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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오픈 시네마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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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오픈 시네마는 여타의 다른 영화제들에서 그 명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본 영화제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여성영화제는 그 동안 여성감독의 영화 발전에 부흥하고 여성의 가시성의 정치학을 옹호해 왔다. 따라서 여성감독의 영화에 주목하여 이들의 영화 상영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영화 문화 및 산업은 여타 사회 경제 영역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이 지배를 하고 있으며 정치 등 여러 공공영역 또한 간혹 홍일점으로 여자가 하나 끼는 정도로 한 남자들만의 일렬종대는 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성영화제는 지난 10년 동안 가진 자에게나 요구해야 하는 똘레랑스, 포용, 여유가 없다면서 편협한 영화제라고 낙인이 찍혀왔다. 한국의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국제영화제 평가를 살펴보면 이러한 반여성주의적 입장은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평가서를 작성한 남성 심사위원들은 그 객관적 자료도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는데다가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여성에 대한 원시적인 내적 편견을 과감하게(?) 드러낸 주관적 평가에 치우쳐져 있는 상황이다(물론 그 평가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알 수 없는 여성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 및 반여성주의와 맞서서 단지 우리와 같은 여자들이 제대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어서 시작한 여성영화제는 여성들의 의식 고양과 영화의 공공성 강화에 일조를 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양성간의 갈등과 뿌리 깊은 반목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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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네마’ 부문은 10년 만에 여성영화제가 여는 연대의 몸짓이다. 일부 분리주의적 여성주의자들이 타협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이 연대의 몸짓은 남성과 여성의 지배와 피지배, 가해와 피해 등의 이분법을 각기 속해 있는 생물학적 성에 구애 받지 않고 깨려는 사람들과 여성영화제가 앞으로 함께 행진한다는 의미이다. ‘오픈 시네마’ 부문은 전체가 장편영화로 이루어져 있다. 칸 영화제 각본상에 빛나는 <천국의 가장자리 The Edge of Heaven>, 과테말라의 매매춘 여성 축구단을 다룬 <레일로드 올스타즈 Railroad All-Stars>, 유태인과 이슬람인 여성 간의 연대에 관한 영화 <네 이웃을 사랑하라 Two Ladies>, 유태인 레즈비언 여성공동체를 다룬 <비밀 The Secrets>, 두 명의 이혼녀의 우정이 빛나는 스웨덴판 ‘델마와 루이스’ <하트브레이크 호텔 Heartbreak Hotel> 등이 그것이다. 이들 남성감독의 영화에서 여성들은 모두 힘차고 독립적이며 그러면서도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 부끄러움을 아는 윤리적 인간으로 재현된다. 아니 남성감독들은 여성이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자신의 판타지를 스크린에 투영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앞으로도 타자와의 공감능력과 윤리적 감각이 높은 남성(감독의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상영하여 여성영화를 확장할 것이다.


수석 프로그래머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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