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면, 그녀는 잠깐 모습을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 손아귀를 빠져 나가 사라집니다. 과거는 위대한 암흑이요, 메아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목소리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들은 그들이 온 세상의 어둠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선명한 빛 속에서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해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길리어드라는 가상의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 중의 소설인 『시녀 이야기』에서 애트우드가 피력한 역사관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소설을 닮아있다. 돌아서서 쳐다보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거의 그녀들을 어떻게 우리는 현재에 불러들일 수 있을까?
영화 <아홉 번의 삶을 산 고양이>
영화<무언가 다른 것>
그에 대한 답은 치틸로바의 영화 제목처럼 <무언가 다른 것>을, 집단적인 운명이 아닌 ‘여성’이라는 개체성을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그녀를 허구와 이야기를 통해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 중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영화 <불꽃 속에 태어나서>
<불꽃 속에 태어나서>, <아홉 번의 삶을 산 고양이>, <스릴러>, <골드 디거> 등 가장 급진적으로 스스로의 시간을 창조하고 향유했던 페미니스트 고전들이 지금 과거의 암흑과 해독 불가능한 메아리를 뚫고 현재에 도착해서 우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아주 오랜 동안 그녀들을 쳐다보고 그 목소리를 해독하기 위해 허구의 극장에 머문다.
김선아 / 수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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