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의 순환을 마치고 13회를 준비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바짝 대 보았습니다.
'여성영화제에 바란다'는 기획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열어주신 분은 <쇼킹 패밀리>와 <레드마리아>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2회나 수상하신 경순 감독님입니다. 활개치듯 공간을 마음껏 누빌 13회 영화제, 새로운 2011년을 열어갈 여성영화제는
앞으로도 뜨거운 애정, 차가운 비판에 귀를 귀울일 것입니다.
'여성영화제에 바란다'는 기획 시리즈의 첫 포문을 열어주신 분은 <쇼킹 패밀리>와 <레드마리아>로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을
2회나 수상하신 경순 감독님입니다. 활개치듯 공간을 마음껏 누빌 13회 영화제, 새로운 2011년을 열어갈 여성영화제는
앞으로도 뜨거운 애정, 차가운 비판에 귀를 귀울일 것입니다.
이제사 정신을 좀 추스르고 다시 편집을 시작한지 한달쯤 되간다. 그러나 역시 다시 시작하고 보니 모든 것이 다 처음부터 다시였다. 못다한 번역을 다시하고 다시 촬영한 내용도 프리뷰를 해야 하고 진행비에 생활비까지... 당면한 그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고스란히 작년 이맘때를 기억나게 했다. 생각해보면 그때 참 안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말 무리수를 뒀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영화제에서 <레드마리아>를 성원해주고 기다려주었던 관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그리도 달려었구나 싶기도 하다. 처음의 주제였던 여성의 몸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희미해지고 빈곤의 문제만 두드러진 편집본을 가지고 상영하자니 마음도 몸도 몹시 무거웠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좋았던 것은 <레드마리아> 주인공들과 연구자들 그리고 여러단체의 활동가들이 함께 참여하며 토론을 할 수 있었던, 12회 여성영화제 기간에 열린 '레드마리아 국제워크숍'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늘 여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여성영화제에서 틀고싶은 이유는 그것이 쉽게 관객과 소통하고 담론화 되는 기회가 가능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막상 영화를 만들고 틀때는 그것이 담론화 되는 과정이 늘 여성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학술제와 따로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상으로는 여성영화제를 통해 여성의 문제를 의제화 하는 학자들과 관객들 사이에 영화가 놓이게 되는 형국인데 그 사이를 좁히기에는 서로의 언어가 너무 다른데다 학술제 자체가 갖는 의제가 개별 영화들과 입맞춤 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늘 그것이 아쉬웠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참담하고 소외되고 격리된 속에서 각기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고 넘어야 할 장벽들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 그럼 어떻게 이것을 돌파해 나갈 것인가. 우리가 가진 무기를 어떻게 재장전할 것인가를 무수히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여성영화제가 있고 수많은 감독들이 있으며 초지일관 여성의 문제에 힘을 쏟는 연구자들이 있고 알아서 찾아오는 수많은 관객들이 있다. 한마디로 모든게 다 있다는 말이다.
올 겨울 제법 춥고 여러 가지 장애물도 덩달아 줄을 서기는 했지만 내가 정말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하기위해 최선을 다해 영화를 완성하려한다. 그래서 사실은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이 <레드마리아>의 편집이 즐겁고 기대도 된다. 세상을 향해 제대로 된 질문을 한번 던지기 위해서 말이다.
- 경순 (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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