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사랑하니?"
<하늘과 나무 열매>는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퀴어 레인보우’ 섹션에서 상영하는 유일한 다큐멘터리다. 일본과 영국에서 활동하는 토코이 미유키 감독은 30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주인공 고바야시 곁에서 카메라를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생물학적 성과 성별 정체성의 불일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온 주인공은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의 기록”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정의한다. 그는 늘 새로운 고민과 탐구를 거듭하며, 종래에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젠더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 고바야시는 소라에서 스키로, 스키에서 타카마사로, 그리고 코노미로 이름을 바꾼다. 그때마다 감독은 카메라 너머에서 질문한다. “너 자신을 사랑하니?” 고바야시의 대답은 변화하며 확장된다.
중학생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인물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봤다. 어떻게 처음 코노미를 만났고,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뉴스 리포트를 제작해왔는데, 당시 다루던 여러 토픽 중 하나가 젠더 이슈였다. 성별 정체성이나 젠더 아이덴티티와 관련하여 어려움을 겪는 10대가 적지 않았기에 보도하고 싶었지만, 해당 뉴스를 받아줄 채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결국 학생을 먼저 찾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코노미를 만났다. 코노미와의 만남은 사막에서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과 같았다. 아주 우연히 만났지만 자연스럽게 인연이 되었다. 대개 청소년들이 카메라 앞에 나서서 인터뷰를 하거나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에 거부 반응을 보였던 반면, 코노미는 자신에 관해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 했고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것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 용감한 아이가 나중에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정체화할지 궁금하더라. 코노미는 만날 때마다 나날이 용감해져 갔고, 그 여정을 사회에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야기의 마무리를 예상하기는 어려웠겠지만, 대략 촬영을 마쳐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나 시점이 있나.
촬영이 이렇게 길어질 줄 전혀 몰랐다. (웃음)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 작업자가 비슷한 고충을 겪으리라 생각한다. 코노미가 성전환 수술을 받을 당시에는 자신을 남성으로 규정했기에, 아마도 내 영화의 엔딩은 코노미가 남자가 되는 것이리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나는 남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전화를 받고 나서 너무 놀란 동시에 '엔딩이 바뀌겠구나' 싶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코노미가 여성도 남성도 아닌 논바이너리로 자기 자신을 이야기할 때, 영화는 오히려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룰 수 있겠더라. 그날 이후 촬영을 재개했고 코노미의 행복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영화라는 매체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는데, 출연은 물론 내레이션까지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라.
정해둔 규칙이나 원칙은 딱히 없었다. 코노미는 성우가 꿈일 정도로 대중 앞에서 말하고 관심 끌어당기기를 좋아한다. 늘 열심히 참여해주었고, 본인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촬영을 즐거워 했다. 어떤 질문이든 피하지 않고 대답했고, 아마도 그러한 성격 덕분에 <하늘과 나무 아래> 제작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코노미에 관한 다큐멘터리인데, 자기 자신에 관해 말하기 싫어하거나 관심 받기를 불편해한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감독은 코노미를 향해 “너 자신을 사랑하니?” 라고 반복적으로 묻는데, 이는 감독 자신에게 굉장히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나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받아들여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코노미를 바라보고 있으면 지금 정말 행복한지 궁금하더라. 어떻게 보면 코노미는 운이 좋은 아이일 수도 있다. 본래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미래를 기대하고 항상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다. 대답에서도 점차 확신을 갖고 나아가는 태도가 느껴졌다.
교육용 콘텐츠로도 훌륭하다. 젠더 정체성에 관해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뷰와 차트를 삽입했다. 향후 이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계획인가.
맞다. 애초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에 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로 만든 작품이다. 일본 사회는 여전히 다양한 젠더 정체성에 관한 의식과 이해가 부족하고, 나와는 먼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어디에나 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어떻게 느끼는지 들여다보고, 무지한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10대 청소년에게 관심이 많다. 접근이 용이하도록 향후 이 작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10대 청소년은 학교 안과 밖에서 심각한 고난을 겪는다. 그들이 용기를 갖기를 바라고, 그런 고민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처럼 사고가 아직 편협해지기 전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웃음)
중반까지는 FTM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주인공은 트랜스젠더 여성, 논바이너리 등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인물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인터뷰는 감독의 제안이었나, 아니면 주인공의 요청이었나.
코노미는 항상 다른 트랜스젠더를 만나고 싶어했다. 생각과 감정, 불편과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를 원했다. 마침 내가 아는 사람이 몇 있어서 코노미에게 제안했다. 코노미는 그때도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임했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얻었다.
영화를 본 코노미의 반응도 궁금하다.
일본에서는 극장은 아니었지만, 대학교와 지역 행정부 같은 곳에서 몇 번 상영회를 열었다. 코노미는 아주 기뻐했는데, 배우 지망생 답게 외양에 신경을 쓰더라.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한 말이 "신마다 헤어스타일과 몸무게가 달라지는 것이 훤히 보인다"였다. (웃음) 코노미는 실제로도 매우 다정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 관객들이 코노미와 직접 만나서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면 좋겠다.
주인공은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뿐더러, 따뜻한 내면으로 타인을 감싸 안아주기도 한다. 많은 관객이 코노미를 통해 용기를 얻으리라 생각한다. 감독으로 하여금 이 작업을 포기하지 않고 완성하도록 용기를 불어넣은 힘은 무엇인가.
<하늘과 나무 아래>는 젠더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우리 모두 평생 궁금해 하지 않나. 우리가 누구인지, 나 자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말이다. 난 어렸을 때 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행복하지만, 과거에 나는 이 사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일본 사회는 단일화를 추구하는 환경이고, 우리는 남과 동일하게 행동하라고 교육 받는다. 꽤 다른 사람이었던 나는 그 사이에서 자주 어려움을 겪었다. 주인공의 여정에 동참하면서 내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코노미가 그러하듯,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지닌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아마 그 마음이 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글 차한비(리버스)
사진 구연주(핀치)
통역 김한얼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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