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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6> [영화 감상평] Food & Film - <테크놀러스트>

[영화 감상평] Food & Film - <테크놀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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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화) 오후 9시 영화 <테크놀러스트> 영화의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서 있는 허지현(30)씨.



#1. 15일 오후 8:05 - 아트레온 도착

8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허지현(30)씨는 인터넷 예매권을 교환하기 위해 매표소를 향했다. 그 곳엔 이미 연락을 받고 기다린 자원활동가 신OO(30)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군대에서 맺은 인연과 제대 이후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아직도 친분의 명맥을 잇고 있었다. 허지현씨는 오늘 평소 알고 지냈던 지인과 영화를 보기로 했으나, 사정상 혼자 영화를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씨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이미 예매한 1장에 대한 해결을 위해 매표소 창구 앞으로 다가간다.
“저기 혹시 이 영화 1장은 환불하려고 하는데요?”
티켓을 도와주는 자원활동가는 예매권을 확인하곤 체념하듯 그에게 말한다.
“당일 영화는 환불이 불가능합니다. 혹시 1장 티켓을 파실 의향이 있으면 뒤쪽에 있는 게시판을 이용해서 다른 분과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지현씨는 그녀가 더 야속해졌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온다고 했건만. 여기 오기까지만 해도 그녀를 어느 정도 이해하려고 했다. 불규칙한 회사 일정에 그녀도 어쩔 수 없음을 이해하는 게 더 나을 듯 싶어서. 일단 혹시나 하는 맘에 자원활동가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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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켓 1장을 팔기 위해 연락처를 남기는 허지현씨.




#2. 15일 오후 8:07 - 1장의 운명
티켓을 담당하는 자원활동가가 가리키는 곳은 왼쪽으로 돌면 바로 보는 곳에 있었다. 생각보다 티켓을 교환하는 흔적이 많지 않아, 다소 기대를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법. 일단 연락처를 남겨본다. 그리고 둘은 허전한 맘도 달래고 허기도 채우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간다. 제법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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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 정식집.


#3. 15일 오후 8:10 - 영화제의 추억
시간을 보아하니 어디 멀리가서 저녁식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였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가기로 했다. 상영관을 나와 신촌역 방향으로 30미터 못 간 지점에 한 일본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어 들어갔다. 따뜻한 우동국물이 생각나서라기보다는 그저 눈에 띄어 들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들어서서 자리를 잡고 정식 하나씩을 주문했다. 그리고 이제야 둘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좋겠다. 난 직장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는데 넌 영화제에서 자활하고 있으니. 근데 졸업은 언제해?”
또 졸업 얘기가 나왔다. 이미 신씨는 졸업을 하고도 남을 나이라 이런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답변이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제 논문학기 남았는데, 대학원 졸업보다는 취업이 우선이라 계속 휴학하고 있는 거지”
사실이지만 궁색하다. 신씨가 그렇다고 취직을 얼른 한 것도 아니여서 믿어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형은 여성영화제 처음인가?”
신씨는 얼른 대화의 화제를 영화제로 돌렸다.
“난 작년이 처음이지. 시간에 맞춰 봤던 영화가 아시아 단편경선작 중 하나여서 꽤 흥미있게 봤는데 결국 그 작품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더라구. 운이 좋았지.”
“오늘 영화도 퇴근 시간 맞춰 예매한거니까 그 운을 또 믿어봐야겠네?”
주문한 정식이 나왔다. 무사시 모듬정식과 안심가스정식.
 

#4. 15일 오후 8:50 - 영화감상
허지현씨는 살짝 음식에 대한 실망으로 투덜거린다. 모듬정식에 비해 양과 질에서 안심가스정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신씨는 음식에 불만이 있는 허지현씨는 종용하며 상영관으로 향한다. 대신 오늘 영화 같이 보자는 제안까지 하면서. 상영시간 3분전 가까스로 상영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최대한 영화 보는 시간만큼은 집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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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수) 오전 10:04에 자신(허지현)의 미니홈피에 남긴 영화감상평



#5. 미니홈피 영화평

계급화되고 분리된 현대 사회에서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개인들은 소통의 장애를 일으키기 일쑤일 것이다. 수직으로 나열된 인간의 계층과 개인 사이에 구축된 견고한 벽들이 서로를 불편해하거나 두렵게 만들곤하니깐 말이다. 과학 기술과 산업의 발달이 이런 현상을 만든 것이겠지만 어쩌면 그 기술이 우리의 소통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사이버 세상과 가상 대화가 좀 더 인간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열린 관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우리가 품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결국 우리에게도 Y염색체가 필요하다는 것.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 현실에서 안되면 가상에서라도 우린 '끝까지 사랑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단 하나의 진리가 아닐까.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이번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틸다 스윈튼의 1인4역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가상과 현실이 모호하게 섞여있어 이해하기 썩 쉬운 영화는 아니였지만, 약간은 엉뚱한 유머와 낙관적인 시선이 맘에 들었다. 저예산과 SF가 서로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 것 같았는데 이런 식이라면 저예산 SF 영화도 무척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신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