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인사이드>(2007)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과 그녀의 가족을, <광란의 롤러 스케이트>(2013)에서는 여성 스포츠 선수가 이뤄내는 공동체적 발전을 조명했던 마야 갈루스 감독이 새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부엌의 전사들>의 원제는 'The Heat: A Kitchen (R)evolution'이다. 부엌의 진화는 곧 혁명이며, 이 열기 가득한 현장의 한복판에 7명의 여성 셰프가 있다. 영화는 찬란한 성공 신화를 쫓기에 급급하지 않다. 마야 갈루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얼마나 동시다발적 장벽에 마주해왔으며, 어떤 식으로 조직 문화와 싸워왔는지, 그를 통해 진정 바꾸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뉴욕 레스토랑 Chumley's의 셰프 빅토리아 블레이미는 오프닝에서 다큐멘터리의 방향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다들 ‘엄마의 맛’을 떠들어댈 정도로 늘 요리하는 사람은 여자인데, 직업으로는 성공 못 한다? 그게 이 바닥의 아이러니예요.” 셰프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대다수 머릿속에 떠오르는 스테레오 타입이 있다. 소리 지르고, 꾸짖고, 어마어마한 권력을 휘두르는 부엌의 총사령관. 그들이 갖는 절대적인 지배력은 불과 칼이 눈앞에 놓인 위험한 일터에서 당연한 것이며, 심지어는 프로의 자질로 칭송받았다. 일곱 명의 셰프는 이러한 업계 문화가 군대식 위계질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부엌에 들어간 순간, 그들은 요리사이기 전에 여성이었다. 차별은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폭력부터 정신적인 괴롭힘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데, 적대를 동반한 끊임없는 의심과 빈정거림은 현재 위치에서도 완전히 멈췄다고 말할 수 없다. 유명 베지터리언 레스토랑 Dirt Candy의 셰프 아만다 코헨은 미디어의 책임을 묻는다. 대중매체가 남성 셰프 집단을 추앙하며 반복적으로 이미지화해오는 동안, 여성 셰프는 없거나 무능력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시스템의 전격적인 변화를 언급하며 ‘후진 양성’을 꿈꾸는 이유다.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라는 남성들이 모여 유명 연예인의 냉장고를 들춘다든가 ‘요식업 대선배’ 남성이 장사 안 되는 식당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요리 콘텐츠에 질렸다면, <부엌의 전사들>을 놓치지 말자. 시각적 만족도 보장한다. 고급 프랑스 요리부터 푸짐한 햄버거까지, 전사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플레이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부엌의 전사들 The Heat: A Kitchen (R)evolution
쟁점들 '룸의 성정치'|마야 갈루스|캐나다|2018|72분|12세 이상|DCP|컬러|다큐멘터리
104 2019-08-30 | 11:00 - 12:1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502 2019-09-03 | 11:00 - 12:1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글 차한비(리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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