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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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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 영화 관객: ‘재(re-)’의 여성화 혹은 다시 만난 여성의 세계 재개봉 열풍 2015년 11월 개봉 10주년을 맞아 재개봉한 (2004)은 예상치 못한 열풍을 몰고 왔다. 이 재개봉만으로 33만 명을 모으며 2005년 개봉 당시 기록 17만 명을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지만, 재개봉은 최근 몇 년간 그 관객 수와 편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미 하나의 현상이 되어왔다. 2011년 4편, 2012년 8편이었던 것이 2013년 28편, 2014년 61편, 2015년에는 102편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해도 작년보다는 적지만 근접한 수치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재개봉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을까? 많은 기사들이 분석하듯 일차적으로는 수익성이다. 소규모 수입배급사들은 신작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구입한 영화를 높은 인지도와 재개..
[2016 SIWFF 미리보기] 판타지에서 청춘영화까지, 퀴어 영화의 다양성을 즐겨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007년 9회부터 '퀴어 레인보우'를 상설 프로그램으로 가져왔습니다. 2016년 올해, 벌써 10년이 되었는데요. 이렇게 지나고 보니 전 세계적으로 퀴어 영화가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합니다. 양적으로도 성장했지만, 특히 장르의 다양성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여성들 간의 사랑을 이국적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는, 지금 여기의 사랑을 사실적으로 다룬 한국 장편 극영화가 마침내 제작된 것도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올해 '퀴어 레인보우'에는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뿐만 아니라 시대극, 판타지, 멜로드라마, 청춘성장영화,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완성도 놓은 극영화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르 영화에 서브텍스트로서 퀴어적 요소가 은밀하게 표현되는 것을 넘어서, 퀴어 영화 내에서 ..
[2016 SIWFF 미리보기] 세계의 사랑을 영화로 쓰다 이번 [새로운 물결] 섹션을 프로그래밍을 할 때 내 손에는 몇 권의 책이 쥐어져 있었다. 벨 훅스의 『올 어바웃 러브』, 『사랑은 사치일까?』, 로라 킵니스의 『사랑은 없다:사랑의 절대성에 대한 철학적 반론』, 에바 일루즈의 『사랑은 왜 불안한가: 하드 코어 로맨스와 에로티즘의 사회학』등 네 권의 페미니스트들의 사랑론 저서와『제국』의 저자인 마이클 하트의 사랑론 등이었다. 여성을 가장 연약하고 무력하며 수동적인 위치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라면서 여간해서는 사랑을 입에 담지 않았던 페미니스트들이, 관용과 연대의 민주주의 담론을 논하던 포스트 맑시스트가 사랑을 설파하다니 무슨 일인가 놀라서 처음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사랑이 카운터가 될 수 있을까, 그러다가 이들의 사랑론이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탈출..
쟁점: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극장 쟁점 부문인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극장'에서 상영될 여섯 편의 영화는 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까지 그리고 한국, 중국, 독일, 캐나다 등의 다양한 국가가 감독 및 제작으로 참여한 최근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들은 '일본군 위안부' 영화 이미지를 통해 지나가는 현재를 보존하면서 증언과 기억을 하나의 역사적인 행위로 승화시킨다. 는 아시아 위안부들 간의 차이를 다루고 있고, (용기 있는 삶)은 생존한 중국 위안부의 현재를 한국과 중국 공동 제작으로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은 일본 성매매 여성, 일본의 위안부와 한국인 위안부,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 등을 복합적으로 다룬 와 성폭력, 역사, 영화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 , 과 함께 상영된다. 영화제는 일본군 위안부가 펼쳐 놓은 전후 아시아의 탈/..
[2016 SIWFF 미리보기]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 1896-2016 - 알리스 기-블라쉐에서 뉴 제너레이션까지 - 세계 최초로 극영화를 만든 감독은 누구일까? ① 뤼미에르 형제 ② 토머스 에디슨 ③ 조르주 멜리에스 ④ 알리스 기-블라쉐 ⑤ 에드윈 포터 아마 영화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은 조르주 멜리에스나 에드윈 포터를 꼽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세계 영화사를 다룬 다수의 서적에서도 조르주 멜리에스를 세계 최초로 극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기술하고 있다(참고로 뤼미에르 형제는 세계 최초로 [극장을 위해] 영화를 제작·상영한 감독이다). 물론 초기 영화 시기에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짧은 기간에 수많은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에 최초를 가리는 질문이 큰 의미가 없거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
[2016 SIWFF 미리보기] 새로운 물결 여행, 떠나는 떠나지 않는 여행의 뜻을 찾아보면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객지나 외국에 가는 일'이라고 나온다. 한자 '여행 旅行'은 '나그네로 떠돌거나 다니는 행위'를 말한다. 여행은 관광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사용되지만 둘을 굳이 구분하자면 '관광'은 '경치나 풍물을 보면서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관광은 여행에 포함된 한 종류라고 할 수 있고, 여행은 관광처럼 여가 활동이나 즐기는 행위로 국한되지도 않는 더 큰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인생은 여행이다'라고는 하지만 '인생은 관광이다'라고는 하지 않듯이 말이다. 한편 떠나는 행동 자체를 여행이라고 했을 때 그 말은 상당히 광범한 행동을 포함할 수 있는 데, 일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지금의 시공간을 이동하는 모든 떠돎과 그 행동이 ..
<캐롤> 논란 이후 – 비평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과 '하필이면' (토드 헤인즈, 2015)의 반갑고도 놀라운 흥행이 이어진 가운데, 상영 후 이어진 토크 프로그램(이하 ‘라이브톡’)에서 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언급을 두고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부분은 다음의 문장이었다.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라는 거죠.” 이 발언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하필이면’이라는 부사였다. ‘하필이면’은 “다른 방도를 취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모든 방도에도 어쩔 수 없어 그렇게 됐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캐롤과 테레즈는 여-남 관계여도 상관없거나 심지어 더 나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선택지가 없어 불가피하게 여-여 관계가 되었다..
이제 공주는 그만!: 비디오 게임과 여성 캐릭터 비디오 게임은 개발부터 플레이까지 오랜 동안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게임 산업의 규모가 확대되고 콘솔게임부터 PC와 모바일까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여성 게이머들이 부상하고 있다. 여성들이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개발, 시나리오, 비평까지 적은 규모나마 다양한 영역에서 골고루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게임의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플레이 가능한 주인공으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여성을 수동적인 성적 대상이나 성취해야할 트로피(이런 경우 대부분이 플레이 불가능한 캐릭터[non-player character]로 등장한다)로만 그려왔던 게임 산업 내에서의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자성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