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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묻다 1


스마트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이번 6월 뉴스레터에서는 ‘이것이 바로 스마트다’란 다소 도발적인 주제로 스마트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획을 잡아보았습니다.
웹표준 준수와 장애인접근성 강화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온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대해 물어봅니다. 
5년 동안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매진한 참새님과 제13회 홈페이지를 담당한 은유님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from 영화제 to 참새

Q. 먼저 소개 간단히 부탁드려요. 최근 하시는 일과 근황도.

A.
2006년에 웹팀으로 시작해서 제12회 영화제 운영팀을 마지막으로 2010년까지 만 4년 정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일했고 지금은 ‘흑석동 작업장‘이라는 1인 사업체를 꾸리고 있습니다. 웹플라이어나 뉴스레터 디자인 작업을 주로 하는데 최근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외홍보물을 비롯해서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가이드북과 같은 인쇄물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Q. 홈페이지를 5년 동안 맡아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의 기조를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5년 동안 꾸렸던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의 색깔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A.
아... 이 부분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요, 5년(만 4년) 동안 기획의도가 계속 바뀌어서. 처음 홈페이지 기획을 맡았을 때 역대 홈페이지에서부터 국내외 영화제 홈페이지까지 수십 곳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영화제 홈페이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지요.

초기에는 영화제 홈페이지가 관객들끼리 자유롭게 영화 본 감상을 이야기하고, 영화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기를 바랐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공식 홈페이지와 같은 공적인 공간보다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최근의 트위터나 미투데이와 같은 개별 공간들이 훨씬 편하고 그것들 간의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다음 해에는 ‘커뮤니티’에 대한 욕심을 버렸고, 10회를 맞이하여 지난 10년 동안의 상영작들을 정리하는 데에 집중을 했습니다. 1회부터 9회까지의 자료들을 한데 모으면서 파일로 남아있지 않은 상영작 기본 정보, 시놉시스, 프로그램 노트 등을 타이핑하고, 스틸 사진이 없으면 메인카탈로그를 스캔하거나 구글 검색으로 찾고요. 그 자료들을 가지고 다양한 필요와 요구에 따라 상영작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분류하고 등록하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역대상영작 검색 시스템을 그 때 만들었어요. 문서로만 남아있던 회차별 부문상 수상작 및 심사위원 정보, 부대행사도 그 때 DB로 정리를 했고요. 정말 방대한 규모의 작업이었는데, 겁 없이 달려들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지만 어쨌든 끝을 봤지요.

그렇게 숙원 사업을 끝내놓고 나니 그제서야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어요. 바로 ‘정보전달’이었는데, 여성영화제 역대 홈페이지를 비롯해서 국내 영화제 홈페이지들이 화려한 외양에 비해 지극히 단순하고 기본적인 부분을 많이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풍부한 정보를 친절하게 전달하자.’는 기조를 세우게 되었어요. 그리고 매해 바뀌는 메인 포스터 이미지에 따라 홈페이지 디자인도 완전히 새로 바뀌는데 여성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외에도 일상 사업들을 많이 진행하잖아요? 그래서 해당 년도 영화제가 끝나도, 상시적으로 운영하기에 무리가 없는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단순한 레이아웃과 디자인을 통한 사용자 편의성 증대’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

Q. 플래시를 없애고 웹2.0 시대의 웹표준에 맞춰 홈페이지를 제작한 해가 2010인가요? 예쁜 홈페이지에 대한 사무국 내부의 요구도 있었을텐데요, 이쁜 홈페이지보다 사용자 중심의 편한 홈페이지를 만드신 이유는?

A.
네. 2010년 11회 영화제부터 웹표준을 준수한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사실 그 전부터 웹 2.0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참여, 공유, 개방과 같은 화두라던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참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세미나도 찾아다니고, 이런저런 서비스들을 이용해보면서 공부를 했는데, 아무래도 영화제 스텝이다 보니 ‘이것들을 영화제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가 항상 고민이었지요. 그런데 이게 혼자 고민하는 건 재미가 없더라고요. 결국 스텝들을 불러다 놓고 세미나를 한번 했어요. 사무국 내 업무 내용 공유나 의견 취합 과정에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해보기도 하고요. 아마 바쁜 시기에 시간 낭비한다고 느꼈던 분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그 덕분에 사무국 내부에서는 웹 2.0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생겼던 것 같아요. 세뇌 당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웹2.0에 대한 공감대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어요. 페이지 로딩 속도나 느리게 만드는 플래시로 뒤덮인 홈페이지보다,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라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벼운 홈페이지가 더 낫다는 공감대.

Q. 장애인 접근성을 어떻게 높였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A.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고민은 여성영화제 홈페이지를 5년째 만들고 있는 외부 디자이너로부터 시작되었어요. 당시 그 분이 속해있던 곳이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한 에이전시였는데, 무슨 얘기 중에 “조건이 많고 까다롭지만 국내 홈페이지들도 점점 장애인 접근성을 높여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 까다로운 구체적인 조건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단지 다른 영화제는 몰라도 여성과 소수자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제기하는 이 곳, 여성영화제에서는 반드시 시도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은 강하게 들더라고요.

다행이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 입장에 동의해주었어요. 하지만 ‘시간과 비용’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 했지요. 언제나 공식 기자회견에 맞춰 공식 홈페이지를 공개하는데, 그 일정이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작업 양이 많아져서 필요한 인력도 늘어서 추가 비용도 발생을 했거든요. 결국 디자인의 일정 부분을 제가 나눠 맡고, 비용은 디자이너가 감수하는 방향으로 해결을 했어요.
그렇게 여러 사람에게 빚을 지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장애인 접근성을 높인 홈페이지를 오픈할 수 있었어요. 세세한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우선 시각 장애인이 인터넷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스크린리더라는 장비가 있어요. 화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기계인데요, 이 기계가 홈페이지의 맨 위에서부터 맨 밑까지 사용자의 제어에 의해 순차적으로 글자와 이미지를 읽어나가요. 아주 빠른 속도로요. 이를 위해 화면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홈페이지를 이루는 수많은 코드와 명령들이 특정한 기준에 맞게 정렬이 되어 있어야 하고, 사용된 이미지들은 그 이미지를 설명해주는 ‘대체 텍스트’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플래시처럼 영상처리 된 요소는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요. 뿐만 아니라 시력이 약한 사람, 깜빡이는 이미지나 특정한 색상에 시각적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불편을 느낄만한 요소들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고요.
나중에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장애인단체 활동가 한 분께서 시각장애인이 직접 스크린리더를 구동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처음이라는 말씀과 함께요. 영화제에서 4년을 일했던 많은 날 중에 손에 꼽는 감동적인 날이었죠. 많은 것들을 감수하고 고생한 디자이너, 개발자에게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웠고.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있어요. 당시에 홈페이지 오픈에 맞춰 공지사항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새롭고 화려한 홈페이지’를 기다리셨던 분들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홈페이지일 것이고, 한편으로는 티켓예매를 비롯한 주요 서비스를 웹 접근성에 맞추어 제공하는 데에 있어 영화제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들도 많이 남아 있기에, 완벽한 접근성과 표준을 기대하셨던 분들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표준 준수‘나 ‘웹 접근성 향상’라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런 확신과 진심이 계속 이어져가고, 영화제의 노력이나 분명한 한계까지도 관객들이 따뜻하게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Q. 최근 ‘스마트’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서 영화제들도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다양하게 스마트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필요한 스마트함은 뭘까요?

A.
우선 홈페이지에 필요한 것이라기보다는 ‘웹 서비스’에 있어서, 모든 웹브라우저와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한 티켓예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비용이 제일 큰 문제이지요. 예매 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외부의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고, 어플리케이션 개발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잖아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필요로 하실 거예요. 사실 답이 없기는 하지만.

두 번째로는 SNS와의 결합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국내의 많은 웹사이트에 적용이 되어 있는 부분인데 예를 들면 상영작 상세 페이지나 자유게시판에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연동하여 의견을 게재할 수 있게 한다거나 특정 페이지의 링크를 SNS로 보내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훨씬 인터랙티브한 홈페이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제 홍보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Q. 위 질문에 이어 영화제에서 필요한 스마트함은 뭘까요? (여성영화제만 국한시키지 말고 영화제 전체로, 그리고 홈페이지 말고 영화제에서 필요한 스마트함에 대한 질문입니다) 

A. 
어려운 질문입니다. 완전. 우선, ‘스마트함‘이라는 것은 뭘까요? :)
저는 사전적인 의미의 ‘스마트함’을 넘어서서 최근의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각종 ‘스마트한’ 서비스들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활발한 상호작용과 무한대의 확장성, 엄청난 기동성이 떠올라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영화제라는 준비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관객과 함께 영화제를 만들어 가고 한정된 시공간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기마다 영화제가 다루는 이슈와 영화제에서 상영될 영화를 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고르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어요. 구체적인 방법으로 들어가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하겠지만 어떻게는 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철없는 생각인가?)

그리고 제한적이기는 했지만 여성영화제를 비롯해서 몇몇 영화제들이 했던 것처럼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것도 점점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는거죠. 사실 이건 영화제에서 통제, 진행하지 않고 관객들이 자유롭게. 각종 집회 현장에서 머리에 웹캠을 달고, 노트북을 든 채로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던 많은 분들이 계셨잖아요? 다양한 장비와 기술이 보급되고 있으니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얘기는 영화제에 필요한 스마트함은 아닌 것 같네요.)

Q. 홈페이지 공지사항 클릭수가 굉장히 높고 많은 분들이 홈페이지를 자주 찾습니다만 해마다 영화제 기간의 자유게시판은 활발하지 않습니다. 5년간 담당하시면서 자유게시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A.
앞에서 언급했지만 처음 홈페이지 기획을 맡았을 때, 커뮤니티의 기능을 고민하면서 글이 마구마구 올라오고 영화제 홈페이지 관리자로써 편하게 댓글도 달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상상을 했었어요. 근데 생각처럼 되지는 않더라고요. 영화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고객센터 게시판처럼 느껴졌달까. 미숙한 운영에 대한 지적이나 불편한 부분들에 대해 토로하는 글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영화제의 잘못이 크지만 홈페이지 담당자인 제 입장에서는 사실 약간 서운하기도 했었어요. 영화제 기간, 매일 밤 ‘여성영화제’로 검색을 하다보면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에는 영화를 보고 느꼈던 감동이나 영화제라는 공간을 통해 만끽한 해방감을 표현하신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느껴지는 ‘영화제에서 싫은 것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런 좋은 얘기는 영화제 게시판에 안 올려줄까?’ 뭐 이런 서운함. :) 영화제 공식 블로그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다섯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SNS와의 적극적인 결합이 필요하다고 봐요.

Q. 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실현시키고 싶었지만 못한 게 있다면?

A. 
완벽한 장애인 접근성과 SNS와의 결합. 이건 앞에서 길게 말씀드렸으니 패스.
그리고 홈페이지와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인트라넷 구축’을 꼭 하고 싶었어요. 전에 부산국제영화제 인트라넷을 한번 봤는데 정말 눈이 돌아가더라고요. 영화제에서 일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가 영화제와 관련한 많은 자료들이 엑셀 파일로 존재한다는 것이었어요. 매해 초청하는 게스트, 상영작을 제공해주는 제작사나 배급사 정보에서부터 아카이브 대여 현황 같은 자료가 문서 파일로 존재하고, 관리도 체계적이지 못해서 새로운 스탭이 합류하면 여러 개의 문서를 뒤져보고, 전임자의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들이 안타까웠어요. 팀 간의 공유도 쉽지 않고요. 물론 개인 신상 정보를 비롯해서 보안이 필요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어야겠지요. 어쨌든 업무의 효율성이나 연속성을 생각했을 때 세심하게 기획 된 내부 업무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예산이죠.

Q. 못하고 나갔지만 요것만큼은 꼭 여성영화제에서 실현되는 걸 봤으면 한다, 있다면 무엇인지?

A.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요? 홈페이지 예산 100% 증가! 디자이너, 개발자한테 너무 미안했거든요. 하지만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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