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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 Be Natural: The Untold Story of Alice Guy-Blaché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

 

알리스 기-블라쉐(1873~1968)는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다. 왜냐하면 주류 영화사에 그녀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영화사(史)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꼼꼼하게 추적하고 바로잡는 다큐멘터리다. 기-블라쉐는 20세기 초의 영화사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름들 - 뤼미에르 형제, 조르주 멜리에스, 토머스 에디슨, 루이 푀이야드, D.W. 그리피스, 에드윈 포터 등과 함께 활동했던 영화의 선구자였다. 총 1,00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 제작한 그녀는 영화에 본격적으로 서사를 도입한 첫 번째 감독이며, 흑인 캐릭터를 최초로 등장시킨 감독이다. 또한 흑백 필름에 색을 입히는 틴팅(tinting)이나 이중 인화 같은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전통적 젠더 구도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한 중요한 작가였다. 그녀는 지나치게 과소평가 받았을 뿐 아니라 아예 잊혀져버린 감독으로,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름이다.

 

이런 부끄러운 현실에는 복합적 이유가 깔려 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통과해야 했으며, 그동안 영화계의 권력은 거대 제작사들의 연합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여성에게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고 여기에 화재와 건강 악화 등의 개인적 불운까지 겹치는 바람에 쉽게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게다가 훗날 영화의 역사를 기록했던 학자들(조르주 사둘, 장 미트리 같은 잘 알려진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은 기-블라쉐의 이름을 누락하거나 잘못 기록했다. 심지어 그녀를 남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도 있었으니 그녀가 어떤 사회적 편견에 갇혀 있었는지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영화는 이런 안타까운 역사를 성실하고 꼼꼼한 손길로 바로잡으며 기-블라쉐가 남긴 영화적 유산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생생한 자료와 함께 스크린에 펼쳐보인다. 그녀가 연출했던 작품은 물론 노년의 기-블라쉐의 모습이 담긴 인터뷰 영상, 아녜스 바르다, 줄리 델피, 지나 데이비스, 에바 두버네이 등 후배 영화인들이 보내는 헌사가 상영시간 내내 풍성하게 채워진다.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거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역사의 한 챕터를 새롭게 쓰는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영화사(史)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한 명을 만나보길 바란다.

 

 

자연스럽게: 알리스 기-블라쉐의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 Be Natural: The Untold Story of Alice Guy-Blaché
새로운 물결ㅣ파멜라 B. 그린ㅣ미국ㅣ2018ㅣ103분ㅣ12세 이상ㅣDCPㅣ컬러, 흑백ㅣ다큐멘터리

609 2019-09-04 | 14:00 - 15:43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글  김보년(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