되어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시길.

두번째 '영화+α' 는 프랑스 특별전에서 볼 수 있다. 금번 프랑스 특별전은 한불 상호교류 130주년을 맞이한 '한불상호교류의 해' 사업으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뤼미에르 보다 먼저 극영화를 만든 사람이 여성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그 이름은 알리스 기-블라쉐. 프랑스 특별전은 알리스 기-블라쉐부터 동시대 프랑스 영화를 이끌고 있는 신예 여성감독의 최신작까지, 프랑스 영화 120년의 역사를 여성영화로 관통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무성인 알리스 기-블라쉐의 영화의 사운드는 피아노 독주가 대신한다. 기-블라쉐의 영화와 함께 연주될 피아노 사운드는 관객들에게 120년 전의 흑백 영화를 지금 여기로 실어나르는 또 다른 매체가 될 것이다.

세번째 준비한 '영화+α' 는 박남옥 감독에 이어 두 번째 한국 여성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 (1962) 상영과 낭독회가 함께하는 '필름+퍼포먼스' 행사다. <여판사>에서 여판사인 주인공의 법정 변론을 오늘날 여성의 위치에서 재해석해서 무대에서 배우가 낭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약 55년이 지나도 늘 그대로 그 곳에 있는 영화-이미지와 현재의 언어-목소리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판타스틱'한 경험을 준비했다.

심야 영화의 부활로 네번째 '영화+α'를 소개한다. '달빛 아래의 열정 Moonlight Passion' 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질 한 밤의 영화 상영은 열정과 사랑에 대한, 그 변덕스러우면서도 놓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두 편의 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한 밤에 여성들이 모여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안심하고 편하게 즐기길. 여성이 말하는 사랑과 열정의 방정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역시 달빛이 비추는 한 밤이 낫겠다 싶어 심야 영화 시간을 다시 마련했다.

다섯째는 미래의 여성감독들을 위한 '아이틴즈' 섹션에서 진행되는 '트레이닝 그라운드'이다. 여중고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그 대상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성에 대한 투자이다. 미래의 여성감독을 기다리고 있는 '트레이닝 그라운드'에서 강연자로 나선 변영주 감독과 이길보라 감독의 멘토링을 통해 청소녀들이 영화를 만드는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젠더 감수성도 높아지길 바란다.

영화제는 더욱 내실있고 알차게 준비되어 있다. 6월 2~8일에 걸쳐 메가박스 신촌에서 펼쳐질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영화+α=영화제' 라는 이름 아래 위와 같은 행사들 외에도 더욱 알찬 뉴 커런츠, 쟁점, 특별전, 아시아 단편 경선, 피치 앤 캐치 등 개별 프로그램과 야외상영이나 메가박스 광장 시장 등 그 전과는 다른 여러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영화제라는 축제는 영화 관계자와 관객의 참여로 비로소 완성된다. 부디 많이 오셔서 일주일 동안의 낯선 자유와 감각의 열림을 느끼시길.

 

 

김선아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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