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9월 5일(목)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성황리에 폐막식을 마쳤다. 폐막식은 정용실 아나운서와 추상미 배우의 공동사회로 8일 동안 영화제를 찾은 5만여 명의 관객에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번 영화제는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이라는 슬로건으로 총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됐고 관객과의 대화(GV)를 비롯한 스페셜토크, 쟁점포럼, 감독 대 감독 등 80여 개의 스페셜 이벤트가 열렸다.
먼저 여성영화를 발굴하고 제작을 지원하는 ‘피치&캐치’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심사위원 정재은 감독은 “심사를 하며 여성영화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했다”며 “수상작들이 변화한 환경에 직면한 여성을 그리는 상상력 넘치는 작품들로 만들어져 관객들과 만나길 기원한다”라고 심사평을 밝혔다.
극영화 부문에서는 <해피뉴이어>의 한지혜 감독과 김태연 작가가 관객인기상과 메가박스 우수상을 받았다. 메가박스 대상은 경계선 지적 장애가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법정 싸움을 다룬 이은희 감독의 <민사소송>이 수상했다. 이은희 감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를)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는데 계속 함께해주고 계신 동료분들께 감사하다”고 “이 상은 저희가 아니라 하은이와 하은이 엄마를 지지하라고 준 상”으로 받겠다며 꼭 영화를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판시네마 최우수상은 <아이>의 김현탁 감독과 김인애 프로듀서가, 메가박스 우수상은 <나의 원더우먼> 경지숙 감독과 최수경 프로듀서, <둠둠>의 정원희 감독, <해피뉴이어>의 한지혜 감독이 수상했다.
다음으로 ‘피치&캐치’ 다큐멘터리 부문의 시상이 이어졌다. 심사위원 이숙경 감독은 심사평으로 “모두 주옥같은 작품들이라 심사라기보다는 의견교환에 가까웠다”며 “소재나 표현 방식이 독창적이고 매력 있었다. 수많은 난관에 굴하지 않고 완성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다섯 작품 모두에 응원을 보냈다.
포스트핀상은 권아람 감독의 <홈그라운드>, 옥랑문화상과 관객인기상은 <쓰레기덕후 소셜클럽>에 돌아갔다. <쓰레기덕후 소셜클럽>은 반 플라스틱 환경운동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감독의 성찰적 시선과 유머와 에너지가 돋보인 작품이다. 진진우수상은 <홈그라운드>의 권아람 감독, <메릴스트립 프로젝트>의 박효선 감독, <모래바람>의 박재민 감독, <올 헤일 더 킹> 박예지 감독이 수상했다.
권아람 감독은 “포스트핀상은 꼭 완성해서 후반 작업을 잘하라는 뜻으로 받겠다. 도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고, <쓰레기덕후 소셜클럽>은 신혜인 프로듀서가 유혜민 감독의 수상소감을 대독했다. 유혜민 감독은 “이제 영화를 시작하는 여성 영화인에게 피치&캐치는 소중한 기회다.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함께 끝까지 열심히 살아남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국내 십대 여성 청소년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 부문 ‘아이틴즈’는 후원사 ‘BNP파리바’의 필립 누와르 한국 대표가 시상했다. BNP파리바는 프랑스의 금융 그룹으로 영화와 관련된 후원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올해 처음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후원사로 참여했다. 필립 누와르 대표는 “아이틴즈를 통해 차세대 여성 감독을 양성하고 영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속해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아이틴즈의 특별 10대 심사위원단 황선우 씨는 “현대사회에서 여성 청소년이 직면하는 시의성 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심사위원들은 청소년의 시각에서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작품을 선정했다”고 심사 소감을 나눴다.
아이틴즈 BNP 파리바 우수상은 <순간>의 이다은 감독과 <어느 늦은 밤 집으로 가는 길>이 공동 수상했다. 대상은 박규은 감독의 <너도 그렇다>가 선정됐다. 이다은 감독은 “함께 촬영한 친구들, 도움 주신 부모님과 선생님께 감사하다. 더 좋은 여성영화를 찍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금정윤 감독은 “여성을 주제로 한 가장 큰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다음에 이 자리에 또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대상을 받은 박규은 감독은 “학교가 끝나고 바로 와서 교복 차림이다. 이 순간을 잘 기억해서 더 좋은 영화로 이곳에 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어 아시아단편경쟁 부문 시상자로 심사위원이자 5대 페미니스타 김민정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김민정 배우는 “심사를 하면서 새로운 떨림을 느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단편 작품들에 놀랐다. 배우로서 독창성과 창의성을 많이 배워가는 것 같다. 열렬히 여성의 목소리를 내주시는 세계 각지의 감독, 배우, 제작자, 스태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심사 소감을 말했다.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지나 마체티 홍콩대 교수는 “여성 영화인의 힘과 결단력, 혁신적인 상상력을 확인한 기회”였다며 “스크린을 통해 강렬한 목소리를 보내고 있는 아시아 전역의 감독들에게 모두 찬사를 보낸다”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아시아단편경쟁 부문에서는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배꽃나래 감독이 관객상과 작품상을 수상하여 2관왕에 올랐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은 “여자가 배워서 뭐 하느냐”며 학교를 못 다니다가 뒤늦게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안치연 할머니와 한글교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며 만장일치로 작품상에 선정됐다. 배꽃나래 감독은 “여성의 역사는 항상 있었는데, 기록되거나 기억되지 못했다. 그러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를 다짐했다.
감독상은 다이어트 캠프를 배경으로 한 10대들의 청춘과 자기 긍정 이야기 <주근깨>의 김지희 감독이 받았다. 김 감독은 “막 시작한 신입에게 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좋은 영화를 감독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장편경쟁 부문 시상은 멜버른 여성영화제의 시안 미첼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시안 미첼 위원장은 “벽을 깨는 얼굴들이라는 올해 슬로건에 부합하는지를 기준 중 하나로 작품을 선정했다”고 공개했다. <우리는 매일매일>의 강유가람 감독이 한국장편경쟁 부문의 단 하나뿐인 작품상의 주인공이 됐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1990년대 활동한 페미니스트를 추적한 다큐멘터리이다. 강유가람 감독은 벅찬 목소리로 “수많은 페미니스트에게 큰 빚을 진 영화이다. 출연해주신 모든 페미니스트과 응원해 주신 관객들에게 감사하다”며 출연진에게 영광을 돌렸다.
작년에 신설된 국제장편경쟁 부문은 여성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 데뷔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신수원 심사위원은 “이번 출품작들은 가부장적인 공동체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들의 일탈과 모험을 그린 이야기가 많았다. 수상작은 세 편뿐이지만 출품된 여덟 편 모두 인상깊게 보았고 여덟 편의 영화 티켓을 소중히 간직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장편경쟁 부문 심사위원특별상은 <오미가스>가 수상했다. 안토넬라 수다삿시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수많은 여성 영화인들을 만나 매우 기뻤고, 이 거대한 여성 운동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감독상은 <여름 생존자>가 선정됐다. 마리아 카브라타드제 감독은 일정상 폐막식에 불참했지만 서면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다. 제 마음이 서울까지 전해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보내왔다.
마지막으로 작품상을 수상한 <나를 데려가줘>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은 “많은 영화제를 다니고 있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야말로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축제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큰 임파워링이 되었다. 이 영화제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나중에 파티에서 뵙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제5대 페미니스타로 활약한 김민정 배우가 “지난 8일은 저에게 너무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여러분도 그러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성영화제가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과 새로운 여성 영화인을 발굴하는 버팀목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끝으로 “영화제의 퍼플카펫에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 배우들이 서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폐막식은 김은실 이사장, 변재란 조직위원장, 박광수 집행위원장의 폐막 선언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박광수 집행위원장은 “이 건물에 영화관이 들어선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영화를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여성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내년 영화제에 기대를 모았다.
폐막작으로는 아시아단편경쟁 부문 수상작인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과 <주근깨>가 상영되었다.
한편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후원하는 펀딩이 텀블벅 홈페이지에서 9월 30일까지 진행된다. 후원자 ‘여성영화제의 친구들’에게는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념품과 20년 기념 단편 DVD를 리워드로 증정하고, 2020년 영화제 폐막식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기재된다. 후원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더 성대하게 치러질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기다려본다.
국제장편경쟁 작품상 <나를 데려가줘>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 인터뷰 보기
국제장편경쟁 감독상 <오미가스> 안토넬라 수다삿시 감독 인터뷰 보기
글 선채경 자원활동가
사진 조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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