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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홈페이지에 묻다 2

트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이번 6월 뉴스레터에서는 ‘이것이 바로 스마트다’란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스마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획을 잡아보았습니다.
웹표준 준수와 장애인 접근성 강화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온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대해 물어봅니다. 
5년 동안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매진한 참새님과 제13회 홈페이지를 담당한 은유님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from 여성영화제 to 은유

Q. 먼저 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최근 하시는 일과 근황도. 

 A. 안녕하세요. 은유라고 합니다. 영화제에 입문하는 보통의 단계(?)라 불리는, 자원활동가로 여성영화제와 인연이 닿았다가, 12회 때 처음으로 여성영화제 스텝이 되었습니다. 운영팀과 아카이브팀을 거쳐, 13회에는 홍보팀에서 웹을 담당했었습니다. 현재는 서울독립영화제 운영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영화제 때 했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아, 참고로 서울독립영화제는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열립니다) 소일거리로 주변사람들에게 ‘밀어서 잠금해제’ 화면을 만들어서 주는 재미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Q. 전임자가 여성영화제 홈페이지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관계로 홈페이지를 맡았을 때 부담이 굉장히 컸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제일 부담이 되었나요?

 A. 부담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전임자 분께서 꽤 오래 일을 하셨으니, 사실 후임자 입장에서 전임자 스타일과 비슷하게 유지하려고 나름의 노력을 했어요. 홈페이지를 찾는 관객들에게 연속적인 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하나 사람이 완성해놓은, 이제는 여성영화제의 스타일이 된 작업이기에 스텝들에게도 되도록 (홈페이지나 기타 디자인 등에 있어서) 비슷한 스타일로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워낙에 전임자 분의 애착과 잘하셨던 점을 직접 옆에서 보기도 했으니까 그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또, 한가지의 부담감이 더 있다면, 전공자로서의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웹 관련 디자인 계열을 전공했거든요. 수업으로만 배운 저는 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젠 수업을 떠나 수입을 요하는 직업을 갖게 되니까 주변의 인식이 부담스럽더라구요. “전공분야니까, 잘하겠지!”라는 농담처럼 저에게 이야기해주시는 분도 있었는데 그런 농담도 부담으로 점점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가벼운 농담 하나에도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나름 4년 내내 배운 것을 버벅거리면서 일하는 모습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전공자니까. 쓸데없는 전공자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아도 스스로 부족하지만 저의 일이니까 하는 게 맞는 거고, 이왕 한 것 더 잘하고 싶은 거였죠.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그래서 더 스스로 완벽해지려고 스스로에게 부담감을 계속 주문을 외우듯 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자꾸 각인시키느라 스스로 부담을 쌓아갔던 것 같아요.

 

Q. 2011년 13회 홈페이지는 기존의 홈페이지 기조(웹표준 준수와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홈페이지 기획을 하셨잖아요.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A.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이라고 하면, 기존의 홈페이지와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예산이 조금 더 넉넉했다면 기존 홈페이지가 추구하고 있었던 웹표준 준수와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가지고 가되 표면적으로 보이는 디자인 부분도 바꾸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스텝의 입장에선 영화제 예산현황도 어느 정도 감수를 해야 하기도 하니까, 최대한 작년 12회 홈페이지의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체적인 색상톤을 바꾸는 걸로 결정했어요. 다들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여성영화제가 가지고 있는 메인테마색은 보라색이거든요. 이번엔 과감하게 기존의 키컬러를 버리고 다른 색상을 선택했어요. 봄의 기운을 담아 청록색톤으로 결정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과감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국장님이 어색하다며 반대하시던 게 생각나네요. 테마색을 버렸으니 사람들이 놀랄만도 했었겠죠. 하지만 나름 괜찮은 시도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한번쯤은 탈피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Q. 국영문 상영작 입력, 페이지 디자인 일부 등 홈페이지 담당자가 하는 업무량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3회 홈페이지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A. 마지막까지 상영작을 조율해야 하는 영화제라는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상영작 입력이 제일 힘들었죠. 상영작만 업데이트하다가 퇴근했던 기억도 있네요. 
 
Q. 13회는 IWFFIS Mania 티켓예매 시 홈페이지에 과부하가 걸려 접속이 안되는 등 괴로운 일들이 좀 있었는데요, 홈페이지 담당자로서 어떠셨나요?

A.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왜 하필!”이었어요. 홈페이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다운이 될 정도의 과부하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홈페이지 트래픽 초과를 예방하는 것에 치중했어요. 동시접속으로 인한 홈페이지 과부하라니! 트래픽과 웹DB공간 등 홈페이지 작업하기 전에 초과 방지를 위해 추가적으로도 늘리기도 했어요. 나름 사무국 안에서 만발의 준비를 하고 시작했죠. 
티켓오픈은 공식홈페이지의 가장 중요한 일이예요. 홈페이지 담당자로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두근두근 설레였어요. 그날 기분이 되게 좋았어요. 아침부터 홈페이지 오픈이 너무 잘될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이런 잘될꺼라는 느낌 한편으로는 불안했었죠.

정확히 IWFFIS Mania 티켓오픈 10분 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전화로 비밀번호 문의가 들어와서 전화응대 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새로고침을 하는데, 갑자기 홈페이지에 warning 어쩌구 하면서 에러로 추정되는 글귀가 떴어요. 처음에는 사무실 인터넷 문제인 줄 알았어요. 그전까지 사무실 인터넷이 흐름이 끊긴 적이 있어서, 아 단순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경고문을 읽어보니 웹DB관한 내용이었던 것 같은 느낌에 급하게 호스팅 업체에 전화를 했죠. 호스팅 업체도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이제 오픈이 바로 코앞인데 정말 답답했어요. 그리고 호스팅업체에서 돌아온 답변은 ‘호스팅 홈페이지(호스팅은 서버가 방이라고 치면 한 방을 여러 업체에서 나눠 쓰고 있는 것을 말한다)면서 마치 단독 서버를 쓰는 홈페이지처럼 쓰고 있다(다른 사람이 방을 못쓸 정도로 용량을 초과해서 쓰고 있고 동시접속자가 많다)’라는 답이었어요. 그리고 연이어 ‘이런식으로 하면 홈페이지를 당분간 차단시킬 수밖에 없다’였어요. 우리 홈페이지 때문에 같은 호스팅을 나누어 쓰고 있는 업체들도 홈페이지가 접속이 되지않고 있어 항의가 많다, 다른 업체에 피해를 주니 영화제 홈페이지를 차단시키는 것이 해결책인 것 같다고요. 이렇게 티켓오픈은 날아가버린거죠. 그땐 정말 답답했어요. 얼굴도 하얗게 질려버렸고 손도 떨렸던 것 같아요. 근데 또 그런 상황에서 국장님의 호출이 이어졌어요. 머릿 속엔 이미 아무 생각도 없는데... 하지만 그래도 대책이 필요하긴 했으니까요.

선착순 100명에게 한정되는 IWFFIS Mania 티켓 판매도 이정도인데, 나중에 본 예매가 이루어지면 상황은 또 반복될꺼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무국과 호스팅 업체, 그리고 외주 개발자분의 의견을 모아 개막식 및 상영작 예매가 시작되는 티켓 오픈 시기에 맞춰 급하게 서버를 단독 서버로 돌리기로 결정했고 서버 이전 작업을 서버업체에 의뢰했어요.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무리하게 서버 이전을 할 수 밖에 없었죠. 각기 달리 잡혔던 개/폐막작과 일반상영작 티켓 오픈을 같은 날로 변경하고 단독 서버로 이전했어요.

단독 서버로 이전되자 홈페이지는 안정적인 형태를 보였어요. 그래도 불안해서 더 많은 테스트를 했어요. 오픈 1시간 전까지 최종 테스트를 마무리했어요. 모든 마무리를 짓고 오픈 시간을 기다리던 와중이었는데, 티켓시스템 상에서 예매자 이름이 깨져서 나오더라구요. 이렇게 되면 티켓 담당하는 팀이 검색을 할 때 불편하고 예매자 정보오류가 발생하게 되어 다시 수정에 들어갔어요. 그런 와중에 암호화모듈도 수정을 하게 된 거죠. 암호화모듈이라고 인터넷 예매창이 뜰 때 주소창에 개인정보가 보여지는 것을 암호화시켜 티켓시스템으로 넘겨 주는건데요, 개인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죠. 이게 괜찮다가 말썽부리다가 했던 것 같아요. 이 작업을 문제의 발단으로 생각하고 수정을 거듭해 정확히 티켓오픈 1분전에 수정이 완료되었었어요. (이날 사묵국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티켓 오픈을 연기하느냐, 일정대로 오픈 하느냐의 긴박한 회의가 이루어졌고 IWFFIS Mania 티켓예매에 대한 부담감, 티켓예매 일정을 미루게 되면 발생할 리스크 등을 고려해 티켓예매 오픈 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티켓예매 시간에 맞춰 오류를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젠 살 것 같았는데 암호화모듈이 또 말썽을 부리는 거예요. 잠깐 예매가 되더니 다시 예매가 안돼 이를 수정하다 보니 티켓예매 오픈 시간을 넘기게 되었죠.

사무국에 미친듯이 전화벨이 울려대고. 이미 게시판이며 트위터며 난리났죠. 약속된 시간은 어겼고 항의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관객들은 일주일 전에 다운된 홈페이지를 웃으면서 넘겨주셨는데 이젠 모든 신뢰를 무너뜨린 셈이 되버렸어요. 오류를 수정하고 7시쯤 간신히 티켓 오픈을 시작했어요. 공지사항에 올린 사과를 좋게 보지 않으셨던 분들도 있었어요. 저 같아도 그랬을꺼예요.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변명처럼 들릴 것 같고, 간단하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올리자니 성의가 없는 것 같았으니까요. 운영팀장님, 홍보팀장, 국장님이 의견조율해서 사과문을 공지했어요. 그 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집에 와서 가만히 말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여태껏 상황 등을 설명하는 사과문을 A4 2장정도 썼던 것 같아요. 나름 책임을 지고 있었던 일에 대한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어느 정도 쓴 후에 지워버렸어요. 자꾸 우리 상황이 이러이러 합니다. 그러니까 이해해주시고 알아봐주세요. 라고 변명하는 것 같아서... 이건 처음 이야기하는 거네요.

만약 연말에 누군가 저에게 올해 가장 스릴 넘치는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면 아마 이 시기라고 말할 것 같아요. 나름의 비유를 쓴다면 끝날 것 같지만, 끝나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던 기분이었어요.

Q. 한해 해보니 이런 건 아쉬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A. 홈페이지에 매일같이, 많게는 몇백개까지 달리는 스팸에 대한 완벽한 차단을 하지 못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영화제 게시판을 연속해서 쓰고 역사가 오래되니 스팸 유입률이 굉장히 많아요. 13회를 기획할 때 홍보팀장님과 스팸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었어요. 이전의 게시판의 글들을 다 없애고(그 글들에 덧글처럼 달리는 스팸의 양은 정말 엄청나거든요) 시작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기간이나 상황에 따라서 점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것 같아요. 당장은 13회 홈페이지 오픈 같은 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으니까. 그리고 스팸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이 스팸차단에 효율적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하나 알아주셨으면 하는 건, 스팸이 많다고 해서 저희 여성영화제가 홈페이지 관리에 방관적인 태도는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절대 방관적이고 소홀해서가 아니라 스팸의 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거예요. 

Q.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실현시키고 싶었지만 못한 게 있다면?
 
A. 여성영화제 홈페이지가 플래쉬를 없애고 웹표준을 강화하고 모바일 접근성을 강화시켜서 스마트폰에서도 잘 보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m.wffis.or.kr 이런 모바일 홈페이지이나 어플을 만들고 싶었어요. 포털사이트처럼요.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그에따라 어플도 많이 개발되는 추세니까. 티켓예매까지 하는 완벽한 어플 콘텐츠도 괜찮지만 간단한 정보를 담은 어플같은 것도 영화제를 홍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니까. 그걸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좀 아쉽지요. 모바일 페이지가 힘들면 모바일 홈페이지는 어떨까 2차 안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둘중  아무것도 이루진 못했지만요. 그렇게까지 생각했는데 안 되었느냐고 물어보시면, 예산상의 이유가 가장 발목을 잡았죠.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다 이루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고, 차차 더 스마트한 것에 물들다보면 언젠가는 어플이 개발되지 않을까 싶어요.
 

Q. 끝으로 영화제에서 필요한 스마트함은 뭘까요? (여성영화제만 국한시키지 말고 영화제 전체로, 그리고 홈페이지 말고 영화제에서 필요한 스마트함에 대한 질문입니다) 
 
A. 위에 안그래도 스마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지막 질문에 스마트함에 대해서 질문을 주시네요. 하지만 좀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영화제에서 필요한 스마트함은 결국엔 정보력 아닐까 싶어요. 요즘의 스마트함은 단순히 우리가 알고 있는 똑똑하다는 단어의 설명을 뛰어넘어, 똑똑해지고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런 스마트함을 가져야 한다면 결국엔 정보인 것 같아요. 숨겨진 보물같은 영화를 가장 먼저 텍스트나 이미지적인 부분으로 알려주는 게 정보니까. 더구나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도 이미 보여지는 정보니까요.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빠르고 정확하게 그런 정보가 스마트함인 것 같네요. (왠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네요. 하기 싫은 과제에 글을 늘어뜨리는 것처럼 ㅎㅎ)

 

홈페이지를 맡으면서 저 스스로의 삶에서 ‘파란만장’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이 일한 스텝들에게는 디자인 업무조율 때문에 본의 아니게 힘들게 했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무국에서 혼자 영화제 디자인을 모두 하다보니까 저를 배려해서 먼저 일정에 대해서 물어봐주기도 하고 조율도 해주었으니까. 생각해보면 참 챙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고마운 마음이 크죠. 그래서 14회 홈페이지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웹을 하시는 분도 그렇게 챙겨주셨으면 해요. 스텝들의 배려가 가장 큰 힘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가장 큰 바람은 올해만큼의 사고(?)는 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거 하나면 될 것 같아요. 제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잘 해주셨으면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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