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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21살 SIWFF, 그리고 나] IMF가 나에게 자유를 줬어요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는 영화제를 찾은 전세계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질문합니다.

21살의 시우프(SIWFF)에게, 그리고 21살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요. (편집자 주)

 


권김현영 여성학자

 

21살 때 뭐 하고 계셨어요?

“제가 21살 때가 1996년이었어요. IMF 터지기 직전(웃음). 세상이 망했으니 맘대로 살자는 심정이 되어서, 제가 학교를 좀 일찍 들어가서 21살 때 3학년이었는데, 3학년 때 취업 준비 같은 건 하지 않아요. 4학년이 되어서야 취업 준비를 하는데 졸업을 앞두고 IMF가 터졌으니 취업 준비고 뭐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이런 식의 심정이었죠.”

 

그 시대로 돌아간다면 21살 때의 나에게 뭔가 해줄 말이 있을까요?

“그때는 사실 혼란스럽긴 했던 것 같아요. 집도 망했고, 나라가 망해서 다 같이 망했잖아요?(웃음) 그런데 집이 망한 덕에 아버지의 압재로부터도 되게 자유로울 수 있었고. 이게 다 양날의 칼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어요. 그때는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나한테 자유를 준 것 같아요. 아버지가 나한테 뭐라고 할 수가 없게 됐으니까. 그때는 힘들었는데 나중에 20년 후에 내가 그 시기의 나를 만나게 되면 ‘앞으로 훨씬 더 괜찮아질 거야, 너에게 자유가 생겼다는 건 진짜 행복한 일이야’라는 얘기를 해줄 것 같아요.”

 

21살을 맞이한 시우프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해준다면

“21살이 됐으면 이제 정말 막 세상에 나온 거거든요, 그래서 이제부터가 시작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이 영화제가 어디로 갈지 계속 갈피를 못 잡으면서도 갈피를 잡아가는 과정이었으면 이제부터는 어디로 좀 흘러가 봐도 되지 않을까? 뭐 안 가면 말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글  홍보팀 변지은

사진  서민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