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다고 말해지는 것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소리 내고 지루한 질서를 뒤집어버리는 힘, 그 힘은 완전히 다른 것을 그려볼 수 있는 상상력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 상상이 존재하는 곳이 판타지 공간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이렇게 현 사회를 위반하고 ‘그 위반으로의 유혹’을 가능하게 하는 여성 판타지 공간에 말을 걸고 21세기 여성 상상력을 점검한다. 이 부문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자본을 만난 과학이 권력화 되고 있는 기술과학의 시대, 남성적인 과학 영역에 도발하는 여성 판타지다. 기술과학을 확장시키는 것은 상상력이지만 상상력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과학이라는 양자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21세기를 설명하는 화두인 기술과학에 대한 고민을 ‘상상력’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자아 경계를 초월하는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판타지 공간이 근대 의학의 침입으로 위기를 맞이하는 <블라인드>와 자기 마음대로 아이를 만들어 내려는 <슈프로슬링>의 상상력 역시 기술과학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어린 소녀들의 처절한 사랑과 갈등을 다룬 <블러드 시스터즈>, 심리적 불안감이 불행을 부르는 <도플갱어>, 그리고 지적 판타지 <워터>와 함께 여성들의 도발적인 상상력을 드러내는 아름답고 섬뜩한 여성 환상동화로 즐겨지길 바란다.
프로그래머 손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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