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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다문화영상아카데미 후기 :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_권정연


지난 6월 22일,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첫 수업에 늦지 말아야지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후덥지근한 초여름을 맞아 영화를 배워볼까 하고 아카데미에 신청했던 저는 영화에 대해서도, 다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2년 가까이 되는 한국생활에 아직도 완전히 적응이 안되었던 저는 영상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는 새로운 시도에 설레었습니다.


 
그리고 넉 달이 지난 11월 18일 오후 다문화영상아카데미 시사회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떨리는 마음을 다스려야 했습니다.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용기'임을 새삼 느끼고 있었습니다. 

 

 


 
몇 달 동안, 매 주말마다 영상의 기본을 배우고 '다문화'를 주제로 한 강의도 들었지만 한국에서 말하는 '다문화'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실제로 어떤 현상을 묘사하고 어떤 태도를 지향하는 것인지, 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자라며 제가 접했던 다문화와는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었습니다.


 
인문학 강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가치, 이념, 취향을 반영한 고유의 문화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 표현이 존중 받을 때만 비로소 진정한 문화적 다양성이 이뤄진다.”

 

재미교포 2세인 저와 올해 여든여덟로 고향이 대구이신 외할머니가 만들어 나가는 특별한 관계도 다문화의 일부임을 깨달았고, 이런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표현하려는 저도 다문화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수차례의 작품 연출과 기획은 여전히 어려웠지만 저에게도 하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수업 과정을 함께 듣는 수강생들을 통해 또 다른 배움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 중에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주하여 저보다 더 오래 한국에서 사신 분도 있고, 외국인 아내와 예쁜 딸의 자상한 남편 및 아버지로써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한국생활과 저의 경험을 서로 나누며 많이 다를 수도 있는 각자의 스토리 모두가 영상에 담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함께 제 작품을 보면서 저는 긴장도 됐지만 또 한편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고민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가 서툴었고 특히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들어내는데 많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작품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솔직하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려 한 시도만으로도 제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 되었고, 길고도 짧았던 5개월의 시간이 15분도 채 안 되는 영상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 하는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영상매체를 통해 제 자신만의 관점을 좀 더 진솔하게 부각시키는 표현을 해보고 싶습니다.

 

권정연 다문화영상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