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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3회(2011) 영화제

스물다섯, 여자, 활개 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설렘을 잃고 두려움을 얻는 일일 것이다. 하고 싶어서 자원한 것이었지만 막상 채택이 되고나자, 나에게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생기는 ‘의무적인’ 두려움이 있었다. 설렘보다는 두려움, 기대보다는 경계심이 더 컸다. 두려움과 경계심, 그리고 약간의 설렘과 기대를 안고, 그렇게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운영팀 자원 활동이 시작되었다.

영화제 3일째, 점점 지쳐가고 있을 무렵, 외국인 관객이 혼자 영화를 보러 왔다. 영화제 책자에는 영어로도 소개가 되어있었으니 티켓을 발권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발권을 마쳤을 무렵에는 입장을 서둘러야 하는 시간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 영화였다. 모두가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이방인 앞에서 작아졌을 때, ‘지하 3층인 1관으로 내려가세요’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영작하고 있을 때, 내가 외친 것은 단 한 마디였다.
 “Follow me!"
그녀는 나의 다급한 진심을 알아주곤 씩 웃어보였다. 그녀를 앞장서 상영관을 안내하러 가는 등 뒤로 함께 일하는 다섯 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영어실력은 없지만 그녀와 소통이 됐다는 기쁨에 웃음이 났으며, 다행히 늦지 않게 상영관에 모셔다 드릴 수 있었다.


영화제를 하는 동안 두려움을 지불해왔다. 그 대가로 처음에 얻었던 것은 1층 티켓 부스 여섯 명 중 맏언니로서 가져야만 하는 책임감이었다.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에게 처음으로 보이는 이미지, 영화제의 시작점. 그것이 티켓팀이 가지고 있는 사명이었으므로. 그리고 영화제가 끝난 후, 궁극적으로 즐거움이라든가 소중한 추억이기 이전에 하나의 ‘축제’를 얻었다. 또, 영화제를 하는 자원 활동가가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또 다른 영화를 보았다.
언젠가 어디에서 스쳐지나갔을지 모르는 아주머니가 마치 필자의 엄마가 해주는 것처럼 밤늦게까지 수고한다고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언어가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영화제라는 축제를 즐기러 옴으로써 서로 만나는 또 하나의 축제. 이 일을 하고 있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사은품이자 기념품이었다.

스물다섯,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의 여자,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제대로 활개를 폈다. 몹시 즐거웠다. 그리고 내년에는 관객으로 오련다.



-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활동가 활동을 마치고 (운영팀 자원활동가 장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