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독특별전은 중국 여성감독인 펑 샤오리엔이다. 펑 샤오리엔 감독은 이란의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 이후 감독특별전 부문에서 두 번째로 소개하는 아시아 감독이다. 물론 중국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본 여성영화제 감독특별전으로 조명을 받는 감독이기도 하다. 중국 영화는 그 동안 국제적으로는 흔히 중국 5세대 감독이나 6세대 감독 등 세대별로 알려지거나 경제 개혁 이후 등장한 ‘도시 세대’의 영화로 알려져 있다. 펑의 이름 또한 이러한 여타의 중국 남성감독들이 집단적으로 세대별로 호명되어 서구의 예술영화시장에 소개되던 시기와 맞물려서 서구에 알려졌다.
펑은 장 이모우 등 다른 5세대 감독과 함께 북경전영학원을 졸업했다. 그 후 상하이 스튜디오에서 첫 장편 감독데뷔작인 <나와 내 반 친구 Me and My Classmates>(1986)를 만들어 본격적인 감독으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국제적으로 펑을 알린 작품은 <세 여자 이야기>(1988)로서 이 영화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 중국 최초의 여성영화로 소개되면서 극장에서 개봉된 바 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여전히 완고한 중국 시골의 가부장제를 세 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통렬하게 비판한 이 영화를 서구 여성주의자들은 미국의 <칼라 퍼플>등과 비교하면서 환영했고 이를 통해서 펑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그 후 펑은 1994년 뉴욕대에서 영화제작 석사를 받은 후 상하이로 돌아온다. 이때부터 상하이는 펑에게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리하여 여성이 경험하는 상하이라는 물적인 도시 공간의 역사 및 변화가 그녀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된다. 펑은 1940년대 말 국민당과 공산당의 틈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과거 상하이를 한 기자의 회상으로 돌아보는 <옛날 옛적 상하이에서>(1999)와 중국 최고의 3D 애니메이션 <마법의 우산 Magic Umbrella>(2000)을 연출한 후 일본의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인 오가와 신스께의 유작인 <홍시 Red Persimmons>(2001)를 대신 완성을 한다. 이후 펑의 대표작들인 상하이 삼부작이 시작된다. 상하이 삼부작은 상하이의 과거에서 현재까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이혼으로 상하이의 서민 주택을 계속해서 떠도는 모녀의 일상을 다룬 <상하이 여인들>(2002)에서 시작한 상하이 삼부작은 20세기 초반 상하이에 지어진 프랑스식 건물에 사는 과거 자본가 계급 가족의 이야기인 <상하이 이야기>(2004)를 거쳐서 1940년대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상하이를 영화 속의 영화 구조를 사용한 <상하이 룸바>(2006)로 완성된다. 최근작인 <상하이의 아이들>(2007)까지 펑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의 영화는 상하이라는 공간의 역사와 여성의 정체성의 관계, 여성의 역사를 영화로 쓸 수 있는 방식, 중국 남성감독과는 다른 중국에 대한 시선 등을 보여준다. 펑의 영화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펑이 직접 자신의 영화에 대해서 말하는 펑 샤오리엔 마스터 클래스가 영화제 기간 동안 마련되고, <세 여자 이야기>, <상하이 이야기>의 주연배우인 쏭 루리엔도 방문할 예정이다. 펑 샤오리엔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소개해 준 루이자 웨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수석 프로그래머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