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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IWFFIS = 유니크' 기무라 쇼코 감독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방문기

 

일본의 국제영화제인 피아영화제(PIA Film Festival)에서는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PFF 어워드 입선작품 및 PFF 스칼라쉽 작품의 감독들이 집필한 타 해외 영화제 체험기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춘기 소녀의 기발한 상상력이 유쾌하게 그려진 <사춘기의 끝>으로 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기무라 쇼코 감독의 체험기가 피아영화제 홈페이지에 실렸네요.

올해 27살의 일본의 젊은 여성 감독이 바라본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기무라 쇼코 감독은?

 

1986년 일본 이바라기현에서 태어났으며 무사시노예술대학을 졸업했다. 졸업작품 <평범한 사랑>(2008)이 피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으며 이후 피아영화제의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사춘기의 끝>(2011)을 완성했다.

 

 

'IWFFIS = 유' 기무라 쇼코 감독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방문기

 

 

여성영화제이기 때문일까, 대부분의 스탭이 젊은 여성이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딱히 여성에 국한하여 스탭을 모집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레 젊은 여성들이 모이게 된다고 한다). 자원활동가 대부분이 여대생으로, 유니폼인 형광 핑크색 점퍼로 몸을 감싼 그녀들의 모습은 너무도 눈부셨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사춘기의 끝>이 총 2회 상영을 하였고 상영 모두 참관했는데, 홍콩에서와 마찬가지로 젊은 관객이 많았다(영화제에 초청해 주었던 황미요조 프로그래머의 이야기에 따르면, 올해는 영화제 개최시기가 학생들의 시험기간과 겹쳐지는 바람에 학생관객들이 곤란을 겪었다고 하였다. 역시 주관객층은 학생인 듯).

 

첫번째 상영 후의 Q&A에서는 주인공 쓰부라의 강렬한 캐릭터를 어떻게 구상했는지, 등장인물 각각의 엔딩에 대해서, 또한 내가 4명의 등장인물 중 누구와 가장 닮아 있는지 등 캐릭터 조형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관객층이었기 때문에, 쓰부라에게는 내 자신의 사춘기적 기억이 담겨있다는 점 및 그 시기 고민하던 것들을 내러티브에 반영시켰던 점 등 젊은 세대의 독특한 감정에 관해 깊이 해설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상영 후에는 반대로 내쪽에서 만약 자신의 몸에 성기교환이 일어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는데 곤란하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젊은 남성의 의견)’, ‘어릴 때는 왕왕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상태가 되는 건 곤란하다(젊은 남성의 의견)’,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싫지만, 단기간이라면 체험해 보고 싶다(젊은 여성의 의견)’, ‘사춘기를 지나버린 자신에게는 기괴한 생각이지만, 어리다면 그렇게 되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아마 딸과 함께 온 중년 여성의 의견)’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해주었던 관객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영화를 본 다음 관객들이 만약 성기교환이 일어난다면 어떨까하는 주제를 누군가와, 친구 사이의 가벼운 수다나 연인과의 섹스 후 베개맡에서 나누는 대화의 하나로라도 펼쳐봐 준다면좋겠다.

 

상영 후에 황프로그래머로부터 상세한 감상을 들었는데, 그녀는 성기를 파워의 상징으로 그리지 않은 점에서 끌렸다고했다. 보통 여성의 몸은 결여의 이미지로 묘사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여성 등장인물이 남성이 손 쓸 수 없는, 컨트롤되지 않는 존재로서 행동하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특별히 젠더를 주제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성차를 고려한 관점에서의 감상은 매우 흥미로웠다. 역시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감상들을 접했던 베를린 영화제에 이어 새로운 테마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사운드에 대해서도 흥미를 가졌던 듯, 극 중의 게임음이나 엔딩곡에 관한 감상도 들려 주었다. 베를린이나 홍콩에서도 게임음악 같은 삽입음에 대해서는 질문이 많았는데, 역시 이곳에서도 영화 속에 뿅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독특하게 느껴지는 듯 했다. 극 초반 누구도 컨트롤 할 수 없을 듯 폭주하는 쓰부라의 모습을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처럼 부각시키기 위해 이러한 사운드를 삽입했고, 마도카와의 공동생활을 통해 그런 점이 개선되어 감에 따라 게임음을 줄여나가는 식의 구성이라고 설명했더니 납득해주었다. 이번의 한글 자막에는 엔딩곡의 가사까지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반길드의 가사나 팝적이고 독특한 곡조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한편 통역을 담당했던 유미씨는 일본에서 유학한 적도 있고 일본영화도 좋아한다며,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작품들에서 보았던 사이토 요이치로씨와 피아영화제 스칼라쉽 작품인 <14>에서 보았던 소메타니 쇼타 씨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고 말해주었다.

 

 

 

두 번째 상영 후에는 감독의 밤 행사에 참가했는데 각국의 여성감독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곳에서 친해진 태국의 감독과는 영화 이야기부터 애인 이야기, 태국 남성들의 여성 취미 등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나는 영어가 능숙하지 않지만, 서툰 말과 그림으로 어찌어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그려줬더니 매우 좋아해주어 기뻤다. 참가하고 있던 감독들은 모두 에너제틱하고 아름다웠다.

 

(지난 회에 보고했던 홍콩영화제, 이번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각각의 영화제에서 받았던 반응들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정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다시 영화제를 찾아주세요라던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원본 출처 : PIA Film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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