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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저라는 사람은 작은 마음의 조각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존재" 아시아 단편경선 우수상 <심경> 김승희 감독 인터뷰




Q. <심경>이 첫 작품이다. 감독이 되기 전의 작업 혹은 이력이 궁금하다.

A. 지금은 사라진, 2개월 과정의 한겨레 애니메이션 워크샵을 2009년에 들었어요. 그 워크샵을 통해 애니메이션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 뒤로 만든 것들은 발표하거나 출품할 정도도 아니었고 습작에 불과했어요. 당시에 캐롤라인 리프<street>이라는 작품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저도 그 감독과 같이 페인팅 온 글라스 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싶어서 그 기법을 계속 연습했었는데 그럴수록 '이건 참.. 감당하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깐 손을 놓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어깨에 힘을 빼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자신 있는 재료가 무엇인가 생각했더니 종이와 펜이더라고요. 종이와 플러스펜은 대학 때부터 작업하거나 드로잉할 때 제일 많이 썼던 재료거든요.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 <심경>입니다.

             

Q. <심경>을 만들게 된 계기 혹은 동기는?

A. <심경>은 제가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만든 작업이에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 쓰다가 질식당해 죽을 것 같았거든요. 제 자신을 잃어버렸다, 아니 애초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만 신경 쓰다가 내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그 때 제 속에 있는 것들을 제가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 된 게 <심경>이에요.


      

Q. 작품에서 주인공이 만화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데, 그 만화경을 소재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A. <심경>을 작업하고 있었을 때 기도하는 거라 해야 하나, 뭔가 마음을 수련하는 그런 기분이었는데요. 작업을 하면서 제 속을 들여다보니 제 안의 불안, 걱정, 과거의 잘못, 모난 점, 미래의 불안들이 매일매일 마음 위로 떠오르더라고요.  그 전까지 저라는 사람을 하나로 정의내리지 못했던 건 제가 제 자신을 몰라서 인줄 알았는데, 저라는 사람은 작은 마음의 조각들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마치 만화경 처럼요. 만화경 속에 작은 조각들이 부딪히면서 계속해서 변화하는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내죠. 여기서 생각이 좀 더 확장되어 이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불완전한 생각과 가치관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매 순간은 작은 조각들이 부딪히면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어내는 만화경과 같다라고요.                    


Q. 작품에서 사운드 역시 굉장히 중요하게 쓰이고 있는데, 사운드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였는가?

A. 제 마음을 보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음악에 대해서는 강한 퍼커션이 음악을 리드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이 다 끝나고나서 음악작업을 시작했구요. 제 느낌대로, 즉흥적으로 만들었어요. 박수소리 와 북소리가 중점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 두가지 소리를 중심으로 먼저 박자감을 만들어내고요. 그 위에 실로폰, 멜로디언, 쉐이커, 그 외 굴곡이 있는 표면을 자로 긁어서 내는 소리도 넣고요. 

 소리에 있어서는 실제 종을 쓰지 않고요, 미니심벌즈와 열쇠를 이용해서 종소리를 만들어 냈어요. 바람소리는 혼자 설악산에 올라갈 때 녹음했고요, 귀뚜라미 소리는 집 앞 개천가에서 녹음했어요.   


Q. 본인에게 있어 여성감독 혹은 여성영화인이란?

A. 사실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어요. 여성 감독, 여성영화인의 수가 적은 지를요. 아니 생각이 없었던 거겠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에 앞서 상영한 <WOMEN MAKE GREAT FILMS>를 통해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독일 DOK Leipzig 개막식에서도 장편 다큐멘터리부문에 여성감독의 작품이 전혀 없다며, 여성감독의 저력을 보여주라는 그런 말도 들은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제 막 작업하나를 마친 햇병아리에 불과해서,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제 얘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Q.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나 이야기가 궁금하다.

A. 지금 작업하고 있는 두 번째 작업도 마음에 관한 작업이에요. 두 번째 작업을 끝으로는 시선을 밖으로 돌리고 싶어요. 엄마와 여성의 몸 이미지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Q. 후배 여성감독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A. 제가 이제 막 출발한 사람이라, 똑같은 입장에서 말씀 드리자면, 저와 같이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꿈꾸는 것을 실현하고자 하시는 여성감독님들 응원합니다!      



Q. 본인에게 있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이란?

A. 의미가 엄청 큽니다. 실험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한 곳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였거든요. 당시에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영화제를 했었는데, 이런 것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의 틀을 깨줬거든요. 관객으로 갔던 영화제에 출품을 했는데 상영뿐 아니라 상까지 허락해주셔서 의미가 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계속 작업하는 데 있어서 마음에 힘이 되었어요. 지면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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