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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우리는 모두 '땅의 여자', gogo시네마를 다녀와서



지난 12월 한달 동안 지역순회상영프로젝트 gogo시네마가 충남을 비롯 태백, 부천, 아산, 의정부 등 12곳에서 여성영화를
상영하는 나눔상영회를 가졌습니다. <땅의 여자>부터 <미쓰 홍당무><어떤 개인날> 등 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던
화제작과 <날아라 펭귄><서울의 지붕밑> 등의 영화들이 지역 관객들을 찾았고 영화 상영 후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글은 연기군과 원주, 계룡시에서 가졌던 <땅의 여자> 상영회 후기입니다.

'곳바람'이 피부까지 뚫고 들어올 것 같이 추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는 연말입니다. 추운 날씨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분위기 나지 않는 연말을 조금은 섭섭해 하면서 적당히 한가하고 적당히 부산스럽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거리의 모금함도 올해는 꽁꽁 얼어붙었다고들 하네요. 아마도 정성들여 보탰던 한 푼 두 푼이 어이없이 유용되었다는 소식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다른 여러 통로들을 통해 함께 나누고 사는 것의 따뜻함이 계속되기를 기대하면서, 올 12월 저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던 경험을 나누어 볼까 합니다.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서 소식 전해 들으셨겠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2월에 '순회상영회 고고시네마'를 진행했습니다. 여성감독이 만든 여성영화를 들고 지역 곳곳을 찾아가는 프로젝트였지요. 저도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고고시네마의 마음의 버스에 함께 올라타 연기, 계룡, 원주 등 다양한 지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상영되는 작품의 감독님이나 출연자분들도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직접 참여해주셨지요.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영회는 연기군민회관에서 진행되었던 <땅의 여자>(감독 권우정) 상영회였어요. <땅의 여자> 주인공 선생님들 중 강선희, 변은주 두 분의 선생님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이었지요.

여러분들도 익히 잘 알고 계시겠지만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던 <땅의 여자>는 도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농하여 '땅의 여자'가 된 세 명의 여성농민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세 분 선생님은 농민으로서 땅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고민하면서 농민운동과 지역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의 삶 속에는 몸을 움직여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군의 위대함과, '나 자신'을 뛰어넘어 그 품 안에 사람들을 품어나가는 활동가의 열정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개인적인 삶의 치열함은 말할 것도 없이요. 계룡 상영회를 찾으셨던 한 여성농민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스크린을 통해서 우리는 그 분들의 "열심의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분들의 열정은 다큐가 프레이밍하는 사각의 틀을 넘어 객석으로 강렬하게 전달되었고, 저 역시 그분들의 모습에서 "지금 이곳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감동 이상의 지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저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 선생님들께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삶의 선배이자 앞서 가고 있는 활동가로서, 도시에 사는 저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지침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우문에 강선희 선생님은 현답을 주셨습니다. "<땅의 여자>를 보고 한 분이 연락이 오셨어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공부방에 책을 좀 보내주고 싶으시다고. 그래서 지인들끼리 책을 모아 한 보따리를 보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감사하고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운동은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연대해 가면서, 아주 작은 괌심이라도 서로 나눌 수 있는 그런 마음 말이지요."

<땅의 여자> 상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시작했어요. 요즘 흠뻑 빠져(?) 살고 있는 트위터에 "<땅의 여자> 강선희 선생님이 활동하시는 합천 공부방에 책과 DVD를 보냅시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린 것이지요. 그 트윗은 여러 트위터 유저들에 의해서 계속 소문이 나게 되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책과 DVD를 보내오셨어요. 보내주신 분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일에 종사하고 계시는 분들이었지요. 그 감사한 마음에, 다시 한 번 마음이 따뜻해졌더랬습니다. 2011년에는 소희주 선생님 공부방에 책을 좀 보내드릴까 합니다. 소희주 선생님은 뵌 적이 없어 전화를 먼저 한 통 드려야겠지만, 책 보내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저에게 연락주세요. 기쁜 마음으로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땅의 여자>를 못 보신 분들은 우선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땅의 여자> 굿다운로드를 하시는 것도 좋겠네요. 아마 다큐를 보고 나면 책 한 권이라도 보태고 싶으실 수도요.

서울에는 어제 밤, 폭설이 내렸습니다. 날씨가 푸근해서 길이 많이 얼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혹 미끄러울 수도 있으니 길 조심하시구요. 마음 따뜻하게 뭐든 누군가와 나누는 연말 혹은 연초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많이 받으시길.


2010년의 끝에,
손희정(10, 11회 프로그래머) 드립니다.
(책보내기 참여 연락은 트위터 @peace_n_pride)


덧: 전국여성농민회에서는 '우리텃밭 제철 꾸러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성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건강한 제철 채소와 가공식품을 받아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cafe.daum.net/jangbaguni 에서 찾아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